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2025년 미국 정치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기념하거나 찬양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전례 없이 확장되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트럼프의 이름과 이미지를 미국 사회 곳곳에 남기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미국 정치문화의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트럼프의 영향력과 상징성이 얼마나 막강한지, 그리고 미국 정치문화가 얼마나 ‘충성 경쟁’과 상징정치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트럼프 250달러 지폐’·‘트럼프 트레인’…'트럼프 찬양 법안' 이례적 봇물
대표적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조 윌슨 하원의원은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를 넣은 250달러 지폐 발행 법안을 발의했다. 윌슨 의원은 “가장 가치 있는 지폐에, 가장 가치 있는 대통령”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법안에는 플로리다의 그렉 스투비, 뉴욕의 엘리스 스테파닉 등 다수 공화당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현행 미국법은 살아있는 인물의 초상화를 화폐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
텍사스의 브랜던 길 의원은 100달러 지폐에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를 넣자는 ‘2025년 황금시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트럼프의 2023년 머그샷(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구금 당시 촬영된 사진)을 지폐에 넣자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논란이 컸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외에도 플로리다의 그렉 스투비 의원은 워싱턴 D.C.의 대중교통기관(WMATA) 명칭을 ‘워싱턴 광역 접근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당국(WMAGA)’으로 바꾸고, 지하철 노선을 ‘트럼프 트레인(Trump Train)’으로 개칭하지 않으면 연방 지원을 끊겠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 역시 트럼프의 대표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활용한 것이다.
그는 이 법안이 “관료주의적 침체로부터 대중 친화적인 탁월성과 애국심을 향한 문화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공항·국경일·러시모어산까지…트럼프 이름 남기기 경쟁
이외에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을 ‘도널드 J.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개명하는 법안,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6월 14일)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법안, 러시모어산에 트럼프의 얼굴을 새기자는 법안 등 최소 8건의 ‘트럼프 찬양법’이 2025년 상반기 의회에 발의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퇴임하거나 사망한 뒤에야 공공기관·화폐·기념일 등에 이름을 붙이는 미국의 관례와도 배치된다. 실제로 로널드 레이건 국제공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등도 모두 퇴임 후 명명됐다.
즉 이런 추세는 미국 정치문화의 ‘상징정치’와 ‘개인숭배’ 경향이 극단적으로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역대 대통령들도 퇴임 후 기념물이나 화폐, 공공기관 이름에 등재된 전례는 있지만, 재임 중 혹은 생존 중에 이런 시도가 이처럼 조직적으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
이는 트럼프의 정치적 파워와 공화당 내 영향력이 전례 없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충성 경쟁”과 정치적 상징성…실제 통과 가능성은 낮아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은 “이들 법안은 실제로 법제화될 가능성은 작지만, 공화당 내에서 누가 트럼프에게 더 충성적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경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전직 하원의원 찰리 덴트는 “정치인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퇴임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업적과 역사적 평가가 정리된 후에야 적절하다”며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첨예한 시기에 이런 법안이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이런 법안들은 실제 법제화 가능성보다는, 트럼프가 현직에 있을 때부터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었다는 이미지를 조기에 고착시키고, 트럼프 반대 진영에 “지금은 트럼프의 시대”라는 정치적 우위를 과시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트럼프의 리더십과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개적 신임 표명이며, 당내 결속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트럼프의 ‘상징 정치’와 미국 정치문화의 변화
2025년 미국 의회에서 쏟아지는 ‘트럼프 찬양법’은 트럼프의 정치적 파워와 공화당 내 입지, 그리고 미국 정치문화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법안 통과 가능성과는 별개로, 트럼프의 이름과 이미지를 둘러싼 이례적 현상은 미국 사회의 분열과 충성 경쟁, 그리고 상징 정치의 극단화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즉 트럼프 개인의 이미지를 신화화하고, 그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결집을 노리는 매우 계산된 정치 행위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