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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마음 회복 연구실] 내 마음의 빨간 경고등이 켜졌을 때

래비(LABi)의 마음 회복 연구실 ④

 

늦은 주말 오후. 아이들의 목소리와 TV 소리로부터 잠시 도망쳐 나왔다. 좋아하는 카페문을 열고, 가장 구석진 창가 자리에 앉아서 늘 마시던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했다.

 

언제부터인가 숙면을 위해 내 생존 본능이 만들어 낸 작은 습관이다. 커피가 그리워 카페에 왔지만 카페인은 피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 상황. 조금 우스운 듯 하지만 난 이 순간이 좋다.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진한 커피로 남은 오후를 충전하고 있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방에서 충전기를 꺼냈다. 하얀 케이블을 스마트폰에 연결하자 화면에 작은 번개모양이 그려졌다.

 

기계는 참 정직하다. 방전되기 전에 미리 알려주니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조용히 무너진다.

 

◆ 나를 방전시키는 것들은 아주 사소하다

 

문득 나를 방전 시키는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것들은 대단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팀원의 어두웠던 표정, 작은 실수로 핀잔을 들었던 아침, 늦은 밤 아이의 가방 속에서 뒤늦게 발견했던 구겨진 안내문과 '내일 오전까지'라고 적힌 준비물을 확인하는 순간 등...

 

아이의 학부모 단체톡방에서 누군가 "체험학습 어떠셨어요?"라고 물었을 때도 그랬다. 나는 일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다른 엄마들의 생생한 후기와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워킹맘으로서 죄책감이 몰려온다.

 

내겐 아주 작은 균열들이었지만 이런 작은 균열들이 모이자, 어느새 내 마음 배터리는 빨간색 경고등을 켜고있다.

 

 ◆ '코치다움'과 '코칭다움'. 나는 가끔 그 단어들의 무게를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내 이름이 <코치>라고 불리우는 시간이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 그들의 고민과 혼란이 담긴 말들이 내 안에 들어와서 차곡차곡 쌓인다.

 

둘 만의 대화에 집중된 시간이라 그럴까. 고객에게 내 안의 공간을 온전히 내어주는 일은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나는 가끔 '코치다움'과 '코칭다움'의 단어 무게를 생각한다. 코칭다움은 기술에 가깝다. 고객과 관계를 맺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성장을 지원한다.


하지만 코치다움은 코치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코칭윤리를 실천하고, 전문성을 개발하며, 현재 자기자신을 정확히 인식하고 관리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그 안에 '자기관리'라는 항목이 있다.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 그렇기에 내 마음 배터리를 돌보는 일은 그러니까 일종의 나의 '자기관리'라고 볼 수 있다.

 

방전된 코치는 누구의 길도 명료하게 밝혀줄 수 없다. 고객 앞에서 중립을 지키기 어렵고, 호기심을 갖기도 힘들다. 그것은 일종의 약속위반이다.

 

◆ 충전은 나를 비우는 일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채우는 일이다

 

충전기 끝에서 깜빡이는 작은 불빛을 바라본다. 내 마음 배터리는 지금 몇 퍼센트일까. 가늠하기도 어려운 그 숫자를 생각해본다.

 

그동안 어쩌면 나는 충전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쉬는것이 게으름이고, 나를 돌보는 것은 이기심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 카페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앉아있는 이 시간이 사실은 가장 생산적인 시간일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 아이를 깨우고, 회사에서는 좋은 팔로워이자 리더가 되며, 코치로서 고객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 기울일 수 있는 힘은 바로 이런 사소한 순간들에서 나오니까.

 

그래서 엄마로서, 코치로서, 한사람으로서 내가 가진 모든 역할을 제대로 해내려면 먼저 나라는 그릇을 단단하게 만들고 채워야 한다.

 

폰화면에 100%가 떴다.
나도 언젠가 그럴 수 있을까.
완전 충전되어서 어떤 작은 흔들림도 두렵지 않은날이.

 

그런 날이 안와도 괜찮다.
오늘처럼 방전되기 전에 나를 먼저 돌보는 지혜만 있다면 말이다.

 

※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어릴 적 아이디 ‘빨래비누’에서 출발해, 사람과 조직, 관계를 조용히 탐구하는 코치이자 조직문화 전문가입니다. 20년의 실무 경험과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마음의 회복을 돕는 작은 연구실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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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회복 연구실] 내 마음의 빨간 경고등이 켜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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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hot-thinking] 해수부 부산 이전 “상업용 부동산 조류가 바뀌고 있다”

정부기관 이전만큼 지역 부동산 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사건은 드물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결정은 단순한 행정기관의 위치 변경이 아니다. 이는 침체된 부산지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조류를 만들어내는 전환점이다. 동시에 서울 중심의 부동산 패러다임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신호탄이다. 현재 부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20%에 가까운 높은 공실률로 대변되는 깊은 침체 속에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이전과 함께 예고된 북항 재개발, 그리고 향후 추진될 수 있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이 지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줄 것이다. 반면 서울, 수도권 시장은 당장 큰 변화가 없겠지만, 수요 구조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 부산, 긴 침체의 터널 끝에서 보이는 희미한 빛 부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현실은 냉혹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부산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18.1%로 전국 평균 8.9%의 두 배에 달한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 14.2%, 임차권리금이 있는 상가 비중의 감소 등 모든 지표가 시장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임대료 하락세다. 부산 오피스 평균 임대료가 ㎡당 7,100원으로 전년 대비 0.9% 하락한

[눈치코치] coach identity… 코치는 누구인가?

코칭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보 코치지만, 협회 인증을 받고 코칭의 길에 들어선 저 또한 여러분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코치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코치란 누구인가? 코치는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문제를 지적하고 ‘고치‘는 사람도 아니고, 사소한 것까지 ’꼬치꼬치‘ 따져 묻는 존재도 아닙니다. 코치는 고객의 옆에서,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동반자입니다. 때로는 마라톤에서 속도를 함께 맞추는 ‘페이스메이커’처럼, 때로는 조용히 응원하며 뒤에서 밀어주는 지원자(supporter)가 바로 코치입니다. 선생님처럼 가르치지도 않고, 멘토처럼 위에서 조언하지도 않습니다. 코치는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파트너로서, 클라이언트의 잠재력을 믿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case study> “솔직히 의구심도 들었는데… 지금은 정말 함께하길 잘한 것 같아요” ‘아까비 팀장’의 이야기 겉으로는 ‘실천형 리더’를 자처했지만, 실상은 실무에만 몰두하며 위계와 권위를 중시했던 아팀장. 조직의 추천으로 코칭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처음엔 짜증과 불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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