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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지구칼럼] 가을전령사 '잠자리'…악마의 바늘·고추잠자리=수컷·잠자리 눈의 교훈·비행능력 동급최강·H-13 기종 유사·승충(勝蟲)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가을전령사 '고추잠자리 날면 찬바람 난다'는 경북 지방의 속담이 있다. 고추잠자리가 가을철에 나타나기에 기온이 낮아져 날씨가 쌀쌀해지는 계절이 됐다는 의미다.

 

고추잠자리와 코스모스 그리고 뭉개구름은 홍어삼합처럼 최적의 환상궁합이다. 뭉개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과 무리를 지어 활짝 핀 코스모스 위를 낮게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는 시골 마을 추억을 아스라이 불러낸다.

 

입추 무렵부터 들리기 시작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왠지 더 자주, 그리고 더 처량하게 들린다. 뿐만 아니라 하늘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있고, 그 아래 고추잠자리들이 한가롭게 날아 다닌다. 옛말에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했다.

 

잠자리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미국 플로리다·하와이 등지에서 주로 서식한다. 1년 중 가장 좋은 날씨, 햇볕은 바삭, 바람은 선선한 가을에 우리에게 찾아오는 친숙하고 고마운 곤충이다. 실제로도 곤충이지만 가장 혐오감을 일으키지 않는 부류에 속한다. 꿈틀거림, 기어다님, 지나치게 기다란 더듬이, 몸에 달라붙는 행동, 미묘한 광택, 실내 침투, 특유의 울음소리 등 무엇 하나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요소가 없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마스코트 격 곤충일 만큼 자주 접할 수 있고, 개체수도 많아 익숙하고 친근하다. 또한 모기나 파리, 나방 따위를 잡아먹는 고마운 익충인데다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고 보통 조용히 나뭇가지나 풀에 매달려 있거나 사람 머리 위 멀리 공중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곤충을 싫어해도 잠자리 정도는 예외인 사람들이 많다.

 

단, 유럽과 미국에서는 인식이 안 좋아서 잠자리를 '악마의 바늘(Devil's Needle)'이라고 부른다. 가늘고 뾰족한 배를 보고 바늘을 연상시켜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름아닌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잠자리가 날아와 산채로 눈과 입을 꿰매버린다는 전설도 있다.

 

유럽에서 dragon은 악마, 사탄을 의미했다. 동양에서의 긍정적인 용의 심상과 매우 다르다. 잠자리가 영어로 dragonfly(용 + 파리)라는 점에서 한국 및 아시아의 아이들은 잠자리를 좋아한다. 우리가 '잠자리채'라 부르는 것을 유럽, 미국에서는 'Dragonfly net'이라고 안 부르고 'Butterfly net'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우 꺼림을 알 수 있다.

 

잠자리는 동족포식도 한다. 그래서 잠자리를 같은 통에 넣어놓는 것은 잠자리에겐 고문이다.

 

곤충강 잠자리목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으로 잠자리아목(불균시아목)과 실잠자리아목(균시아목)으로 나뉜다. 전세계에 약 5700여 종이 있고, 한국에는 127종이 서식한다. 한자로는 청낭자(靑娘子)·청령(蜻蛉)·청정(蜻蜓)이라고 한다. 잠자리의 애벌레는 순우리말로는 '학배기'라고 하고 한자로는 蠆(전갈 채)를 써서 '수채(水蠆)'라고 부른다.

 

고추잠자리는 평지의 늪지대에서 자라서 늦봄과 초여름인 5∼6월부터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우화(羽化·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됨)한다. 다 큰 고추잠자리는 몸길이가 17∼20mm로 녹갈색 바탕에 검은색 점무늬가 있으며 연못 등 수생식물이 많은 곳에 산다.

 

수컷은 몸이 붉어 '고추잠자리'라 부르고, 암컷은 노르스름해 ‘메밀잠자리’라고 한다. 고추잠자리 이름은 몸이 고추처럼 생기고 빨개서 붙은 이름이며, 성인 수컷에만 이런 색이 나타난다. 미성숙한 수컷이나 암컷은 노란 빛을 띈다.

 

곤충 중에 머리를 이리저리 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생물이다. 사마귀처럼 뒤를 쳐다볼 정도로 돌아가지는 않지만 고개를 조금씩 돌려 상하좌우를 살피는 정도는 할 수 있다.

