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삶에서 필요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방식의 라이프 코칭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알아차림” 이다. 즉 코치는 상대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심연에 자리잡은 욕구를 알아차리게 함과 더불어 이를 구체화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객은 나 자신도 잘 몰랐던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욕구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게 되고, 진중한 고민과 성찰 과정을 거쳐 해결을 위한 실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결국 고객의 “알아차림” 만 성공한다면 이후의 과정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진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하지만 늘 그 알아차림이 어렵다. 고객의 입으로 고객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깊은 내공을 지닌 상위 코치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고객이 시작단계에서 정한 주제와 목표가 코칭 과정에서 변경이 되었다면 그것은 성공한 코칭이 될 확률이 높다.”
목표가 바뀌었다는 말은 표면적인 주제 속에 숨어있는 한단계 더 깊은 욕구를 알아차렸다는 말과도 같으며, 이때의 깊은 욕구는 같은 결 선상 에서의 보다 구체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생경한 욕구일 수도 있다.
이 경우 필자가 자주 듣는 고객의 피드백은 다음과 같다. “어라? 제가 사실 원하는 건 이게 아니라 저거였나 봐요.” 내면의 욕구를 깨닫는 순간이다. 만약 고객이 이러한 내면 욕구의 알아차림을 우연히 스스로 깨닫는다면 코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러한 행운은 지극히 드물게 찾아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심연의 욕구를 찾는 방법을 시도해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오늘은 이러한 욕구를 찾기 위한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코칭 대화를 하다 보면 간혹 옆길로 샌다 라는 느낌을 종종 받을 때가 있다. 오늘의 주제 및 목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에 상대방이 진심을 다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코칭의 배움에서는 이 경우 “지금 말씀하시는 부분이 오늘의 코칭 목표와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통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본래의 주제로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하곤 했는데, 지금 에서야 드는 생각이 그 때의 고객의 마음은 마치 주말에 푹 쉬고 월요일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과도 같았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 아무리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아도 마치 자석에 끌어당겨지듯이 옆길로 새 버리는 대화를 겪은 적이 있었다. 코칭의 시작은 분명 “지금껏 혼자 만의 자기개발의 시간을 갖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networking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데 막상 하자니 많이 망설여지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는 고민으로 시작하였으나, 자꾸 중간 중간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새 버리곤 했다.
그 강력한 자력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필자는 당시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기로 마음먹었고, 놀랍게도 끌려간 그곳에는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욕구가 숨어 있었다. 가족들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응원에 대한 결핍, 그리고 그럼에도 가족들과 잘 지내고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가 조심스레 자리잡아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고객의 자기개발 성향은 그러한 지원 부족의 환경에서 자연스레 꽃핀 재능이자 그러한 환경에서도 인정받기 위한 욕망의 열매였고, 고객이 언급하였던 networking에 대한 필요성은 드러내지 못한 가족과의 정상적인 소통 욕구를 감추는 가면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 이후로는 욕구의 자력을 믿게 되었다. 흘러가는 대로 흐름에 몸을 맡긴다면 고객이 알아채고자 하는 깊은 욕구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러다 필자는 또 한 번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개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기반으로 본인의 고유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강점 코칭을 진행하던 어느 날이었다. 분명히 본인의 요청에 의해 강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음에도 고객은 자꾸 본인의 강점 및 잘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했다. 마치 N극이 N극을 밀어내듯 해당 주제로 다가가려는 코치를 강하게 밀쳐내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 때 문득 필자의 머릿속에 깨달음이 찾아왔다. 욕구가 자석이고 현재의 상황이 N과 N의 밀어냄이라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은S극을 들이 밀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객의 “강점”을 N이라 했을 때, S로 대변될 수 있는 “약점”에 대한 이야기를 내민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본인의 약점에 대한 불안함과 긴장감이 쏟아져 나오며 그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작아져 있던 자존감과 자기 방어적 에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점이라는 존재를 찾고자 하는 욕망은 있었으나 그 위에 덮인 자기 부정의 negative 에너지가 “강점”이라고 하는 주제로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후 필자는 고객이 인지하고 있는 약점의 본질에 대한 주제로 코칭을 이어 나갔고 그 결과 어릴 적 몇 가지 사소했지만 유의미 했던 사건들에 의해 잘못 인지된 약점이 있음을 고객 스스로가 깨닫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약점 관련 세번의 세션 진행 후 비로소 강점에 대한 코칭을 시작할 수 있었다.
딸아이가 어느 날 유치원에서 자석을 선물로 받아온 적이 있다. 신이 난 딸아이는 벽에도 붙여보고 책장에도 붙여보고 쇼파니 냉장고니 닥치는 대로 이리저리 대보며 붙는지 안 붙는지 시험해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이내 “아빠 이거 봐. 여기 붙었어!” 라며 발견의 기쁨을 소리쳤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코칭의 과정 역시 고객의 욕구라는 이름의 자석에 어떠한 것들이 붙는지 알기 위해 다양한 재질의 질문들을 던져야 하며 여러가지 방식을 시도해 봐야 하겠구나. 그래야 고객으로 하여금 발견의 기쁨을 소리치게 할 수 있으리라.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