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1 (목)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Opinion

[방구석은 우주] '마음상처'엔 내면과의 소통, '경청'이 해답…"경청하려면 글을 쓰라"

AZ 임부장의 방구석 문화 체험기 (10)

 

나이 들어 아프면 힘들고 서럽습니다. 중년 아재에게 지난 추석이 그랬습니다. 초대하지않은 대상포진이란 손님이 방문했지요. 집안 면역 체계에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지난해부터 부모님과 장모님, 아내에 이어 저까지 연달아 대상포진에 걸렸습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기운이 빠져서 힘내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더군요. 그나마 추석 연휴와 국군의 날, 개천절 등 휴일이 많아서 회복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오랫동안 이어졌던 여름, 그 끝에서 만난 환절기 질병과 잘 헤어졌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이것저것 하기 귀찮은 날들이었지만 책 읽기에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침 독서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기도 했지요. 접한 몇 권의 책 중 김혜진 작가의 ‘경청’이란 소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인 추천으로 올 초에 구입한 후 펼쳐보지 못했는데, 어쩌면 이때 찬찬히 읽어보라는 신의 뜻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임해수라는 상담전문가가 소설 속 주인공이자 관찰자입니다. 어느날 출연한 방송에서 문제 많던 배우의 행실을 비난하는 발언을 합니다. 그 배우가 누구인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대본에 적힌 대로 말했던 것인데, 얼마 뒤 해당 배우가 자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언론사의 한 기자가 해수를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로 묘사한 기사를 쓰고, 이슈가 일파만파로 번집니다. 국민 상담사였다가 순식간에 살인자로 낙인 찍히게 된 그녀는 직장을 잃고, 남편과 헤어지고, 절친과도 멀어지게 됩니다.


홀로 남겨진 해수의 일상은 단조롭습니다. 1년이 넘도록 기자와 회사, 남편, 친구, 유가족 등에게 편지를 썼다 찢고,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것을 매일 반복하지요. 그러다 여기저기 상처 많은 들고양이 순무와, 순무를 무척 아끼는 초등학생 황세이를 만나게 됩니다. 해수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세이와 대화하며 활력을 되찾고, 세이와 함께 순무 구조작전에 나섭니다.

 

왠지 작품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과 닮았습니다. 그 책에선 김지영이란 인물 삶을 담담하게 돌아보면서 남성 중심의 기울어진 사회 구조 문제를 짚어냈었지요. ‘경청’에선 한 배우의 죽음으로 세상에서 고립된 상담사 임해수의 일상을 조용히 서술하면서 배려와 소통 부재의 사회상을 담아냅니다. 

 

소통의 기본은 다른 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게 바로 경청이지요.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 삶은 어렵습니다. 타인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가 우리에겐 없습니다. 상담전문가란 해수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몹쓸 행동으로 지탄을 받는 배우가 누구인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생각할 틈 없이 대본을 소화하기에 급급했습니다.

 

해수를 비판한 기자 역시 동일했습니다. 그는 해수의 사정에는 관심 없이 많이 읽힐 기사를 생산하는 데에만 집중했을 겁니다. 기사를 보고 해수를 적대시한 대중도, 해수 곁에서 도움을 주려다 떠난 남편과 친구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옳았던 생각과 말이, 이미 고립된 배우와 같이 되어버린 해수에겐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될 뿐이었지요.

 

어쩌면 유가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책 속에서, 또 이 사회 속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 쉽게 말을 내뱉는 보통의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가해자일지 모릅니다.

 

