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K-팝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상하이 팬미팅이 12월 14일 예정일을 불과 48시간 앞두고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행사 주최사 메이크스타(MAKESTAR)는 공식 발표문에서 “여러 관련 부서와의 신중한 논의 끝에 불가항력에 따라 행사가 불가피하게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해외 언론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취소는 "중국 당국이 르세라핌의 일본인 멤버 사쿠라와 카즈하의 참가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당국이 제안한 조건은 한국인 멤버(윤진, 채원, 은채)만 행사에 참가하게 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국적을 기준으로 그룹을 분리하는 차별적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르세라핌 소속사 HYBE엔터테인먼트는 이 제안을 거부하고, 결국 행사 전체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던 중국 팬들은 전액 환불을 받게 됐으나, 항공권 및 숙소 예약 등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 교류 차단,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중국의 규제 확대
이번 르세라핌의 취소는 최근 한·일 갈등이 문화계까지 확산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중국 당국은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일본 대중문화 행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11월 중순 이후 중국 내에서 취소된 일본 문화 행사만 30건 이상에 달하며, 일본인 아티스트의 콘서트,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 페스티벌 등이 줄줄이 무산됐다. 예를 들어, 일본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상하이 콘서트는 공연 직전 취소됐고,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영화도 중국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중국 정부는 “일본의 대만 관련 발언이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훼손했다”며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으며, 여행 경보를 발령해 중국 국민의 일본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12월 한 달간 중국-일본 항공편이 40% 가까이 감소했고, 중국 여행사들의 일본 관광 상품 판매도 전면 중단됐다.
K-팝 그룹, 한·일 갈등의 희생양
르세라핌뿐만 아니라, 일본인 멤버를 포함한 K-팝 그룹들의 중국 내 활동도 줄줄이 제약받고 있다. ‘한일령(限日令)’이라 불리는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유입 제한 조치가 K-팝 업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 예정됐던 K-팝 그룹의 행사 중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경우, 행사 자체가 취소되거나 일본인 멤버만 배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이그룹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의 항저우 팬미팅에서는 일본인 멤버 켄신이 불참했고, iNKODE 엔터테인먼트의 일본인 연습생 행사도 취소됐다.
팬들의 분노와 문화 교류의 위기
이번 취소로 인해 중국 내 르세라핌 팬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웨이보 등 SNS에는 “왜 마지막 순간에 알려주는가? 이미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는데, 팬들의 노력과 비용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가?”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일 갈등의 여파가 문화 교류의 중심에 서 있는 K-팝 팬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면서, 문화 교류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예엔터분야 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한·일 외교 갈등이 문화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며, 글로벌 문화 교류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