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한국 라면 시장은 ‘매운맛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극한의 매운맛을 내세운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맵부심’이 강해지면서 라면업계는 스코빌 지수(Scoville Heat Unit, SHU)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코빌 지수는 고추에 포함된 캡사이신의 농도를 수치화한 단위로, 수치가 높을수록 더 매운 맛을 의미한다.
국내 라면 스코빌 지수 TOP 10
최근 국내 주요 라면의 스코빌 지수를 정리한 것이다. 이 수치는 라면제조사와 라면 전문 사이트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다.
1위는 아름의 염라대왕라면으로 스코빌 지수가 2만1000에 달한다. 2위는 금비유통의 불마왕라면(1만4444), 3위는 팔도 킹뚜껑(1만2000), 4위는 삼양의 핵불닭볶음면(1만), 5위는 팔도의 틈새라면(9416)으로 조사됐다.
6위~10위는 하림 장인라면 맵싸한맛 8000, 농심 신라면 더 레드 7500, 농심 앵그리 너구리 6080, 삼양 맵탱 3종 6000, 오뚜기 열라면 5013으로 파악됐다.
국민 매운라면 '불닭볶음면(삼양)'은 4404 SHU, 국민으로 알려진 '신라면(농심)'은 3400 SHU로 한때 매운맛의 대명사였으나 최근 들어 더 강력한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TOP10 순위에도 들지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매운맛의 기준, 스코빌 지수란?
스코빌 지수는 1912년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개발했다. 고추 추출물을 물에 희석해 사람이 매운맛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의 희석 배수를 측정한 것이 시초다.
최근에는 HPLC(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등 첨단 장비로 캡사이신 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참고로 청양고추는 4000~1만2000 SHU, 멕시코산 할라피뇨는 2500~1만 SHU,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페퍼X’는 318만 SHU에 달한다.
글로벌 매운 라면 트렌드
한국 라면의 매운맛은 해외에서도 ‘K-스파이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삼양의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 매운 라면 챌린지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으며, 최근에는 더 강력한 ‘핵불닭볶음면’(1만 SHU)과 ‘킹뚜껑’(1만2000 SHU) 등도 해외 매운맛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다. 말레이시아의 ‘대박 유령고추 불닭볶음 컵라면’(1만2000 SHU) 등 글로벌 브랜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운 라면, 건강에는 괜찮을까?
매운맛은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과도한 섭취는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 소화불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연구에 따르면, 캡사이신 자체가 암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과다 섭취 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적당한 섭취가 권장된다.
한국 라면 시장은 ‘매운맛’이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스코빌 지수 2만을 넘는 ‘염라대왕라면’부터, 국민라면 ‘신라면’(3400 SHU), 그리고 글로벌 히트작 ‘불닭볶음면’(4404 SHU)까지, 매운맛의 스펙트럼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강력한 매운맛을 향한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