그래도 해수는 제법 괜찮은 인물인 것 같습니다. ‘괜찮은 만남을 가진 인물’이란 게 정확한 표현인 것도 같습니다. 국민 상담사로 유명했던 때에는 잊었던 경청의 의미를 순무, 세이를 통해 삶으로 제대로 깨달아가는 게 느껴집니다. 사실 사람들과 주변 동물들 때문에 생긴 상처로 늘 주변을 경계하는 순무, 부모님의 이혼과 반 아이들의 따돌림 가운데 외로워하는 세이는 해수가 바라보는 대상인 동시에 해수 자신입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자살한 배우의 생전 출연 영화들을 되새겨 보듯, 길고양이 순무와 외톨이 세이를 조용히 지켜보며 그들이 행동하고 말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순간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밀지요. 아마 배우의 죽음없이 쭉 잘 나갔더라면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가진 것을 잃어야만 얻게 되는 것도 있는 법이지요. 해수 개인으로선 다소 억울했던 사건이 그녀를 성숙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후기를 적다보니 무척 교훈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네요. 소설은 순무의 수술이 성공하고, 해수와 세이는 기존보다 훨씬 나아진 미래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마무리됩니다. 현실도 그럴 수 있을까요? 현실은 소설과 다르지요. 만약 실제였다면 해수는 자신을 나락에 빠뜨린 이들을 원망하며 저주하다 알코올중독자가 되고, 세이는 반 아이들에게 대들다 집단구타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시기를 놓친 순무는 끝내 회복되지 않은 채 죽고 말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기도 합니다. 기적과 같은 사례가 우리 주변에 전혀 없지는 않으니까요. 정말 어려운 경청이지만,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 속에서 이 소설보다 훨씬 더 멋진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끝으로 해수가 매일 썼던, 부치지 못한 편지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경청은 타인 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지요. 기자와 회사, 주변사람을 향한 원망과 자기 해명 중심이었던 해수의 편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을 이해하고 기존 자신의 태도를 사과하는 것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쓰면 쓸수록 더 많은 것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처럼 자기 감정을 글로 옮기는 것은 나 자신과 깊이 있게 소통하기 위한 중요한 행동입니다. 어쩌면 제가 쓰고 있는 이 글 또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요? 말과 글로 먹고 사는 홍보쟁이 아재가 한 말씀 드립니다. ‘경청과 소통을 원하는 자, 글을 쓸지어다!’

 

* ‘AZ 임부장’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못한 채 자기 멋에 빠져 있는 아재로, 공대 졸업 후 전공을 바꿔 20년차 기업 홍보맨으로 근근이 밥벌이 중이다. 책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에 파묻혀 한량처럼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Moonshot-thinking] '등기 정보의 숲에서 레이더를 켜다' 부동산 데이터 접근의 패러다임

부동산 등기 조회 업무가 변하고 있다. 위치 기반 검색 기능으로 원하는 건물의 등기정보를 클릭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잡한 주소 입력 과정이 필요했던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이다. 업무 시간을 대폭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종로 사직로에 있는 건물 10개의 등기를 조회하려면 보통 30분은 걸립니다. 일일이 주소를 확인하고 입력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위치 기반 서비스는 클릭만 하면 돼요. 5분이면 충분하죠." 종로구의 한 법무법인 실무자 A씨는 매일 수십 건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며 부동산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에게 이 새로운 서비스는 드라마 '파친코'에서 선자와 고한수가 일본에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견뎌내던 인고의 시간에서 벗어나게 해준 현대적 해결책과 같다." 위치 기반 검색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건물의 소유주, 담보권 설정 여부, 권리관계 등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금융권, 법조계도 변화에 주목한다. 시중은행 여신심사역 B씨는 "담보 평가를 위해 하루 수십 건의 등기를 확인하는데, 대량 검색 기능은 업무 시간을 크게 줄여줄 것

[마음공간] "‘너무’라는 두 글자에 너무 빠지지 마세요"…안분지족과 대충대충의 균형사이

여러분은 마음 속 어떤 공간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집니다. 풍요롭나요? 아님 빈약한가요? 실질적 물질적 공간도 아닌데 측정할 수 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고 나름의 주관적 잣대로 상대적 계량을 충분히 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음… 저는 시시각각 유동적인 것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광활해지고 싶은 그 공간이 한동안은 풍성하진 않아도 윤택했으나 지금은 좀 줄어들어 허한 느낌입니다. 다시 차곡차곡 또 저만의 노하우와 마음가짐으로 여길 채워야겠죠.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38번째 주제는 ‘더 많은 부를 얻으려 너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입니다. 전광석화의 속도는 아니나 쓱 눈을 흘겨본 첫 느낌은 ‘오늘은 사서삼경 맹자공자인가~ 이게 뭐야’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정독의 속도로 시선을 집중해보니 ‘너무’라는 두 글자가 확 와닿긴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책은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간의 자산은 세 등급인데 첫째는 건강, 도덕, 인경 등 둘째는 재산과 소유물 그리고 셋째는 명예, 명성같은 타인에게 주는 인상‘으로 정의했습니다. 이 세가지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호 조

