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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Moonshot-thinking] 본사는 떠났다, 공간은 다시 쓰인다…사옥이 주는 메시지

 

서울 종로, 광화문. 전통적인 중심 업무지구의 간판이자 건설사들이 위용을 과시하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조용한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은 속속 본사를 옮기고 있다.

 

도심 임대료가 치솟는 데다 서울 외곽의 교통 인프라는 발달했으며, 기업들은 고정비 절감이 절실해졌다. 결국 익숙한 '상징'을 버리는 대신 '실리'를 택한 것이다.

 

◆ 도심을 등지는 이유, 외곽을 택하는 계산

 

롯데건설은 잠원동 본사를 매각하고 마곡의 자체 시공 건물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종로 수송동을 떠나 양평동 통합사옥에 SK에코엔지니어링과 함께 둥지를 튼다. HDC현산은 아이파크몰에서 노원 광운대역세권 개발지로, DL이앤씨는 디타워에서 마곡 '원그로브'로 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자체 보유지나 시공 건물로 이동해 비용을 줄이고, 계열사는 통합하며, 개발지는 선점한다는 전략적 계산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위치 변화가 아니라 공간 전략의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본사는 기업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효율'이 우선시된다. 분산된 조직을 물리적으로 모으고, 불필요한 임대차 비용을 줄이며, 개발과 운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사옥은 단순한 주소지가 아니라 기업 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알스퀘어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이 흐름을 프롭테크 방식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알스퀘어는 성동구 엔터식스 한양대점을 새 업무 거점으로 삼았다. 엔터식스는 쇼핑몰에서 오피스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GRE파트너스와 공동 투자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 임차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기반의 리모델링 전략, 투자 자문, 마스터리스, PM/LM 그리고 가구/가전 대행까지 포함하는 풀사이클 부동산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 부동산, 공간에서 전략으로

 

얼마 전만 해도 공실에 시달리던 쇼핑몰이었지만, 이제는 녹십자그룹과 다수의 IT/BT 기업이 입주하는 활기찬 복합업무시설로 변모하고 있다. 더불어 스타우드캐피탈의 국내 첫 오피스 투자처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알스퀘어는 자사의 전문 디자인 조직과 리서치 인력을 적극 동원해 이 공간을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기획과 밀착 관리가 실현되는 생생한 현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프롭테크가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이와 같다. "사옥은 왜 존재하는가?" 이에 대한 정답은 고정돼 있지 않으며, 시대와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옥은 '전략'이며, 물리적 건물이 아닌 다기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심을 떠나 외곽으로 향하는 움직임도, 상업시설을 오피스로 탈바꿈하는 시도도 본질은 동일하다. 즉 공간의 쓰임을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입히는 창의적 재해석의 과정인 것이다.

 

알스퀘어의 실험은 단순한 공간 이전이 아니라 '사옥'이라는 개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혁신적 과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롭테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공간을 새롭게 읽고 다시 쓰는 통합적 해석의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는 메타버스 시대에도, 왜 우리는 '사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 답은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담아내는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 프롭테크, 사옥의 의미를 다시 쓰다

 

프롭테크의 미래는 이처럼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해 기업의 철학과 구성원의 필요 그리고 시장의 요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지점에서 찾아야 한다. 당신의 회사는 공간을 단순히 소비하고 있는가,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사옥이 주는 메시지가 당신의 비즈니스 철학과 일치하는가. 공간은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창조할 전략적 자산임을 기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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