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화)

  • 흐림동두천 0.1℃
  • 흐림강릉 5.7℃
  • 흐림서울 2.1℃
  • 흐림대전 1.1℃
  • 맑음대구 -0.1℃
  • 맑음울산 2.2℃
  • 맑음광주 2.3℃
  • 맑음부산 5.5℃
  • 흐림고창 0.4℃
  • 구름많음제주 6.7℃
  • 구름조금강화 1.5℃
  • 구름조금보은 -2.0℃
  • 맑음금산 -0.9℃
  • 맑음강진군 -0.6℃
  • 맑음경주시 -2.2℃
  • 맑음거제 1.6℃
기상청 제공

Opinion

[방구석은 우주] '마음상처'엔 내면과의 소통, '경청'이 해답…"경청하려면 글을 쓰라"

AZ 임부장의 방구석 문화 체험기 (10)

 

나이 들어 아프면 힘들고 서럽습니다. 중년 아재에게 지난 추석이 그랬습니다. 초대하지않은 대상포진이란 손님이 방문했지요. 집안 면역 체계에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지난해부터 부모님과 장모님, 아내에 이어 저까지 연달아 대상포진에 걸렸습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기운이 빠져서 힘내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더군요. 그나마 추석 연휴와 국군의 날, 개천절 등 휴일이 많아서 회복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오랫동안 이어졌던 여름, 그 끝에서 만난 환절기 질병과 잘 헤어졌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이것저것 하기 귀찮은 날들이었지만 책 읽기에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침 독서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기도 했지요. 접한 몇 권의 책 중 김혜진 작가의 ‘경청’이란 소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인 추천으로 올 초에 구입한 후 펼쳐보지 못했는데, 어쩌면 이때 찬찬히 읽어보라는 신의 뜻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임해수라는 상담전문가가 소설 속 주인공이자 관찰자입니다. 어느날 출연한 방송에서 문제 많던 배우의 행실을 비난하는 발언을 합니다. 그 배우가 누구인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대본에 적힌 대로 말했던 것인데, 얼마 뒤 해당 배우가 자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언론사의 한 기자가 해수를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로 묘사한 기사를 쓰고, 이슈가 일파만파로 번집니다. 국민 상담사였다가 순식간에 살인자로 낙인 찍히게 된 그녀는 직장을 잃고, 남편과 헤어지고, 절친과도 멀어지게 됩니다.


홀로 남겨진 해수의 일상은 단조롭습니다. 1년이 넘도록 기자와 회사, 남편, 친구, 유가족 등에게 편지를 썼다 찢고,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것을 매일 반복하지요. 그러다 여기저기 상처 많은 들고양이 순무와, 순무를 무척 아끼는 초등학생 황세이를 만나게 됩니다. 해수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세이와 대화하며 활력을 되찾고, 세이와 함께 순무 구조작전에 나섭니다.

 

왠지 작품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과 닮았습니다. 그 책에선 김지영이란 인물 삶을 담담하게 돌아보면서 남성 중심의 기울어진 사회 구조 문제를 짚어냈었지요. ‘경청’에선 한 배우의 죽음으로 세상에서 고립된 상담사 임해수의 일상을 조용히 서술하면서 배려와 소통 부재의 사회상을 담아냅니다. 

 

소통의 기본은 다른 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게 바로 경청이지요.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 삶은 어렵습니다. 타인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가 우리에겐 없습니다. 상담전문가란 해수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몹쓸 행동으로 지탄을 받는 배우가 누구인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생각할 틈 없이 대본을 소화하기에 급급했습니다.

 

해수를 비판한 기자 역시 동일했습니다. 그는 해수의 사정에는 관심 없이 많이 읽힐 기사를 생산하는 데에만 집중했을 겁니다. 기사를 보고 해수를 적대시한 대중도, 해수 곁에서 도움을 주려다 떠난 남편과 친구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옳았던 생각과 말이, 이미 고립된 배우와 같이 되어버린 해수에겐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될 뿐이었지요.

 

어쩌면 유가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책 속에서, 또 이 사회 속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 쉽게 말을 내뱉는 보통의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가해자일지 모릅니다.

