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0 (수)

  • 흐림동두천 -0.2℃
  • 맑음강릉 7.2℃
  • 흐림서울 2.4℃
  • 구름조금대전 1.4℃
  • 구름많음대구 1.6℃
  • 구름많음울산 5.2℃
  • 구름많음광주 2.6℃
  • 구름조금부산 7.8℃
  • 구름많음고창 -0.2℃
  • 구름많음제주 8.7℃
  • 맑음강화 2.7℃
  • 구름많음보은 -2.1℃
  • 구름조금금산 -2.1℃
  • 구름조금강진군 2.5℃
  • 흐림경주시 1.5℃
  • 구름많음거제 7.5℃
기상청 제공

Opinion

[Moonshot-thinking] 도시, 콘크리트 미궁을 벗어나 녹색 오아시스로 피어나다

 

지구는 끓고, 도시는 불길의 한가운데 서 있다. 우리는 거대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미궁 속에 갇혀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지구 면적의 2%에 불과한 도시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뿜어낸다. 그중 건물은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쯤 되면 도시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절망적인 그림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했다. 부동산과 기술의 만남, 프롭테크다. 똑똑한 손길이 오래된 건물을 깨우고, 거대한 도시를 숨결로 채우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탄소중립 도시는 막연한 꿈이 아니다. 프롭테크라는 지팡이가 있다면 눈앞의 현실이 된다.

 

숨 쉬지 않던 건물이 깨어나는 순간: 데이터 기반 에너지 혁명

 

콘크리트 숲을 이루는 건물들. 이들이 온종일 내뿜는 열기는 거대한 용광로 같다. 냉난방과 조명에 막대한 에너지를 낭비하며 탄소를 쏟아내던 과거의 건물들은 '에너지 먹는 하마'다. 하지만 프롭테크는 여기에 기발한 해법을 제시한다.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관리다. 건물 곳곳에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스마트 계량기가 실핏줄처럼 깔리고,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모아 '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에 보낸다. 홍콩의 한 부동산 기업은 AI를 본사 건물의 빌딩관리시스템에 도입해 냉난방(HVAC) 에너지 소비를 10% 이상 줄였다. AI가 건물의 온도, 습도, 사용 현황 데이터를 분석해 냉난방기를 자동 조절함으로써 '사람 손으로는 불가능한' 최적화를 이뤄냈다. 이렇듯 실시간 최적화 기술이 보편화되면 건물은 과거와 달리 24시간 내내 스스로 에너지를 조율하는 '에너지 절약형 거인'으로 거듭난다.

 

에너지 혁명을 이끄는 건 거대 기업들만이 아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프롭테크 스타트업도 톡톡 튀는 솔루션을 선보인다. 홍콩에서 시작된 앰비(Ambi)는 에어컨에 부착하는 작은 AI 기기로 유명해졌다. 사용자 생활 패턴과 실내 환경을 학습해 에어컨을 자동 제어한다. 이 덕에 냉방 에너지를 30%까지 절감했다.

 

국내의 그리드와이즈(Gridwiz)와 같은 에너지 테크 기업은 건물의 전력 수요 관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최적화를 돕는다. 그리드와이즈의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을 도입한 한 공장은 에너지저장시스템 운용을 정교하게 최적화해 경제적 가치를 35%나 끌어올렸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소비를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니 건물주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도 감축했다.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멘스(Siemens)는 전 세계 건물을 대상으로 스마트 건물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건물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20% 줄이고 2년 안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스마트 커미셔닝 기술을 선보였다. 여기에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분석해 최적의 탈탄소화 방안을 제시하는 클라우드 플랫폼까지 공개했다.

 

요컨대 프롭테크를 통한 에너지 관리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는 개별 건물의 효율 향상을 넘어 도시 전체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뒤바꾸는 핵심 동력이다. 잠자던 거인이 깨어나 스스로의 혈류를 조절하기 시작한 것과 같다.