 

잠자리의 커다랗고 둥그런 겹눈은 종에 따라 1만~2만8000여 개의 낱눈으로 이루어져 있다. 육각의 벌집처럼 생긴 각각의 낱눈은 사람의 눈처럼 각막과 망막과 유리체를 가지고 있다. 시력은 낮지만 각각의 낱눈이 따로따로 빛을 감지할 수 있어서 움직이는 것을 잘 포착한다. 이 겹눈으로 잠자리는 앞뒤 좌우 제 몸 20미터 뒤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다. 잠자리는 뇌의 80%를 겹눈이 포착해낸 사물을 감지하는 데 사용한다. 이 엄청난 기능의 겹눈 사이에 있는 세 개의 홑눈은 사물을 보는 게 아니라 빛의 밝기를 측정해 사물의 원근과 명암 정도를 구별한다.

 

잠자리 눈이 우리에게 주는 철학적 교훈은 "하나의 눈으로 바라본 하나의 정답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2만8000여 개의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그 다양함이 그대로 인정될 수 있는 그런 세상, 잠자리가 꿈꾸눈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잠자리는 날개를 접지를 못하고, 이동은 불가능하고 착륙만 가능한 반쪽짜리 다리를 가진 원시적인 생물이다. 하지만 비행능력만큼은 곤충 중에서 최고급 수준이다. 벌새와 함께 인간이 가진 그 어떤 비행체도 아직 잠자리의 비행능력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날개는 그냥 얇은 막이 아니라 가는 관이 있어서 혈액은 물론 신경도 있다. 날개 두 쌍을 움직이는 골격은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날개의 속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방향전환과 속도가 자유자재다. 날개 네 개를 모두 따로 움직여 급선회·급강하·급상승·호버링·상하좌우 이동 등 비행 중에 가능한 모든 기동방식을 갖췄다.

 

게다가 웬만한 새들도 못하는 평상시 날아다니는 속도 그대로 후진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원시적인 진화인 만큼 이 비행능력은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내재하고 있다. 잠자리가 날아다닐 때 나는 타다닥거리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사실 날개끼리 충돌해서 나는 소리다. 즉 급기동시 날개가 휘며 다른 날개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작은 곤충이라 무사할 뿐 다른 생물에는 적용 불가능한 날개구조이다. 직선 고속비행에도 적합하지 않다.

 

잠자리가 정지비행 중에 갑자기 방향을 틀어 고속으로 날아가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때 엄청난 압력을 받지만 외피가 인간보다 튼튼한 곤충이라서 멀쩡하다. 만약 인간이 비슷한 속도로 그렇게 움직이면 약 12G에 달하는 압력을 받는다. 참고로 우주선이 이륙할 때 인간이 받는 압력이 10G가 조금 안된다. 일부 종의 경우 최대 약 97km/h로 날기도 한다.

 

독일의 페스토(Festo)라는 회사에서 만든 바이오니콥터(Bionicopter)라는 잠자리 로봇도 있다. 크기는 메가네우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양이 비슷한 500MD 헬기의 별명이 잠자리헬기다. 헬리콥터와 모양새를 연관 지으려면 H-13 기종이 가장 잠자리와 유사하다.

 

일본에서는 과거 승충(勝蟲)이라 부르며 무사들이 자신의 투구나 무기 등에 잠자리 모양 장식을 달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잠자리는 오직 전진만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전쟁에 나가서도 후퇴 없이 전진만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일본 영화 러브레터에서도 주인공이 얼어붙은 잠자리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이 일본 문구브랜드 톰보의 PPL로, 극에 잘 녹아들으면서도 거부감 없이 상표를 알린 모범적인 PPL사례다.

 

곤충 중 체급 비율까지 생각하면 거의 모든 동물 중에서도 최상위 클래스의 최상위 포식자다. 포유동물에 비유했을 때 호랑이나 사자에 비견될 정도다. 장수풍뎅이류나 사슴벌레류는 말벌이나 사마귀조차도 명함을 못 내미는 사실상 곤충의 정점이지만, 애초에 서식지가 겹치치도 않을뿐더러 이들은 대부분 초식성이다.

 

장수말벌과 사마귀의 경우 잠자리가 이기기 힘들다. 소형 사마귀들이라면 모르지만, 애초에 사마귀들은 잠자리의 사냥범위 안에 들어갈 만큼 비행을 오래, 높게 하는 곤충이 아니다.

 

잠자리 수컷은 배가 시작되는 부분, 즉 복부 제2마디에 부성기가 있고 배의 끝부분에 암컷의 목에 연결되는 부속기가 있다. 암컷의 배 끝에는 산란변이 존재한다. 교미(짝짓기)를 시작하면 수컷은 부속기로 암컷의 목을 휘어감고 암컷은 배 끝의 음문을 수컷의 부성기에 접촉해 정자를 받아들인다.

 

교미는 공중에서 단시간 내에 이뤄진다. 잠자리 두 마리가 하트(♡) 모양으로 연결되어 날아다니거나 앉아서 쉬는 것이 바로 교미장면이다. 특히 실잠자리의 교미는 다른 잠자리들보다 하트 모양이 잘 나온다. 꼬리가 가늘기 때문. 여담으로 러브버그도 교미하면서 비행한다.

