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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늑대는 보호구역에도 인간을 두려워한다…유럽 늑대 보호정책 변화와 맞닿은 과학적 증거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늑대는 자신들이 보호받는 지역에서조차 인간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는 ‘Current Biology’에 게재됐으며, 유럽 각국이 늑대 사냥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 변화를 추진하는 시점과 맞물려 그 의미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Current Biology 저널, 웨스턴 대학교 연구팀, 폴란드 과학 아카데미 Dries Kuijper 교수, 유럽연합 정책 자료,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폴란드 북부의 광활한 투코라 숲에서 진행된 이 실험은 숨겨진 카메라와 스피커를 이용해 늑대의 반응을 촬영했다. 인간의 조용한 음성, 개 짖는 소리, 새소리 등 세 가지 음향을 들려준 결과, 늑대는 인간 목소리 앞에서 도망칠 확률이 2배 이상 높았으며, 해당 지역을 떠나는 속도도 두 배 빨랐다.

 

연구를 이끈 웨스턴 대학교 야생동물 생태학자 리아나 자네트 박사는 “늑대가 인간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은 늑대를 자연 사망률보다 9배나 많이 죽이며, 사실상 ‘슈퍼 포식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늑대가 인간보다 4.9배나 더 야행성임을 확인했다. 이는 늑대가 인간의 주간 활동에 맞서 생존 전략으로 밤에 주로 활동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행동 양상은 세계 전역에서 관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 발표 직전인 2025년 7월 유럽연합(EU)은 늑대 보호 등급을 ‘엄격히 보호’에서 ‘보호’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회원국이 늑대 개체군 관리에 보다 유연한 권한을 가지며, 규제된 사냥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이 2022년 자신의 조랑말이 늑대에게 희생된 사건 이후 주도해 큰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자네트 박사는 “법적 보호의 완화가 늑대의 두려움을 줄이지 않는다. 법적 보호는 단지 늑대를 절멸시키지 않는다는 의미지, 인간에 의한 사육률이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했다.

 

EU 내에서도 늑대는 자연 사망률의 7배에 달하는 비율로 인간에 의해 사망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매년 개체의 최대 20%가 합법적으로 사냥되고 있다.

 

늑대가 인간을 두려워하는 반면, 인간에게 다가오는 늑대는 자체적인 배고픔과 인간이 제공하는 ‘슈퍼푸드’(음식물 쓰레기, 가축 등) 때문에 접촉을 시도한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따라서 법적 보호가 늑대를 ‘두려움 없는 존재’로 만든다는 통념은 잘못된 것으로, 오히려 먹이 관리와 인간 활동 통제가 야생 동물과의 갈등을 줄이는 핵심임을 강조했다. 쓰레기 처리, 가축 보호, 음식물 저장 관리 등이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생태학자 크리스 다리몬트(빅토리아 대학교)는 이번 연구가 “인간이 최종적인 슈퍼 포식자임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드러냈다”며, "사람 음성 등을 활용한 비살상적 유인·퇴치 전략 개발에도 이바지할 것"이라 평가했다.

 

현재 유럽 전역에 약 2만 마리의 늑대가 서식하는데, 이는 엄청난 보전 성공 사례임과 동시에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공존 문제를 촉발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늑대가 여전히 인간을 두려워한다는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무분별한 사냥 확대보다는 교육과 예방 중심의 관리가 더욱 효과적일 것임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 완화를 위한 새로운 관리 전략 모색뿐만 아니라, 보호 정책과 인간 활동 간 균형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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