 

콘크리트 숲에 피어나는 녹색 꿈: 프롭테크의 탄소중립 솔루션

 

프롭테크의 힘은 실제 사례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국내 스타트업 씨에이랩(CALAB)은 건물 환기 분야에서 충격을 던졌다. 이 회사가 선보인 에어로원(AeroOne)이라는 창문 일체형 환기청정 솔루션은 실내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면서도 자체 부착한 태양광 패널로 구동 에너지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게다가 온도·습도·이산화탄소 수치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환기량을 자동 조절하는 지능형 IoT 기능까지 갖췄다. 실내 공기 질 개선과 에너지 절약을 한 번에 잡은 셈이다. 창문 하나조차도 탄소중립 퍼즐의 일부로 만든 기술과 아이디어의 승리다.

 

싱가포르 같은 도시에선 신규 개발 프로젝트마다 친환경 인증이 필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신규 건물의 63%가 그린빌딩 인증을 취득하고 있다는 조사는 개발 단계부터 스마트 에너지 설계, 친환경 자재, 효율적 공간 활용 등 프롭테크적 접근이 이미 대세임을 보여준다.

 

싱가포르의 대형 복합빌딩 캐피타스프링은 도심 고층 건물임에도 수직 정원을 도입해 자연 환기와 그늘을 확보했다. 홍콩의 퀘이사이드(Quayside) 빌딩은 건물을 도로와 45도 각도로 배치해 바람길을 만들고 일사열을 줄이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런 건축물에도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분석 기술이 활용된다.

 

건설 단계에서는 탄소배출이 적은 신소재와 AI 기반 구조 설계로 콘크리트 사용량을 줄이는 노력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전 세계 부동산 개발과 운영 현장에서 프롭테크를 통한 탄소중립 혁신 사례가 계속 쌓이고 있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부동산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책의 순풍, ESG 투자의 물결: 프롭테크의 든든한 동반자

 

정부 정책과 제도 역시 프롭테크와 손잡고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제로에너지빌딩(ZEB) 의무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 건축물에 ZEB 인증을 의무화했고, 2023년에는 그 대상을 공공 500㎡ 이상 건물과 공공 공동주택으로 확대했다.

 

2025년부터는 민간에도 의무화가 시작돼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건축물은 기본 등급의 ZEB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030년께는 민간 건물 500㎡ 이상까지 의무화 범위가 넓어질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2050년에 모든 신축 건물을 최고 등급의 제로에너지 건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건물 에너지 기준은 프롭테크 업계에 거대한 기회이자 도전이다. 건축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시뮬레이션, 고성능 자재 적용, 스마트 설비 도입이 필수가 되고, 운영 단계에서도 에너지 모니터링과 효율 개선 기술 수요가 폭증할 것이다. 결국 ZEB 의무화는 프롭테크 기술이 빠르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는 그린 리모델링 정책이 활발히 추진된다. 노후 건물은 단열이 약하고 설비 효율이 떨어져 에너지 낭비가 심각하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전체 건축물의 75%가 준공 15년이 넘은 노후 건물일 정도로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전국의 오래된 공공 건축물 수천 동에 그린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있다.

 

