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우리나라 라면업계 독보적으로 32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농심의 신라면.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는 신라면이 1등을 하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신라면이 부동의 1위지만, 지역별로 보면 충청북도에서는 신라면의 점유율이 12.3%로 가장 높아 2위인 짜파게티(6.3%)와 두 배 수준의 격차를 보인다.
하지만 유일하게 1위 자리를 내준 지역은 경상남도이며, 그 자리를 농심의 또 다른 제품인 안성탕면이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신라면의 전국 시장 점유율은 9.8%로 2위 짜파게티(6.5%)를 크게 앞섰으나, 경남 지역에서는 안성탕면이 9.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며 신라면(7.6%)을 제쳤다. 이는 전국 10개 시도 중 유일한 사례로, 지역적 식문화의 차이가 제품 선호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된장 맛의 향연, 경상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다
안성탕면이 경남에서 압도적 인기를 끄는 핵심 요인은 그 국물의 맛에 있다. 농심 관계자는 “경상도 소비자들은 된장의 맛을 선호하는 편인데, 안성탕면 국물은 된장 베이스로 맛을 낸다”며, “된장 베이스로 개발된 안성탕면 특유의 진하고 구수한 국물을 즐겨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남은 콩 재배가 활발한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된장을 활용한 음식의 인기가 높으며, 이는 고기나 순대를 먹을 때도 된장이나 막장에 찍어 먹는 식문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지역적 입맛에 안성탕면의 우거지장국 맛이 정확히 부합하며, 전국적 강자 신라면의 매운맛을 오히려 덜 선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경상권 전역의 강세, 지역적 브랜드 파워 입증
안성탕면의 인기는 경남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산과 경상북도에서도 안성탕면은 신라면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경상권 전역에서 강한 입지를 과시하고 있다. 반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2위를 차지하는 짜파게티는 경상권에서는 3위에 머무르는 등, 이 지역의 라면 시장 판도가 타 지역과 뚜렷이 구분됨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제품의 우수성을 넘어, 지역 고유의 식문화와 정서가 소비 패턴에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마케팅 전략 수립 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반면 경남 지역에서는 된장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특성이 안성탕면 중심의 라면 수요를 견인하며, 지역 맛 코드에 맞춘 브랜드 차별화가 라면 판도를 바꾸고 있다.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라면 시장의 절반 이상인 55.7%이며, 오뚜기 23.4%, 삼양식품 11.3%, 팔도 9.6% 순이다. 라면 시장은 2022년 코로나19 이후 4.5% 성장했으며, 특히 용기면 시장이 12.4% 성장하는 등 간편함과 지역 맞춤형 맛이 함께 중요해지는 추세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경남 라면 시장에서 안성탕면이 신라면을 제친 것은 단지 브랜드 경쟁뿐 아니라, 경남의 된장 중심 식문화가 라면 소비 패턴에 뚜렷한 영향을 끼친 결과"라며 "지역별 미묘한 맛 선호 차이가 시장 판도를 바꾸는 사례로, 앞으로도 국내 라면 산업은 지역 특성에 맞춘 맛 개발과 마케팅 전략이 필수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