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스코틀랜드 헤리엇-와트 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암컷 톱벌의 산란기관(산란관)이 가진 놀라운 절단 메커니즘이 외과 수술 도구의 혁신적인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자연의 정교한 '생물학적 왕복 톱'은 센서나 전자 제어 없이도 절단해야 할 조직과 보호해야 할 중요한 조직을 기계적 설계로 본능적으로 구분하는 독특한 원리를 보여준다.
bioRxiv, PubMed, Heriot-Watt University, The Telegraph, The Independent, BJS Open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톱벌의 절단 메커니즘을 400배 확대해 인간 조직을 모사하는 합성물질에서 시험한 결과, ‘최종 응력 한계(ultimate stress threshold)’ 이내의 재료만 깔끔하게 절단하고, 이를 초과하는 조직은 손상 없이 밀어내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렇게 톱벌은 조직의 강도 차이에 따른 자동 선택 절단을 구현해 식물 내부의 중요 수분·영양 운반관을 피하며 산란한다. 이는 기존의 복잡한 센서 제어나 컴퓨터 통제를 필요로 하는 수술기구와 차별화된다.
헤리엇-와트대 공학부의 마크 데스뮬리에즈 교수는 “복잡한 수술에서 현존하는 도구들이 종종 한계에 봉착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자연적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받은 외과 도구는 생명의 핵심 조직들을 본능적으로 피해가면서도 필요한 부위만 정확히 절단하는 기능을 가능케 해 수술 중 실수를 크게 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혈액으로 인한 시야 방해와 미세한 조직 손상 위험이 높은 신경외과 수술 등 정밀 절단이 필수적인 분야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두 종의 톱벌, Rhogogaster scalaris와 Hoplocampa brevis의 산란관을 고성능 전자현미경과 3D 이미징으로 분석해 다양한 치아 구조가 각기 다른 조직 층에 맞게 특화되어 있음을 밝혔다. 이런 구조적 다양성은 8000여종이 넘는 톱벌 종들의 진화적 적응에서 나타난 것으로, 여러 조직 타입에 맞춘 다양한 맞춤형 외과 수술 도구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5년 외과 전문의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86%가 혈액 축적으로 인한 시야 제한이 수술 실수를 높인다고 응답했으며, 80%가 불필요한 조직 손상 우려를 표했다. 57%는 표적 조직과 주변 구조물을 구별할 수 있는 더욱 정교한 도구 설계 요구를 나타냈다. 이러한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는 이번 톱벌 유래 절단 메커니즘 연구가 실용적 가치가 크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현재 의료용 수술 도구 시장은 AI, 로봇 공학과 복잡한 전자기술 통합에 치중하는 추세지만, 이 톱벌 유래의 수동적 절단 원리는 별도의 전자 센서나 컴퓨터 제어 없이도 뛰어난 선택성을 구현하여 저비용, 고신뢰성 도구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자연의 진화 과정에서 수백만 년간 다듬어진 미세 기계 구조가 인류 의료 현장에 실질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헤리엇-와트대 및 국제 곤충학계의 협력하에 진행됐다. 향후 의료기기 업계의 응용 연구와 임상 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증명되면, 정밀외과, 신경외과, 혈관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수술 도구 출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