 

그래도 해수는 제법 괜찮은 인물인 것 같습니다. ‘괜찮은 만남을 가진 인물’이란 게 정확한 표현인 것도 같습니다. 국민 상담사로 유명했던 때에는 잊었던 경청의 의미를 순무, 세이를 통해 삶으로 제대로 깨달아가는 게 느껴집니다. 사실 사람들과 주변 동물들 때문에 생긴 상처로 늘 주변을 경계하는 순무, 부모님의 이혼과 반 아이들의 따돌림 가운데 외로워하는 세이는 해수가 바라보는 대상인 동시에 해수 자신입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자살한 배우의 생전 출연 영화들을 되새겨 보듯, 길고양이 순무와 외톨이 세이를 조용히 지켜보며 그들이 행동하고 말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순간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밀지요. 아마 배우의 죽음없이 쭉 잘 나갔더라면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가진 것을 잃어야만 얻게 되는 것도 있는 법이지요. 해수 개인으로선 다소 억울했던 사건이 그녀를 성숙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후기를 적다보니 무척 교훈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네요. 소설은 순무의 수술이 성공하고, 해수와 세이는 기존보다 훨씬 나아진 미래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마무리됩니다. 현실도 그럴 수 있을까요? 현실은 소설과 다르지요. 만약 실제였다면 해수는 자신을 나락에 빠뜨린 이들을 원망하며 저주하다 알코올중독자가 되고, 세이는 반 아이들에게 대들다 집단구타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시기를 놓친 순무는 끝내 회복되지 않은 채 죽고 말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기도 합니다. 기적과 같은 사례가 우리 주변에 전혀 없지는 않으니까요. 정말 어려운 경청이지만,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 속에서 이 소설보다 훨씬 더 멋진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끝으로 해수가 매일 썼던, 부치지 못한 편지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경청은 타인 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지요. 기자와 회사, 주변사람을 향한 원망과 자기 해명 중심이었던 해수의 편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을 이해하고 기존 자신의 태도를 사과하는 것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쓰면 쓸수록 더 많은 것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처럼 자기 감정을 글로 옮기는 것은 나 자신과 깊이 있게 소통하기 위한 중요한 행동입니다. 어쩌면 제가 쓰고 있는 이 글 또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요? 말과 글로 먹고 사는 홍보쟁이 아재가 한 말씀 드립니다. ‘경청과 소통을 원하는 자, 글을 쓸지어다!’

 

* ‘AZ 임부장’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못한 채 자기 멋에 빠져 있는 아재로, 공대 졸업 후 전공을 바꿔 20년차 기업 홍보맨으로 근근이 밥벌이 중이다. 책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에 파묻혀 한량처럼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콘텐츠인사이트] Only God Knows Everything… 하지만 우리는 ‘인간’ 입니다

영화감독인 과거 직장 후배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연출과 각색을 맡은 작품이라 더 끌렸습니다. 응당 극장에 가서 큰 스크린으로 보며 응원해도 모자랄 판에, 회사를 옮긴 시점과 맞닿아 사실 놓쳤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다 주말, 넷플릭스 신작을 살펴보던 중 ‘따끈따끈한’ 신작 목록에서 이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미안한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소파에 몸을 맡긴 채 두 눈과 귀를 텔레비전 앞으로 가져갔습니다. 예전부터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적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 역시 중요한 장치로 사이비 종교가 등장합니다. 과거 드라마 <구해줘>의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했고, 신부가 주인공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열혈사제>도 자연스레 겹쳐 보였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구원’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묻습니다. ◆ 코치는 전지전능하지도, 모든 것을 알지도 않는다…그저 함께하는 동반자일 뿐 코칭을 하다 보면, 때때로 고객은 코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재촉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그러실까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문제를 대신

[콘텐츠인사이트]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이번 칼럼은 질문으로 시작해 봅니다. 만약 우리가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요? 반대로 짐이 될까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며 이 질문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관찰자’라는 설정은 코칭에서 다루는 ‘시점 전환’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 ‘시점’이 바뀌면 질문도, 해답도 달라진다 챗GPT의 설명에 따르면 ‘전지적 독자 시점’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독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실제로 미래를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칭에서는 현재의 나를 잠시 미래의 나로 이동시키는 시점의 전환을 자주 활용합니다. 고객은 ‘미래의 나’로부터 들려오는 조언을 상상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지금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단순한 역할극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는 자기 자신을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게 하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비슷한 기법으로 ‘빈 의자’ 코칭이 있습니다. 눈앞의 빈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고 가