[마음공간] 소유가 주는 행복의 척도…비교가 잉태한 불행의 씨앗

이제는 다시 올 수 없는 대학교 학창 시절, 유행했던 노래 중 유독 좋아했던 가요 제목은 바로 ‘소유하지 않은 사랑’ 이었습니다. 김성면의 애절한 목소리에 더 애절한 음정은 정말 취하지 않아도 취하게 만들 정도로 제 심금을 울렸었죠. 보통 사랑을 한다고 하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 상대가 있을테고 그 둘이 알콩달콩 이러쿵저러쿵 옥신각신하며 애정을 키워가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내가 좋아하는 상대를 더 원하고 더 소유하고 싶을텐데 이 노래의 제목은 이와 반대인 소유하지 않은 사랑이니 어찌보면 정말 위대하다 볼 수도 있고 또 너무 슬픈 나머지 반어적으로 썼다고 해석도 되긴 합니다. 신이 인간에게 무조건 주는 절대적 사랑인 아가페, 그리고 남녀의 육체적 사랑인 에로스, 또한 상호 교감하며 정신적 애정을 나누는 플라토닉까지 ‘사랑(love)’을 ’소유‘ 관점에서 놓고 본다면 여러 상황이 나옵니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37 번째 주제는 ‘소유에 대한 만족은 모두에게 상대적이다’ 입니다. 최근의 풍토는 ’급‘을 나누길 즐기고, 사람이건 사물이건 ’계급‘을 부여하며 이를 당연시 한다고 책은 우선 꼬집습

[Moonshot-thinking] 데이터 없이 '오징어 부동산'에 달려든 당신, 탈락, 탈락입니다

"이 시장, 제가 다 알고 있어요. 난 이 게임을 해봤다고요."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15년차 글로벌 투자사 한국법인 김모 씨는 우리나라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표현하다가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그의 말마따나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블랙박스'로 불려왔다.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고든 게코가 "정보가 곧 돈이다"라고 했듯,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의 힘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제한된 정보와 비표준화된 데이터, 불투명한 거래 관행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경험을 해왔다. 최근 데이터 기반 분석 플랫폼의 등장으로 불투명한 상자에 밝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투자 의사결정 시간이 단축되고 수익률이 향상되는 성과가 나타난 뒤, 데이터는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한국은 국격 대비 '정보의 사각지대'였다. 미국이나 유럽의 투자자들은 RCA, 블룸버그, 코스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풍부한 데이터를 얻는 반면, 한국 시장은 이런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커버리지가 제한적이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마음공간] 물질과 정신 중 당신의 선택은…어떤 선택이 더 행복할까?

물질과 정신 중 둘 중에서 당신의 선택은? 사실 이 둘은 상반되는 것으로 매우 해묵은 명제 입니다. 논쟁거리도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고도화되고 풍요로워진다해도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지요.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을 탐독하며 나름의 생각을 펼치고 있는데 그 36 번째 주제는 ‘물질이 주는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 입니다. 후반 챕터는 소제목처럼 정말 ‘물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읽자마자 다소 반감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지극히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가르침이기 때문이었죠. 다만 반대쪽의 생각 기술 없이 거의 모든 책들은 ‘정신’을 강조하는데 진짜 ‘물질’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나왔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반대가 아닐까란 자문도 해봤습니다. 책은 말합니다. ‘삶의 최우선 가치에 물질을 두고 살아간다면 불행할 것이라고…만약 물질만이 행복의 최우선 조건이라면 세계적인 부자들은 아무런 고통도 겪지 않아야 정상일 것’이라고 적시합니다. 저는 반대파란 측면이라 가정하고 한번 말해봤습니다. ”삶의 최우선 가치에 정신을 두고 살아간다면 행복할 것이냐고…만약 정신만이 행

[마음공간] 재소자의 복지 vs 소외층의 복지, 과연 어떤 것이 맞을까요?

아주 가까운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마음공간]이란 테마로 쓰고 있는 칼럼이 어느덧 60번째라 개인적으론 그래도 뭔가 꾸준히 써내려가고 있음에 작지만 커다란 뿌듯함이 있네요. 미천한 졸문이나 읽어주신 분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올립니다. 이번 챕터를 읽자마자 그냥 떠오른 여화 제목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입니다. 그게 여기 해당하는지 잘 부합하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저 첫 느낌으로 다가온 문장인데 읽어보면 순간 저 문장이 주는 첫 의미 자체는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네요.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35 번째 주제는 ‘과연 소외층을 위한 복지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입니다. 평온하고 소소한 전반부와 달리 우리 하우어 형님의 일침이 작은 물결에서 성난 파도로 옮겨가고 있음이 절로 느껴져 읽는 맛(?)이 더욱 생겼습니다. 해묵은 논쟁일 수 있는데 우리 사회 소외계층보다 어찌보면 우리가 낸 혈세로 대접받고 있는 재소자를 위한 교도행정이 맞는 지에 대한 도전적 질문을 책은 던집니다. 지난 2023년 기준 재소자 1인당 연간 수용비가 평균 31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