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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Moonshot-thinking] 개와 고양이가 바꾼 상업용 부동산 공간혁명

4집 중 1집 반려가구,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네 발 혁명’
공유오피스 업계, ‘펫 스테이션’ 공간 배치 등 변화 대응
스타필드, IFC몰 등 유통업계도 반려동물 동반존 적극
펫캉스도 자리잡아…경주 ‘키녹(Kinock)’ 대표 사례

 

꼬리를 흔들며 사무실 복도를 누비거나, 쇼핑몰 카페에서 ‘멍푸치노’를 마시는 반려견의 일상이 낯설지 않다. 작은 발톱 소리가 도시 공간의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4가구 중 1가구(26.7%)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지금,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네 발 혁명’이 시작됐다. 1546만 명의 반려인구가 만들어내는 펫코노미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공간의 가치와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오피스, ‘펫 프렌들리’가 경쟁력이다

 

직장에서의 변화는 극적이다. 2025년 3월 기준 국내 최소 630개 기업이 반려동물 동반 출근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2040세대 중심의 펫팸족 확산과 맞물려 빠르게 늘고 있다. 하림펫푸드, 한국마즈, 펫프렌즈 등 펫 관련 기업들이 선도하였지만, 이제는 회사의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글로벌 사례를 보면 확실하다. 아마존은 2025년 기준 1만 5,000마리 이상의 반려견이 등록돼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Amazon Puppers Chat’이라는 전사적 커뮤니티까지 운영한다. 미국 HABRI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과 함께 출근하는 직장인의 91%가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83%는 ‘업무가 즐겁다’고 답했다. 펫 프렌들리 오피스는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우수 인재 확보와 장기 임차 유도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유오피스 업계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위워크 코리아는 대부분의 지점에 ‘펫 스테이션’을 설치했고,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은 반려동물 웰컴키트를 제공하고 전용 공간을 운영해 입주사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물론 추가적인 투자는 불가피하다. 바닥재 교체, 방음시설, 전문 소독 등 CAPEX와 OPEX 부담이 있지만, 테넌트 만족도와 장기 계약 유지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는 투자다.

 

◇리테일, ‘공존을 설계하는 공간’으로 진화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이미 반려동물 수요를 핵심 소비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타필드, 롯데마트, IFC몰 등 주요 쇼핑몰이 반려동물 동반 쇼핑을 허용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단순한 ‘출입 허용’을 넘어 ‘공존을 설계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코스퀘어의 ‘트라토리아 디 코코’는 정부 규제 샌드박스 특례 승인을 통해 국내 최초로 반려견과 실내 취식을 허용한 레스토랑이다. 닭 안심 도시락, 멍푸치노, 전용 의자와 식기까지 ‘반려동물의 경험’을 정교하게 기획한 이 공간은 차별화된 공간 전략의 좋은 사례이다.

 

스타벅스 일부 매장은 ‘펫 존’과 ‘일반 고객존’을 구분한 조닝(Zoning)을 통해 펫 프렌들리 전략을 구현하고 있다. 커피빈의 ‘퍼플 펫 멤버스’와 같은 회원제 도입도 주목할 만하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를 배려한 운영체계와 위생관리, 공간분리 전략이 병행될 때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의 효과는 분명하다. 체류 시간 증가, 매출 전환율 향상, 소비자 충성도 확보가 모두 가능하다. 월 평균 반려동물 양육비가 20만원 이상인 고소비층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시장의 고급화 흐름을 잡을 수 있는 기회다.

 

◇호텔, ‘펫캉스’로 수요를 재정의하다

 

숙박업계의 변화도 놀랍다.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 항공사가 반려동물 동반 여행 수요 증가에 맞춰 탑승 조건을 완화했고, 국내 호텔들도 펫 프렌들리 상품과 공간 운영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경주에 개장한 ‘키녹(Kinock)’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기존 소형견 위주 정책을 넘어 최대 45kg의 중·대형견도 수용 가능하며, 실내외 2500평 규모의 펫파크를 체급별로 분리 운영한다. 객실에는 반려견 전용 샤워 공간, 낮은 높이의 가구, 계단이 설치돼 있고, 펫보딩, 미용, F&B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정교한 경험 설계와 인프라 구축은 객단가 상승, 비수기 수요 창출, 감성적 가치 제공이라는 삼중 효과를 가져온다. 브랜드 충성도와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다.

 

각 자산 유형별로 반려동물 수용이 가져오는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피스는 펫 프렌들리 정책을 통해 우수 테넌트 유치와 장기 임차를 유도할 수 있다. 리테일은 체류 시간 증가와 매출 전환율 향상, 소비자 충성도 확보가 가능하다. 호텔은 객단가 상승과 비수기 수요 창출, 감성적 가치 제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이 더 이상 고객의 부속물이 아니라, 공간 선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전체 반려인구가 약 1,546만명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니즈를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모든 공간이 펫 프렌들리가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명확한 포지셔닝과 전략적 선택이다. 펫 프렌들리를 선택했다면 ‘중도반단’한 정책이 아닌, 정교한 기획과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펫코노미 시대의 상업용 부동산(CRE) 운영 전략은 작은 디테일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작은 디테일이 자산의 중장기 수익성과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 기반 전략 수립과 정성적 기획이 결합된 상업용 부동산(CRE) 운영이 필요한 시기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도시 생활이 일상이 된 지금, 부동산 업계의 전략적 사고도 함께 진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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