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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콘텐츠인사이트] AI를 이기는 건 결국 사람 그 중에서도 ‘엄마’… <대홍수>를 보고

올림의 콘텐츠코치 ⑤

 

지난 2009년, CJ그룹 계열사 CJ엔터테인먼트(현 CJ E&M 영화사업부문)의 투자·배급 작품으로 첫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해운대>. 당시 홍보팀 과장이었던 제게 이 작품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개봉 전부터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온다는 설정이 말이 되느냐”, “CG로 구현했을 텐데 개연성이 떨어진다”, “시대착오적인 영화 아니냐”는 비판과 구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해운대>는 한국형 재난 영화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흥행에 성공한 상업영화로 기록됐습니다.

 

그런데 마침 넷플릭스에 <대홍수>라는 신작이 올라왔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잔잔한 수면 위에 낚싯대를 드리웠는데 뜻밖의 월척을 낚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데뷔 때부터 인상 깊게 지켜봐 온 김다미 배우, 최근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아역 배우, 그리고 ‘대홍수’라는 대규모 재난을 전면에 내세운 설정까지. 자연스럽게 <해운대>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감안하자면) 이 영화는 인류 멸망의 위기를 다룬 전형적인 신파 구조로 출발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재난은 배경일 뿐 결국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존재, 사랑,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임을 알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와이프, 큰아이와 함께 제법 의미 있게 감상했습니다.

 

◆ What if? (가정법)

 

만약 세상이 사라진다면,
인류의 종말을 미리 알고 있다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 영화는 철저히 ‘가정법’의 세계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코칭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20년 후로 가본다면, 그때의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같은 상황에 놓인 후배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지금보다 용기가 열 배 더 있다면, 선택은 달라질까요?”

 

What if 질문은 코칭에서 매우 중요한 기법입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함으로써, 현재의 선택과 감정을 더 선명하게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가상의 질문은 문제를 회피하게 하는 도피처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영화 속 주인공 역시 극한의 가정된 상황을 수없이 통과하며 미션을 수행하고, 파괴된 지구를 떠났다가 다시 회복된 세계로 귀환합니다. 그 장면은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온 <그래비티>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했고, 복제인간의 반복되는 생과 사의 구조는 <미키 17>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 What else? (대안 탐색)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요?”
“하나만 더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코치는 고객을 끊임없이 질문의 다음 단계로 이끕니다. 때로는 집요해 보일 정도로요. 그러나 이 반복된 질문 속에서 고객은 결국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냅니다. 겉보기에는 지리멸렬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그 안에서 전혀 새로운 선택지가 탄생합니다.

 

<대홍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끝에 영화가 내놓은 결론은 명확합니다. AI를 이긴 존재는 또 다른 기술이 아니라, 결국 인간이었고 그중에서도 ‘엄마’였습니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이 오래된 문장이 영화가 끝난 뒤 묵직하게 남습니다.

 

인공지능은 분명 우리를 돕고 삶을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인간미, 공감, 그리고 모성애와 같은 가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인류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될 수 없습니다. 영화는 다소 뻔한 방식이지만, 바로 그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대홍수>를 단순한 재난 영화로 치부하며 실망할 분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오랜만에 ‘의미를 곱씹으며’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것 같습니다… (to be continued)

 

P.S. 반복되는 상황 설정이 익숙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조금 더 참신한 장치와 극적 긴장이 있었다면, 한층 더 인상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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