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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내궁내정] 케임브리지, 2025년 올해 단어로 ‘파라소셜’ 꼽은 이유 …“일방적 팬심이 시대정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2025년을 관통한 올해의 단어는 ‘일방적 친밀감’​을 의미하는 파라소셜(parasocial)이 선정됐다. 케임브리지 사전이 2025년 ‘올해의 단어’로 ‘파라소셜(parasocial)’을 선정하면서, 유명인·인플루언서·AI와 맺는 일방적 관계가 올해 글로벌 키워드로 부상했다. 케임브리지는 파라소셜을 “유명인, 영화·드라마·책 속 인물 또는 인공지능과 자신 사이에 실제로는 상호 교류가 없음에도, 친밀한 관계처럼 느끼는 정서적 연결”을 뜻하는 형용사로 정의한다.​ 1956년 TV 연구에서 틱톡·챗봇 시대로​ 케임브리지 사전 공식 보도자료, BBC, CNN, CBC, The Independent에 따르면,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는 개념은 1956년 미국 사회학자 도널드 호튼과 리처드 윌이 TV 시청자와 방송인 사이의 심리적 유대감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제시한 학술용어였다. 당시 연구는 시청자가 뉴스 앵커·쇼 진행자를 가족이나 친구처럼 느끼는 현상을 ‘현실의 인간관계와 유사하지만 일방향적’이라고 분석했다. 60여년 뒤 이 용어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스트리밍 플랫폼, 그리고 챗GPT·제미나이 같은 AI 챗봇으로 확장되며 일상어로 자리 잡았고, 케임브리지는 2023년에야 사전에 이 단어를 정식 등재했다.​ 조회수 급증…온라인 사전이 포착한 ‘시대정신’​ 케임브리지 사전을 발행하는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평가원(Cambridge University Press & Assessment)은 “2025년 한 해 동안 ‘parasocial’ 검색량이 여러 차례 급등하며 데이터상 뚜렷한 피크를 보였다”고 밝혔다. 단어 선정 기준은 검색량 자체보다 ‘특정 사회·문화 현상이 급부상할 때 함께 튀어 오르는’ 시그널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파라소셜은 그러한 패턴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설명이다.​ 케임브리지 사전 편찬 책임자인 콜린 맥킨토시는 “파라소셜은 2025년의 시대정신을 가장 잘 포착한 단어”라며 “전에는 학계의 전문용어였지만 이제는 수백만 명의 일상 언어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사전 데이터는 사람들이 언어를 통해 무엇을 이해하려 하는지, 어떤 현상을 이름 붙이고 싶어 하는지 보여준다”며 “파라소셜은 디지털 팬덤과 AI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인간관계의 얼굴”이라고 강조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켈시 약혼에 전 세계가 ‘내 친구 일’처럼 반응​ 이번 선정 배경에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미식축구 스타 트래비스 켈시의 약혼 발표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두 사람의 약혼 소식이 알려졌을 때, 실제로 그들을 만난 적 없는 수많은 팬들이 “오래 사귄 친구가 결혼을 결심한 것처럼 기쁘다”는 반응을 쏟아내며, SNS 타임라인을 축하 메시지와 ‘스위프터(Swifties)의 눈물’로 채웠다. 케임브리지는 이러한 반응을 “개인이 유명인의 연애와 결혼, 커리어의 굴곡을 자신의 삶처럼 이입하는, 전형적인 파라소셜 반응”으로 분류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미국 CNN 등도 “테일러 스위프트 팬덤은 파라소셜 관계가 얼마나 강력한 감정적 몰입을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며, 스위프트의 가사와 공연이 “실제 친구에게 털어놓는 듯한 고백 형식”이라는 점이 이러한 유대감을 더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CNN은 “팬들은 자신이 스위프트의 삶을 오래 지켜본 ‘증인’이라고 느끼며, 이 일방적 유대가 약혼 발표에 대한 집단적 환희로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유튜버·스트리머·틱톡커…‘만난 적 없는 사람’이 내 일상을 지배​ 파라소셜 현상은 이제 전통적인 연예인을 넘어, 유튜버·게임 스트리머·틱톡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만난 적 없는 사람과 맺는 관계’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2025년 동안 ‘chronically online(상시 접속 상태인) 사용자들’이 유튜버, 인스타 크리에이터, 팟캐스터의 모든 일상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사례가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기 스트리머 IShowSpeed가 집착적 팬을 가리켜 “내 넘버원 파라소셜”이라고 언급한 이후 ‘parasocial’ 검색이 또 한 차례 급증했고, 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 등 OTT 시리즈의 결말을 두고 “어느 커플을 지지하느냐”를 두고 팬덤이 갈라지는 상황도 파라소셜 관계의 확산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사전 측 설명이다. 케임브리지는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 ‘The Summer I Turned Pretty’ 시즌 피날레 당시 “Team Conrad vs Team Jeremiah”로 갈라진 팬덤이 SNS에서 등장인물의 선택을 두고 현실 연애처럼 논쟁을 벌인 사례를 언급하며, “허구 인물에게 느끼는 정서적 유대도 파라소셜의 한 축”이라고 적시했다.