[콘텐츠인사이트] 무엇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다음 주를 맞이하는 직장인들에게 넷플릭스 신작 콘텐츠는 가뭄에 단비처럼 찾아옵니다. 새로 올라온 작품 한 편을 보고 나면, 과거 ‘개그콘서트’로 월요일을 버티던 시절처럼 지친 일상에 잠시나마 회복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연말이고 월초라 그런지, 몸과 영혼이 서로를 밀어내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 때로는 뮤지컬 감상을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짧은 리뷰로 올려왔는데, 여기에 제가 배운 ‘코칭’을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소파에 기대 리모컨을 넘기던 중, 마침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백의 대가>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12부작 스릴러. 오프닝이 주는 겨울의 스산함이 오히려 나쁘지 않았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영어 제목이었습니다. The Price of Confession. ‘Price’를 ‘대가’로 번역한 점이 인상적이었죠. (참고로 올바른 표기는 ‘댓가’가 아닌 ‘대가’입니다.) ◆ ‘대가’ 없이 ‘열매’는 없다 지난해는 예기치 못한 일이 연달아 닥친 해였습니다. 제가 옮겼던 회사의 재정이 급격히

[플라이미투더문]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큰 이유…복잡계의 창발적 현상

얼마 전 AI 관련 포럼을 양일간 다녀왔는데 상당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 바로 ‘창발적 현상’ 이라는 녀석과의 만남이었다. ‘벌목’이라는 단어를 벌의 머리아래 목 언저리 부위로 이해하는 요즘 세대의 어느 친구라면 발이 달린 창문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으나, ‘창발’이라는 단어는 기대 이상으로 심오한 뜻을 지녔다. “창발(Emergence)이란 개별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부분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속성, 구조, 패턴, 혹은 기능이 전체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창발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잡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복잡계란 ‘많은 구성요소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패턴이나 질서가 스스로 형성되는 시스템’을 뜻한다. 즉 ‘복잡계’라는 ‘과정’을 통해 ‘창발적 현상’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경제의 창발적 현상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온 국민이 글로벌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각자가 개별 경제주체로써 올바른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일 텐데, 신기하게도 각 개인은 오로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독립적으로

[마음 회복 연구실] 코칭은 깊은 호기심…진심어린 호기심에 대한 20번의 실험을 마치며

◆ 당신은 지금 무엇을 듣고 있습니까 회의실에서 팀원이 말한다. “우린 늘 이렇게 해왔는데요?.”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치는가? “관행을 고집하는 완고함”? “변화를 두려워하는 저항”? 혹은 “검증된 방식에 대한 신뢰와 안전에 대한 욕구”? 같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세 개의 의미가 숨어 있다. 나는 코칭을 배우며 깨달았다.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단어가 아니라 맥락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지난 20주 동안 한 편씩 글을 써오며 내 안에서도 일어났다. ◆ 스무 번째 글, 그리고 나를 마주한 시간 어느덧 스무 번째 칼럼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쓴다’는 약속이 작지만 버거웠다. 주말이면 노트북을 열고 생각을 정리하려 할 때마다 피곤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맑아졌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안의 흐트러진 생각을 한 줄로 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되었고, 그건 셀프 코칭의 과정으로 발전했다. 이 시리즈를 써오며 나는 ‘코칭의 정의’를 머리로가 아니라 손끝으로 익혔다.

[눈치코치] ‘자기계발’과 ‘자기개발’

스무 번째 칼럼을 앞두고 문득 저 네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함께 필진으로 참여한 두 명의 동기 코치와 ‘각자 20편씩, 도합 60편의 칼럼으로 1단원을 마무리하자’며 ‘도원결의’를 했는데, 정말 그 시간이 다가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의 차이를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어학사전과 챗GPT를 찾아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더군요. ‘자기계발’은 내면을 닦는 과정이고, ‘자기개발’은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즉, 자기계발은 사람으로서의 성장, 자기개발은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뜻합니다. 코칭을 공부하며 첫 단계 인증코치(KAC)가 된 저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커리어(Career)’에 천착했습니다. 5번의 이직, 성격과 업태가 모두 다른 기업들 -대기업, 외국계, 중견기업까지 - 약 20여 년 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정작 저는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을 명쾌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 순간,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직장인은 조직 안에서 좋은 구성원(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핵심인재(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