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도호쿠대학교가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뱀장어의 독특한 운동 메커니즘을 모사한 로봇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뱀장어가 심각한 척수 손상 이후에도 어떻게 조화로운 움직임을 지속하는지 밝혀내면서, 손상에 강한 자율 로봇 설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 연구는 2025년 8월 18일 세계적인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됐으며, 스위스 연방공과대학교(EPFL) 바이오로보틱스 연구소, 캐나다 오타와 대학교와 협력해 수학적 모델링,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리고 실제 로봇 실험을 통합한 다각적 접근법으로 진행됐다.
장어의 신장과 압력 감각의 핵심 역할
PNAS, bioengineer, TohokuUniPR, EurekAlert!, actu.epfl.ch, Phys.org, Yasui et al., EPFL BioRobotics Laboratory 연구, Tohoku University에 따르면, 연구진은 장어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두 가지 주요 감각, 즉 '신장'(stretch)과 '압력'(pressure) 신호를 통해 수중과 육상 환경에서 모두 운동을 조절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감각 신호는 신경계의 내재적 리듬과 함께 작동하며, 뇌와 척수가 완전히 분리되는 심각한 척수 손상에도 불구하고 신체 부위들이 독립적인 운동 리듬을 유지하며 조화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각 신체 부위가 독립적인 신경회로(Central Pattern Generator, CPG)처럼 동작하면서 신장과 압력 감각 피드백에 의해 리듬이 조율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로봇 실험에서 신장 피드백이 특히 수영 운동의 빠른 안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과 땅을 넘나드는 적응력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신경회로가 수영뿐만 아니라 육상에서의 기어가기 동작과 장애물 회피에도 적용되며, 이 신장 감각 피드백이 장애물을 밀며 추진력을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척추동물이 진화 과정에서 물에서 육지로 이동할 때 완전히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기보다 기존의 수영 신경회로를 유연하게 재구성했음을 시사한다.
도호쿠대학교 전기통신연구소의 아키오 이시구로 교수는 “수영 신경 회로가 육지 움직임도 지원한다는 발견은, 척추동물이 육지 이동에 새로운 신경회로 없이 기존 회로를 재활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척추 손상 후에도 살아남는 운동 기능
연구팀은 실제 장어의 척수 절단 실험과 모사 로봇 실험을 병행해, 심각한 부상이 발생해도 신체 부위들이 독립적으로 리듬을 생성하고 신장 및 압력 피드백을 활용해 척수 손상 부위를 넘어서도 움직임 동기화를 유지함을 입증했다. EPFL의 바이오로보틱스 연구소장 아우케 아이스피어트는 "뇌 기반 제어에 의존하지 않는 분산형 운동제어 시스템 설계에 본 연구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분산형 신경회로 모델은 물리적 손상에도 견딜 수 있는 자율 로봇 설계에 실질적 청사진을 제공하며, 재난 구조 현장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높은 견고성을 갖춘 로봇 개발에 기여할 전망이다. 동시에 인간 척수 손상 치료법 연구에 생체 모방적 통찰을 제시해, 분산된 감각-운동 통합 회복 프로토콜이나 신경 보철 개발에도 중요한 기여가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척추동물 진화, 로봇공학, 신경과학이 융합된 분야에서 운동 제어와 재활 및 로봇 내구성 설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