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인류 최초로 ‘102가지 적외선 색상’으로 그려낸 전 하늘 우주 지도를 공개했다. 올해 3월 11일(미 서부 기준) 발사된 스피어엑스는 5월부터 약 6개월 동안 하늘 전체를 스캔해 360도 전천 모자이크를 완성했으며, NASA와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이를 “그 어떤 우주지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첫 번째 적외선 전천 스펙트럼 지도’”라고 평가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0.75~5.0마이크로미터(㎛) 파장의 적외선 102개 대역을 분광해 얻은 데이터로, 수억 개 은하의 3차원 분포와 우리은하의 별·가스·먼지 구조를 동시에 드러낸 점이 특징이다.
이번에 공개된 첫 전천 이미지는 뜨거운 수소가스(파란색), 별(파란·초록·흰색), 그리고 우주먼지(붉은색)에서 나온 적외선 신호를 가시광 색깔로 치환해 표현한 것으로, 중앙을 가로지르는 밝은 띠는 우리은하, 상·하단의 점광원 대부분은 외부 은하들이다. NASA는 스피어엑스가 “6개월마다 하늘 전체를 102가지 색상으로 다시 그리는, 문자 그대로 ‘우주판 맨티스 새우 눈’”이라고 비유했다.
하루 14.5바퀴, 3,600장씩 찍어 만든 ‘102장의 우주 지도’
스피어엑스는 지구 저궤도에서 하루 약 14.5바퀴를 돌며 남·북극을 관통하는 궤도로 운용된다. 각 궤도마다 하늘의 원형 띠 영역을 따라 약 112.5초 노출의 이미지를 연속 촬영하는 ‘스텝 앤 스테어(step-and-stare)’ 방식으로, 하루 평균 3,600장가량의 영상을 쌓는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공전함에 따라 망원경 시야가 서서히 이동하고, 이 과정을 약 6개월 반복하면 하늘 전체가 최소 한 번 이상 커버되는 구조다.
관측 핵심은 선형분광필터(LVF)를 부착한 6개의 적외선 검출기다. 각 검출기에는 17개씩, 총 102개의 파장대역이 연속적인 그라디언트(띠) 형태로 설계돼 있어 한 번의 6장 촬영으로 102개 색상의 분광 정보를 동시에 얻는다. 해상도는 픽셀당 약 6.2초(arcsec) 수준이지만, 모든 하늘을 동일한 스펙트럼 해상도를 가진 102개 ‘색별 지도’로 갖춘다는 점에서, 단일 파장대역을 쓰는 기존 전천 적외선 지도(IRAS, WISE 등)와 차별화된다.
인플레이션·은하 진화·우주 얼음…‘3대 과학 목표’
스피어엑스의 과학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빅뱅 직후 일어났다고 추정되는 ‘우주 급팽창(인플레이션)’의 물리적 흔적을, 수억 개 은하의 3차원 분포 통계(파워 스펙트럼·비가우시안성)로 추적하는 것이다. 스피어엑스는 수억 개 은하에 대해 저분광(저해상도) 스펙트럼 기반 거리(광적색편이)를 추정해, 3D 우주 대규모 구조 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다.
둘째, 은하 형성과 진화 연구다. 스피어엑스는 별빛과 먼지에 의해 재방출된 적외선 배경을 전천에서 측정해, 시간에 따른 은하 집단의 형성 이력을 통계적으로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셋째, 생명 기원의 필수 재료인 물과 얼음 분포 연구다. 2.5~5.0㎛ 대역의 수분·얼음·유기물 특징선을 이용해 우리은하 안 성간 구름, 별 탄생 영역, 원시행성계 원반에 존재하는 ‘우주 얼음’(water ice, CO, CO₂ 등)을 수만~수십만 개 대상에서 통계적으로 지도화하는 것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
NASA는 “스피어엑스 한 대가 약 2년 동안 4차례 전천 스캔을 수행해, 수억 개 은하의 3D 위치와 2만 개 이상 얼음 천체의 분포를 동시에 측정하는 ‘코스믹 센서스(cosmic census)’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 유일한 비(非)미국 파트너…하드웨어·데이터 분석 전면 참여
이번 스피어엑스 프로젝트에는 한국천문연구원(KASI)이 NASA 외 유일한 국제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 연구진은 2016년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한국이 독자 개발했던 근적외선 영상분광기 NISS(Near-infrared Imaging Spectrometer for Star formation history·NEXTSat-1 탑재)를 통해 쌓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중형 탐사(MIDEX)급 우주망원경 공동 개발에 합류했다.
천문연은 극저온(-220도) 우주환경을 모사하는 초저온 진공 챔버를 제작해 스피어엑스 본체의 광학·분광 성능 시험을 주도했고, JPL·칼텍과 함께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참여했다. 우주항공청(KASA)에 따르면 스피어엑스 개발·운영에는 칼텍, JPL, 미국 내 10개 기관과 함께 한국천문연 정웅섭 박사팀이 포함돼 있으며, 한국은 전천 관측 자료를 활용한 ‘우주 얼음’, 활동은하핵(AGN), 태양계 소천체 등 다수 연구 주제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다.
NASA·KASA는 스피어엑스의 2년 주 임무 기간 동안 총 4회 전천 관측(초기 6개월 포함 1회 완료 후 3회 추가)을 수행해 감도를 높인 통합 3차원 지도를 완성하고, 처리된 전체 데이터를 캘텍 IPAC의 IRSA(Infrared Science Archive)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와 일반에 무료 공개할 예정이다.
“102장의 우주 지도, 전 세계 천문학자의 금광 될 것”
NASA JPL은 “스피어엑스가 이미 첫 전천 스캔을 마쳤고, 102개 색상의 하늘 지도를 약 6개월마다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성능을 입증했다”며 “이 방대한 데이터는 전 세계 천문학자에게 새로운 발견의 보고(寶庫)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매니저 베스 파빈스키는 “스피어엑스의 초능력은 ‘하늘 전체를 102가지 색으로 6개월마다 다시 그린다’는 데 있다”고 표현했고, NASA 측은 “소형 20cm급 망원경 한 대가 우주 인플레이션 물리, 은하 진화, 생명 기원에 동시에 도전하는 전례 없는 미션”이라고 설명한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향후 2년간 세 차례 추가 전천 관측으로 민감도를 끌어올린 뒤, 우주 인플레이션 흔적(원시 비가우시안성 한계 개선), 은하 적색편이 카탈로그, 은하계 내 물·얼음 지도를 단계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한국 연구진에게는 우주얼음·활동은하핵·태양계 소천체 등에서 ‘데이터 선점 연구’ 기회를 확보함과 동시에, 차세대 우주망원경·우주산업으로 이어지는 전략 기술 축적의 의미도 크다.
NASA 천체물리학 부서 숀 도마갈-골드만(Shawn Domagal-Doldman) 국장 대행은 “스피어엑스의 방대한 데이터를 처음 접했을 때 짜릿함을 느꼈다”며, “이 우주망원경은 단 6개월 만에 102개의 새로운 우주 지도를 완성했다. 이 방대한 데이터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게 새로운 발견의 보고(寶庫)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청 강경인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한국이 참여한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의 관측자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주요 연구 주제인 우주얼음 뿐만 아니라, 활동성 은하핵, 태양계 소천체 등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