단열 벽체 보강, 고효율 창호 교체, 환기 시스템 개선, 태양광 패널 설치 같은 작업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는 사업이다. 어린이집·보건소 등 취약계층 이용시설 2000여 동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며, 노후 공공임대주택 22만 호 이상을 대상으로 에너지 개선과 주거환경 개선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도 프롭테크 기업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에너지 진단을 위한 건물 스캐닝, 리모델링 후 효율 모니터링 시스템, 스마트 조명·HVAC 제어 등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리모델링이 이뤄져야 투자 대비 최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 ESG 투자 트렌드는 부동산 시장을 거대한 물결처럼 변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대형 투자자들이 환경(E) 요소를 중시하면서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 저감 및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가 중요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녹색 건물에는 수요와 프리미엄이 붙고, 반대로 비효율·고탄소 건물에는 '브라운 디스카운트'라 불리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친환경 인증 기술, 탄소 모니터링 플랫폼 등 프롭테크 기업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유럽과 미국의 부동산 펀드들은 빌딩의 실시간 에너지 성적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국내 금융권도 부동산 ESG 평가 모델에 프롭테크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결국 지속가능 성장 표준에 부합하는 부동산만이 자본을 유치할 수 있게 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프롭테크는 미래 부동산 금융의 핵심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는 친환경 건축물 시장의 성장을 선도하며 주목받고 있다. 알스퀘어는 올해 상반기 동안 총 620톤의 건설 폐기물을 자원화 처리했다. 이는 소각·매립 없이 전량을 에너지원 또는 순환 자재로 전환한 업계 첫 사례다. 이로써 약 594.8톤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달성했는데, 무려 나무 9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에 준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성과는 현장 기반 데이터 수집 시스템 덕분이다. 2025년부터 운영 중인 전용 ERP 연동 현장관리 앱을 통해 각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종류, 수거 시점, 처리 방식을 실시간 입력하고 공유한다. ESG 실적 관리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 단가를 5% 이상 절감하는 경제적 효과까지 달성하며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알스퀘어는 또한 녹색건축인증(G-SEED)·LEED 인증 건물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여러 기관과 플랫폼에 흩어져 있던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정보를 내부적으로 취합해 전문 상담사들의 데이터 컨설팅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알스퀘어가 이미 확보한 공공 데이터와 80여 명의 내부 정보수집 전문 인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수집한 전수조사 데이터에 더해져 경쟁력을 갖췄다. 수도권에서는 특히 강남권과 경기 남부(판교·수지·광교) 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 인증 건물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형 오피스와 데이터센터, 복합 개발 시설이 밀집해 있고 글로벌 본사와 자산운용사들이 ESG 경영을 중시하며 친환경 인증을 필수 요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인증 건물은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최첨단 설비를 도입해 장기적인 운영비를 절감하며, 자산가치 보존에도 유리하다. 그래서 임대료 프리미엄이 형성되거나 매각 시에도 고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알스퀘어의 사례는 프롭테크가 단순히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건설 폐기물 관리, 친환경 건물 정보 제공 등 부동산 가치사슬 전반에서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함께 걷는 녹색길: 남은 과제와 정책 제언

 

프롭테크라는 마법 지팡이가 있다고 해서 탄소중립 도시가 저절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정책적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기술 측면에서는 표준화와 확산이 중요하다. 다양한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센서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으면 도시 차원의 데이터 통합이 어려워진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건물 에너지 데이터 표준을 정립하고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형 건물이나 오래된 건물에도 프롭테크 솔루션이 스며들 수 있도록 저비용 솔루션 개발과 보급 지원이 필요하다. 임대주택이나 소규모 상가 건물은 투자가 어려워 스마트 기술 도입이 뒤처지기 쉬우므로 이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하다.

 

정책적으로는 부처 간 통합 전략과 인센티브 체계가 핵심 과제다. 현재 탄소중립 관련 정책들이 건물·교통·에너지 부문 등으로 나뉘어 부처별로 따로 추진되는데, 이러한 칸막이를 허물고 도시 단위의 통합 탄소중립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도시 차원의 에너지 통합 관리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건물 부문의 최적 절감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식의 총괄 기획이 가능해야 한다.

