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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내궁내정] 영화 ‘마티 슈프림’ 미국을 해부하다…탁구와 나르시시즘, 그리고 미국의 정체성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최신 영화 ‘마티 슈프림(Marty Supreme)’이 화제다.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를 넘어, 현대 미국의 정체성과 사회적 심리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5년 12월 24일자 워싱턴포스트 오피니언 기사(“If you want to understand America, watch ‘Marty Supreme’")에 따르면, 이 영화는 “미국이 왜 세계의 중심이자 동시에 많은 국가들이 경외와 혐오를 동시에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탁구와 미국의 상징적 장애물

 

‘마티 슈프림’은 1950년대 탁구 실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마티 라이스먼의 삶을 바탕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는 마티 마우저(티모시 샬라메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인들이 대체로 관심을 두지 않는 탁구라는 종목을 선택한 마티는, 이 장애물을 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홍보와 자기 확신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의 나르시시즘과 자기중심성은 주변인들을 지치게 만들며, 자신이 특별하다는 믿음은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미국적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

 

수치로 본 영화의 반향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봉 첫 주말 87만5000달러(약 12억원), 총 수익은 315만8000달러(약 44억원)로, 제작비(7000만 달러) 대비 다소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한적 개봉임에도 평균 극장당 흥행액은 2025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로튼 토마토 95%의 ‘Certified Fresh’ 등급을 받았으며, 주요 매체들은 “티모시 샬라메의 강렬한 연기”, “미국 꿈의 이면을 날카롭게 조명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10대~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화 속 패션과 탁구 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꿈의 이면, 나르시시즘과 파괴적 열정

 

영화는 마티의 성공을 단순히 긍정하지 않는다. 그의 나르시시즘과 자기중심성은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관계를 파괴하며, 때로는 자기 자신마저 위험에 빠뜨린다.

 

그러나 동시에, “단지 멈추지 않는 것”이 미국 꿈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티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무조건 돌진한다. 이는 “패배를 거부하는 태도가 일종의 갑옷이자 면죄부”가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 미국의 미래


‘마티 슈프림’은 미국 사회의 또 다른 얼굴, 즉 “자기중심성과 파괴적 열정이 혁신과 성공을 낳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객은 마티의 성공을 응원하면서도, 그가 주변에 끼치는 피해와 자기파괴적 면모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는 미국 꿈이 단순한 성공과 부의 추구를 넘어서, 자기성찰과 공동체적 책임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론: 미국의 정체성을 해부하는 영화

 

‘마티 슈프림’은 탁구라는 소재를 통해 미국 사회의 근본적 정체성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영화는 미국 꿈의 이면에 숨은 나르시시즘과 파괴적 열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날카롭게 조명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미국이 왜 세계의 중심이자 동시에 많은 국가들이 경외와 혐오를 동시에 느끼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영화 ‘마티 슈프림’을 보라〉

 

워싱턴포스트 오피니언 전문 번역

by Will Leitch
2025년 12월 24일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왜 전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이 미국처럼 되고 싶어 하면서도 때로는 미국을 견디지 못하는지 알고 싶다면, 새 영화 ‘마티 슈프림(Marty Supreme)’을 봐야 한다.

 

1950년대 탁구 실력으로 일정한 명성을 얻었던 마티 라이스먼의 삶을 느슨하게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자신이 차세대 미국의 위대한 스타 운동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마티 마우저를 보여준다. 이 깡마른 아이의 종목이 대부분의 미국인이 관심을 두지 않는 탁구라는 사실은 마티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장애물일 뿐이다. 만약 ‘마티 슈프림’에 어떤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마티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며, 그 장애물의 대부분은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티모시 샬라메가 훌륭하게 연기한 마티의 특징은 그가 환상적인 탁구 선수이자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자기 홍보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주변을 괴롭히는 골칫덩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를 아끼는 실수를 범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해당된다.

 

마티에게는 네 가지 목표가 있다. 부자가 되는 것, 최고가 되는 것, 유명해지는 것, 그리고 부유하고 최고라는 사실로 유명해지는 것이다. 그는 이 목표를 쫓아 앞뒤 가리지 않고 세상 속으로 돌진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영웅적 여정의 조연으로 취급하고 필요에 따라 버린다. 여기에는 불륜 관계인 유부녀 소꿉친구(오데사 아지온), 그에게 매료되면서도 혐오감을 느끼는 원로 여배우(기네스 팰트로), 마티를 싫어하지만 비즈니스적 가치를 알아보는 초부유층 후원자(‘샤크 탱크’의 미스터 원더풀로 알려진 케빈 오리어리), 그리고 그와 마주치는 불운한 모든 이들이 포함된다.

 

마티를 움직이는 힘은 부분적으로는 그의 재능이지만, 대부분은 아무리 계획이 없어도, 아무리 많은 실수를 저질러도, 아무리 많은 사람을 짓밟아도 결국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에서 나온다. 마티는 자신이 실패할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한 대목에서 “그런 건 내 의식 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패배를 거부하는 그의 태도는 일종의 갑옷이자 면죄부다. 단기적으로 그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결국 자신의 궁극적인 승리와 지배에 대한 이야기의 배경이 될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이는 상당 부분 샬라메의 장엄한 연기 덕분인데—마티의 구제 불능인 나르시시즘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그를 응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너무나 갈구하기 때문에, 차라리 그에게 그것을 주고 상황을 끝내고 싶게 만든다. 그는 자신의 삶에 등장하는 다른 모든 이들을 지치게 하듯 관객마저 지치게 한다. 그는 자신이 특별하며, 누구도 자신과 같은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타고나지 않았고, 이것이 자신이 태어난 목적이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사고방식으로 구동된다. 그를 부정하는 것은 운명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러한 성격적 특성이 파괴적인 만큼이나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논리를 조용히 펼칠 만큼 영리하다. 주인공 중심의 나르시시즘 속에는 사실 광기 어린 천재적인 진실이 담겨 있다. 세상의 진정한 승자는 좋든 싫든 단순히 굴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그들은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 특별한 것, 혹은 위대한 것을 해낼 때까지 밀어붙인다.

 

영화는 나쁜 소식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불굴의 의지, 합리적인 상식 앞에서도 역경을 팽개치는 능력이 그 자체로 일종의 초능력이라는 점을 미묘하게 시사한다. 스스로 무적임을 확신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게 만들 수 있다.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고, 최고가 되고, 승리하는 방법은 단순히 멈추지 않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사과할 순간조차 갖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티 슈프림’은 이러한 세계관을 지지한다기보다, 미국에서는 그것이 자명한 사실임을 일종의 방식으로 수용한다. 마티만큼 간절히 성공하고 싶다면(로어 이스트 사이드 출신의 유대인 소년인 그는 자신이 ‘히틀러 패배의 궁극적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뻔뻔함까지 갖췄다), 자아 성찰도, 의구심도, 약점의 인정도, 후회도 없어야 한다.

 

마티는 그가 사랑하는 조국처럼 자신이 특별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아무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믿는다. 그의 말이 맞을까? 마티는 자신이 멈추지 않고 계속 밀어붙인다면 자신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결국 승리할 것이고, 승리가 곧 그를 옳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필자가 아주 오랜만에 영화에서 본, 현재 그리고 영원한 미국에 대한 가장 간결한 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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