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야심작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2025년 7월 1일 공식 개장한 가운데 국제 관광시장에서의 존재감 부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리조트의 실제 현장에서는 ‘텅 빈 해변’과 ‘초호화 맞춤 서비스’라는 상반된 풍경이 동시에 나타나며 이중적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9년에 걸친 건설 끝에 최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화 리조트와 백사장, 각종 부대시설을 내세우며 국제적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노렸지만, 개장 1개월여가 지난 현재 그 실상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바로 “텅 빈 해변, 단독 특급대우, 그리고 미완의 시스템”이 현장을 찾은 러시아인들의 증언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초호화 해변, 단 13명이 전세…“세상에서 가장 귀한 대접”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개장 이후 첫 외국인 단체관광객은 러시아인 13명이었다. 이들은 평양을 경유해 1주일짜리 ‘평양+원산 패키지’(북한 당국 1400달러+러 여행사 3만5000루블)를 이용, 총 2000달러(278만원)를 지불했다. 패키지에는 식사, 항공(또는 기차) 등 기본 교통비가 포함됐고 간식·부가레저 등은 별도였다.
예정과 달리 현지 교통사정(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방문과 겹침)으로 왕복 항공 대신 10시간짜리 기차 여행을 추가로 경험했으며, 항공료 200달러는 환불받았다.
러시아 관광객 상당수는 “해변 전체에 우리 일행만 있었다. 호텔·레스토랑 등에서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손님’처럼 맞춤 서비스를 받았다” “휴대용 스피커, 야외의자, 브리오슈 번 등을 요청하면 즉각 응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속과 미완의 시스템…선불 결제, 무료 서비스·가격 ‘북한식’
결제는 현지에서 루블화가 통용되지 않고, 달러·유로·위안화로 예치한 금액을 전자팔찌로 사용하는 시스템. 맥주 한병 0.60달러(830원), 얼굴 마사지 15달러(2만1000원), 제트스키·쿼드바이크 등은 “얼마 받는지 모른다”며 무료로 체험도 가능했다.
현지 직원들이 요청에 신속 대응했으나, 미화원이 ‘방해하지 마시오’ 팻말을 무시하고 출입하거나, 온수 조절이 제멋대로인 등 숙련도는 떨어졌다.
최고가 기념품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플라스틱 모형으로 465달러(64만6000원)였고, 와이파이 사용은 10분당 1.7달러(2400원) 수준. 내국인과 외국인 해변은 철저 분리됐으며, 워터파크·온수풀장 등은 외국인 출입이 금지됐다.

“모든 게 새것”… 그러나 ‘절반의 완공’, 낮은 인원-대조적 풍경
여행객들은 “시설물에서 새 건물의 냄새가 나고, 숙소·편의시설 대부분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성사진상 상당 부분이 미완공 상태이며, 실제 수용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2만명 동시 수용시설을 자랑했지만 실제 이용객은 러시아 단체 외 거의 전무했다. 북한 당국은 당분간 외국인 손님 수용을 제한하거나 러시아를 중심으로 시험운영 중이다.
WSJ 등은 “북측이 연간 100만명 이상 방문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실은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측은 블라디보스토크-원산 간 직항편 개설도 검토 중이지만, 현재 수준으론 ‘관광 대신 홍보, 체험 아닌 경험’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 국제 제재 돌파구 삼아…여행객 독특, 호기심에 주목”
해외매체들은 “북한이 외화벌이와 체제 선전, 국제관광 부흥을 노려 잇단 개방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실제 이용객 체감은 ‘호기심’만이 가득한 이색 체험”임을 지적한다. 인권단체는 대규모 리조트 건설 과정에서의 노동자 인권침해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관광에 다녀온 러시아인 다리아 줍코바, 아나스타샤 삼소노바 등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 대량의 사진과 영상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었다”, “여행 이후 북한에 가고 싶다는 지인이 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