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2025년 11월 발생한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소환됐으나,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핵심 임원들이 불출석하자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국민 무시”라며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번 청문회는 쿠팡의 실질적 책임자들이 불참하면서 외국인 임원 2명만 출석해 사실상 파행으로 끝났으며, 언어 장벽과 상투적인 답변만 반복되며 국민적 분노가 가중됐다.
청문회, 외국인 대표만 출석…국민 분노 쇄도
17일 열린 청문회에 쿠팡 측은 미국인 해롤드 로저스 신임 대표와 브렛 매티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증인으로 내세웠으나, 두 사람 모두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질의응답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다. 로저스 대표의 통역사는 “한국어를 전혀 못 한다”고 밝혔으며, 매티스 CISO의 통역사는 “장모님, 처제, 아내, 안녕하세요 정도만 한다”고 답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영어 수업 같다”, “시간 낭비”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김범석 의장은 “170여개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CEO로서 부득이하게 출석이 어렵다”는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글로벌 CEO란 이유로 불출석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메타의 저커버그, 아마존의 베이조스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직접 출석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도 “김 의장이 5번에 걸쳐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분노하면 그 기업은 온전하지 못하다”고 경고했다.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보안 시스템 허술 지적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3,370만명에 달하며,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 배송지 전화번호 등이 노출됐다. 다행히 결제 정보나 신용카드 번호는 유출되지 않았으나, 해외 서버를 통해 올해 6월 24일부터 5개월간 무단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은 초기에 4,536건만 유출됐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3,370만건으로 정정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내부 보안 시스템이 허술해 업무상 접근 권한을 남용한 직원이 서명키를 복사해 유출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조직적 자료 삭제 정황…공정위 조사도 병행
쿠팡은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당시 조직적으로 내부 자료를 삭제한 정황도 포착됐다. SBS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공정위 현장 조사가 있을 때 정보보안팀이 직원 PC에서 관련 파일을 삭제했고, 이후 392개 이메일도 삭제하도록 요청했다. 쿠팡 측은 “해임된 전 임원이 불만을 갖고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반박했으나,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했다.
국민 여론, 공정위 강제조사 찬성 68%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68%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강제조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회원 탈퇴 절차의 복잡성과 다크패턴(소비자 불이익 유도) 의혹도 제기되며, 공정위는 쿠팡에 회원 탈퇴 절차 개선과 이용약관 재검토를 요청했다.
청문회, 보상안 발표와 패스키 도입 약속
쿠팡 측은 청문회에서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에도 ‘패스키(passkey)’ 도입을 약속했다. 패스키는 비밀번호 대신 얼굴·지문 등 생체인식이나 핀(PIN)을 활용하는 인증 방식으로, 해킹·탈취 위험이 낮다. 그러나 김 의장의 책임 소재와 직접적인 입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여야 충돌, 김병기 오찬 의혹도 불거져
청문회에서는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의 오찬 의혹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가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직접 해명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정쟁’으로 규정하며 반박했다.
이번 쿠팡 청문회는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기업의 책임 회피와 조직적 은폐 시도, 그리고 국회와 국민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가 낱낱이 드러난 자리였다. 향후 공정위 조사와 법적 책임, 그리고 보상 방안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