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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Moonshot-thinking] ‘프롭테크’는 반복되는 도시 리듬을 바꾼다

 

“이게 2025년 맞나요?”

 

서울 영등포의 한 스타트업 사무실에서 마주한 이덕행 랜드업 대표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그는 책상 위에 엑셀 파일 수십 개를 펼쳐놓고 덧붙였다. “아직도 부동산 개발은 사람이 손으로 수치를 계산하고, 오류가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죠.”

 

그의 옆, 모니터 속 서비스를 보며 다시 한 번 놀란다. 주소 하나만 입력하면 15페이지짜리 사업성 분석 보고서가 몇 분 만에 완성되는 시대. ‘반복’은 기계에게 넘기고, ‘판단’은 사람의 몫으로 남기는 흐름이다. 그 짧은 장면에서 글의 주제를 떠올렸다.

 

지난 3개월여간, 프롭테크 생태계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창업자 12명을 만났다.

 

랜드업, 파이퍼블릭, 디스코, 삼삼엠투(스페이스브이), 아키스케치, 포비콘, 데브올컴퍼니, 클라우드앤, 이제이엠컴퍼니(우리가), 지오그리드, 레디포스트, 컨텍터스. 세부 영역은 달랐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건드린 지점은 명확하다. 반복을 줄이고, 관계를 정비하며, 구조를 새로 짜는 기술의 등장이다.

 

주소 하나, 수작업의 끝: 반복을 바꾸는 기술들

 

“사업성 검토만 일주일, 그 사이 기회는 남의 손에 넘어갑니다.” 이덕행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주소를 입력하면 입지·수익성·시공성 등을 정량 분석한 보고서를 자동 출력해주는 시스템이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실무 흐름 자체를 바꾸는 워크플로우 혁신이다.

 

같은 맥락은 송중석 포비콘 대표에게서도 이어졌다. 그는 건축 도면 물량 산출에 AI를 접목해, 수작업 10시간을 20분으로 줄였다.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지 않아요. 시간의 구조를 바꿀 뿐이죠.” 그의 말처럼, 혁신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판단 시점을 앞당겼다.

 

이장규 데브올컴퍼니 대표는 이를 ‘AI 부사수’라고 불렀다. 계약·청구·수납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기술을 “경영진이 아닌, 실무자 옆에 앉은 조용한 조력자”로 정의한다. 기술은 사람 사이에 있었다.

 

데이터의 민주화, ‘정문’을 연 사람들

 

“왜 투자 정보는 늘 기관에만 있죠?” 이호승 파이퍼블릭 대표의 질문에서 시작된 변화다. 성과 기반 수수료, AI 기반 자산 리스크 분석 플랫폼 ‘리얼리틱스’를 통해 그는 부동산 간접투자의 장을 열었다. 정보는 권력이 아닌,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부동산 정보가 소수의 것이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투명성이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죠.” 배우순 대표의 디스코는 실거래가·매물 정보를 지도 위에 올렸다. 그 위로 사람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연결하고, 설명을 붙였다. 정보는 도구를 넘어 커뮤니티의 바닥이 된다.

 

김정석 대표의 클라우드앤은 건물 내부의 온도·전력·설비 상태를 24시간 감지하는 IoT 기반 ‘디지털 닥터’를 만들었다. 건물이 살아있다면, 그 건강 상태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의사이자 관리자 역할이다. 데이터는 도시에 감각을 부여하고 있었다.

 

조합 총회를 하려면, 여전히 우편을 보내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윤의진 이제이엠컴퍼니 대표는 “조합원 한 명이 도장을 찍지 않으면 총회 무효”라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래서 전자 총회 플랫폼을 만들었다. 도시정비 사업의 숨은 행정을 기술로 걷어낸 것이다.

 

정주 대신 체류, 관계를 다시 짓는 플랫폼들

 

프롭테크는 ‘머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박형준 삼삼엠투 대표는 보증금 33만 원에 단기로 머무는 주거 플랫폼을 만들었다. “1인 가구, 프로젝트 워커, 청년층에게는 정주보다 유연한 체류가 필요해요.” 집은 소유가 아닌, 경험이 되고 있다.

 

이주성 대표의 아키스케치는 3D 인테리어 설계를 누구나 할 수 있게 만들며, 디자인을 깃허브처럼 공유하게 했다. “디자인도 오픈소스가 될 수 있죠.” 창작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발상 전환이다.

 

신동훈 컨텍터스 COO는 중소형 건물 운영에 ‘둥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물리적 거점과 디지털 플랫폼을 결합해 5분 내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건물은 보살핌이 필요해요. 기술은 그 돌봄을 가능하게 하죠.”

 

기술은 반복을 줄이고, 관계를 다시 짓는다

 

이들에게 늘 비슷한 말을 들었다.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확장시키는 것.” 그리고 그 말이 단지 겸손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이들의 기술은 실제로 사람의 능력을 확장하고, 관계를 복원하며, 구조를 개선한다.

 

랜드업의 주소 입력 시스템은 중소 시행사에게 대기업 수준의 분석 도구를 제공했다. 파이퍼블릭과 디스코는 정보의 벽을 허물어 투자와 거래의 문턱을 낮춘다. 레디포스트(총회원스탑)과 이제이엠컴퍼니(우리가)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바꿨다. 삼삼엠투와 아키스케치는 소유와 창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프롭테크는 도시에 질문을 하고 있다. 반복을 견딜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그 질문에 해답을 얻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의 도시 리듬은 이전과 다르다. 빠르지만 인간적이고, 효율적이지만 연결고리는 끈끈하다.

 

도시는 여전히 반복된다. 기계가 맡은 반복은 사람에게 새로운 시간을 선물하고, 사람이 만든 관계는 기계에게 목적을 부여한다. 낡은 리듬 위에 새로운 박자를 얹는 기술. 그 리듬이야말로, 다시 도시에 기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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