​ AI 챗봇까지 번진 ‘일방향 친밀감’…챗GPT·제미나이도 관계 대상​ 올해의 단어 선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파라소셜이 이제 사람만이 아닌 인공지능까지 포괄한다는 점이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정의에 ‘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를 명시하며, “사용자가 챗봇과 대화를 나누며 마치 친구, 상담가, 연인처럼 느끼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의 영어 교육 전문가 매튜 엘먼은 “언어 학습자의 입장에서도 파라소셜은 자신의 삶과 경험에 밀접히 연결된 단어”라며 “이미 수많은 사람이 유튜브 교사, 팟캐스트 진행자, AI 튜터와 일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단어를 이해하는 순간, 학습자는 단지 새 어휘 하나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의 구조를 언어로 자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뢰 잃은 언론, 대신 인플루언서에 목 매단다”​ 파라소셜의 확산에는 전통 언론에 대한 신뢰 저하도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케임브리지대 실험사회심리학자 시몬 슈날 교수는 “주류·전통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사람들은 개별 인플루언서를 새로운 권위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팔로워 수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신뢰의 근거가 되고, 팬들은 이들을 가족, 친구, 심지어 ‘컬트 리더’처럼 대하며 극단적 충성심을 보이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슈날 교수는 “많은 파라소셜 관계는 무해하거나 심리적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일방적 관계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쉽게 왜곡된 기대와 배신감, 집단적 분노로 치닫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인플루언서가 스폰서 계약이나 사생활 논란에 휩싸일 때, 팬들이 ‘연인에게 배신당한 것 같다’거나 ‘가짜 친구를 잃었다’는 표현을 쓰는 현상 역시 파라소셜의 또 다른 얼굴로 지목된다.​ 슬픔도 ‘파라소셜’…연예인·캐릭터 사망에 겪는 애도​ 케임브리지 사전 블로그 ‘About Words’는 ‘parasocial grief(파라소셜 슬픔)’라는 표현을 별도로 소개하며, “연예인 혹은 드라마·소설 속 캐릭터가 죽었을 때, 실제로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대상임에도 진짜 상실처럼 깊은 슬픔을 느끼는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이 블로그는 “이런 감정은 SNS 시대에 더 두드러졌다”며, 집단 애도의 해시태그와 온라인 분향소 문화가 파라소셜 애도의 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들은 파라소셜 슬픔이 우울·외로움과 결합할 경우, 현실 인간관계 회피나 ‘대체 관계’ 선호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동체적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집단 의례’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즉, 위험과 기능이 공존하는 양가적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6000개 신규 수록…‘delulu’부터 ‘slop’까지, 사전이 기록한 2025년의 언어 풍경​ 케임브리지 사전은 2025년 한 해 동안 약 6000개의 신규 단어·새 의미를 추가했다며, 파라소셜과 더불어 올해를 상징하는 몇몇 키워드를 함께 공개했다. 영국 BBC 등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인 신조어로는 팬덤·온라인 문화와 밀접한 ‘delulu’, ‘skibidi’, ‘tradwife’, 그리고 AI 저품질 콘텐츠를 가리키는 ‘slop’ 등이 있다.​ ‘delulu’는 ‘delusional(망상적인)’의 축약형으로, 케임브리지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낙관적 기대나, 연애·팬덤에서 비현실적 상상을 즐기며 스스로를 가볍게 놀릴 때 쓰는 말”로 정의했다.​ ‘skibidi’는 유튜브 발 애니메이션 ‘Skibidi Toilet’ 시리즈에서 확산된 의성·의태적 허무맹랑어로, 맥락에 따라 ‘멋지다’, ‘이상하다’를 모두 표현하거나, 그냥 웃음을 유도하는 무의미한 감탄사로 쓰이는 것으로 정리됐다.​ ‘tradwife’는 ‘traditional wife’의 축약어로, 전통적 가정·성 역할을 지향하며 집안일·육아에 집중하는 라이프스타일을 SNS에서 공유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slop’은 “특히 AI가 대량 생성한, 매우 저품질의 인터넷 콘텐츠”로 정의되며, 정보 홍수 속에서 품질 저하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을 드러내는 단어로 꼽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새로 수록된 6000여 개 단어 중 상당수가 인터넷 문화와 원격근무, 플랫폼 경제에서 비롯됐다”며 “사전이 이제 언어의 묘비가 아니라, 살아 있는 디지털 문화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언어는 팬덤과 알고리즘을 따라 간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 각 사전사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를 정리하면서, 케임브리지의 파라소셜 선정에 대해 “팬덤, 인플루언서 경제, AI 챗봇이 결합해 만들어낸 새로운 관계 구조를 이름 붙인 단어”라고 해석했다. 타임은 “과거에는 팬클럽 편지와 TV 팬 레터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알고리즘이 추천한 쇼츠와 AI 비서가 상시적으로 감정 노동을 수행하는 시대”라며 “언어는 결국 팬덤과 알고리즘을 따라 움직인다”고 논평했다.​ 캐나다 CBC 역시 “파라소셜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감정이지만, 정작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을 명명해 준 단어”라며 “사전이 단지 단어를 모아두는 곳을 넘어, 디지털 시대 인간관계의 지도를 그리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라소셜 시대’를 읽는 법​ 케임브리지대 심리학자 시몬 슈날은 “파라소셜 관계의 부상은 팬덤과 셀러브리티, 그리고 AI와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인플루언서에게서 뉴스·정치·건강 정보를 얻고, AI에게 감정적 위로를 구하며, 연예인에게 자기 정체성을 투사한다”고 말하며, “이 모든 것이 철저히 일방향이라는 점을 잊을 때, 실망·분노·광신이 뒤따른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슈날은 “언어가 이런 현상을 포착하고 개념화하는 순간, 사회는 그 현상을 조금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1956년 TV 속 아나운서에서 2025년 AI 챗봇에 이르기까지, ‘파라소셜’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언제나 스크린 너머의 존재와 관계를 맺어 왔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그 관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묻는 시대의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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