 

교미 후 여러 가지 형태로 산란한다. 수면 위를 날면서 공중에서 알을 뿌리는 공중산란, 배 끝의 산란 변을 수면에 스치듯이 하며 산란하는 타수산란, 역시 비행하면서 진흙에 산란하는 타니산란, 물 옆에 앉아서 알을 흩뿌리는 유리성정지산란, 물에 산란변을 푹 담가 산란하는 접수정지산란, 진흙이나 모래에 산란변을 꽂아 알을 낳는 접니정지산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수컷이 암컷과 연결되어 함께 산란하는 경우도 있고, 수컷은 근처에서 감시하고 암컷이 단독 산란하는 경우도 있다.

 

고추잠자리가 아닌 꼬마잠자리는 문화재청이 2007년에 천연기념물로의 지정을 예고했으나 아직도 지정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노란잔산잠자리, 대모잠자리, 꼬마잠자리의 3종이 대한민국 환경부 지정 보호대상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2015년 12월에 대한민국 고유종인 노란배측범잠자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IUCN 적색목록에 위기종(EN)으로 등재됐다.

 

근대화 이전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성체와 애벌레를 결핵, 천식 환자에게 약재로 썼으며, 일본의 내륙지방 역시 잠자리 유충을 모아 어린 아이의 감기약으로 사용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잠자리 연구의 권위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활동한 이승모 박사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잠자리를 연구하는 학자는 정광수 박사가 거의 유일하다. 정광수 박사는 잠자리 도감, 한국 잠자리 도감, 잠자리 나들이 도감, 한국 잠자리 유충 도감 등 수많은 책을 저술했으며, '한국의 잠자리'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 박은옥 씨의 동요 '윙윙윙'(1978년)

 

윙윙윙윙 고추잠자리 이리저리 놀리며 윙윙윙
윙윙윙윙 꼬마 아가씨 이리저리 쫓아가며 윙윙윙

 

◆ 조용필 씨의 '고추잠자리'(1981년)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로 왔다가 잠든 나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 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 잠자리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니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싶지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슬퍼지지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울고싶지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로 왔다가 잠든 나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 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 잠자리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니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싶지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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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지금 이순간에도 강남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강남 환상’ 혹은 '강남의 찐가치'에 사로잡혀 있는 비강남 사람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때론 강남을 우상화하고, 때론 강남을 비하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강남의 가치가 급등해 비자를 받아야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강남VISA'라 명명한다. 나아가 강남과 강북간의 지역디바이드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허상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개인의 사적인 의견이니 오해없이 그냥 가볍게 즐겨주길 바란다. 명품 로고를 크게 내세우는 시대가 한풀 꺾이면서, 소재·봉제·재단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요소로 부를 드러내는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가 럭셔리 시장의 핵심 문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급 호텔 라운지나 글로벌 테크기업 최고경영자의 사진에서 종종 발견되는 옷이 있다. 커다란 로고도, 금빛 장식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모노그램도 없다. 색상은 회색·검은색·베이지·네이비처럼 얌전하고, 실루엣은 단순하다. 그런데 가격표를 확인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에 이르는

[공간사회학] 동네마다 있는 교회와 편의점, 어느 것이 더 많을까…‘생활 인프라와 관계 인프라'가 그린 '결핍의 지도’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국에는 교회가 많을까, 편의점이 많을까.” 얼핏 보면 농담 같은 질문이지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곳의 갯수는 비슷하다. 전국 개신교 교회가 약 5만3000곳이라는 널리 인용되는 추정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2025년 말 4대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5만3266개와 사실상 같은 규모다. 다만 ‘프랜차이즈 편의점 전체’라는 공식 통계 기준에서는 2024년 5만4780개로 편의점이 교회 추정치보다 약 1780개 많다. 도시의 불빛, 십자가와 편의점 간판 사이 밤의 한국 도시는 두 종류의 빛으로 기억되곤 한다. 하나는 골목마다 켜진 편의점의 간판이고, 다른 하나는 건물 위에 떠 있는 교회의 십자가다. 이 둘은 한국 사회의 도시 풍경과 공동체 변화를 압축한 비교다. 교회는 의미와 신앙을 제공하는 장소이고, 편의점은 상품과 즉시성을 제공하는 장소다. 하나는 생활의 편의를, 다른 하나는 초월적 질서를 표방하지만, 두 공간 모두 한국인의 일상 반경 안에 촘촘히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닮았다. 전자는 24시간 소비사회가 만든 ‘즉시성의 빛’이고, 후자는 한국의 압축성장과 이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