 

정부는 또한 민간의 혁신을 유도할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 에너지 설비에 대한 세액 공제나 저리 융자, 녹색 건물 인증 혜택 등을 통해 건물주들이 주저 없이 프롭테크 투자를 결단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 시행 중인 공공 조달 가점이나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정책도 확대하고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기후 위기의 잿빛 시대, 탄소중립 도시는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닌 생존 전략이다. 거대한 전환을 가능케 할 핵심 열쇠가 바로 프롭테크라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와 흐름을 통해 명확히 보았다. 프롭테크는 건물의 온실가스를 줄이고, 데이터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며, ESG 투자를 끌어들여 도시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재창조하는 강력한 도구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4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콘텐츠인사이트] 무엇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다음 주를 맞이하는 직장인들에게 넷플릭스 신작 콘텐츠는 가뭄에 단비처럼 찾아옵니다. 새로 올라온 작품 한 편을 보고 나면, 과거 ‘개그콘서트’로 월요일을 버티던 시절처럼 지친 일상에 잠시나마 회복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연말이고 월초라 그런지, 몸과 영혼이 서로를 밀어내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 때로는 뮤지컬 감상을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짧은 리뷰로 올려왔는데, 여기에 제가 배운 ‘코칭’을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소파에 기대 리모컨을 넘기던 중, 마침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백의 대가>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12부작 스릴러. 오프닝이 주는 겨울의 스산함이 오히려 나쁘지 않았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영어 제목이었습니다. The Price of Confession. ‘Price’를 ‘대가’로 번역한 점이 인상적이었죠. (참고로 올바른 표기는 ‘댓가’가 아닌 ‘대가’입니다.) ◆ ‘대가’ 없이 ‘열매’는 없다 지난해는 예기치 못한 일이 연달아 닥친 해였습니다. 제가 옮겼던 회사의 재정이 급격히

[플라이미투더문]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큰 이유…복잡계의 창발적 현상

얼마 전 AI 관련 포럼을 양일간 다녀왔는데 상당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 바로 ‘창발적 현상’ 이라는 녀석과의 만남이었다. ‘벌목’이라는 단어를 벌의 머리아래 목 언저리 부위로 이해하는 요즘 세대의 어느 친구라면 발이 달린 창문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으나, ‘창발’이라는 단어는 기대 이상으로 심오한 뜻을 지녔다. “창발(Emergence)이란 개별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부분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속성, 구조, 패턴, 혹은 기능이 전체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창발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잡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복잡계란 ‘많은 구성요소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패턴이나 질서가 스스로 형성되는 시스템’을 뜻한다. 즉 ‘복잡계’라는 ‘과정’을 통해 ‘창발적 현상’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경제의 창발적 현상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온 국민이 글로벌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각자가 개별 경제주체로써 올바른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일 텐데, 신기하게도 각 개인은 오로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독립적으로

[마음 회복 연구실] 코칭은 깊은 호기심…진심어린 호기심에 대한 20번의 실험을 마치며

◆ 당신은 지금 무엇을 듣고 있습니까 회의실에서 팀원이 말한다. “우린 늘 이렇게 해왔는데요?.”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치는가? “관행을 고집하는 완고함”? “변화를 두려워하는 저항”? 혹은 “검증된 방식에 대한 신뢰와 안전에 대한 욕구”? 같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세 개의 의미가 숨어 있다. 나는 코칭을 배우며 깨달았다.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단어가 아니라 맥락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지난 20주 동안 한 편씩 글을 써오며 내 안에서도 일어났다. ◆ 스무 번째 글, 그리고 나를 마주한 시간 어느덧 스무 번째 칼럼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쓴다’는 약속이 작지만 버거웠다. 주말이면 노트북을 열고 생각을 정리하려 할 때마다 피곤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맑아졌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안의 흐트러진 생각을 한 줄로 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되었고, 그건 셀프 코칭의 과정으로 발전했다. 이 시리즈를 써오며 나는 ‘코칭의 정의’를 머리로가 아니라 손끝으로 익혔다.

[눈치코치] ‘자기계발’과 ‘자기개발’

스무 번째 칼럼을 앞두고 문득 저 네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함께 필진으로 참여한 두 명의 동기 코치와 ‘각자 20편씩, 도합 60편의 칼럼으로 1단원을 마무리하자’며 ‘도원결의’를 했는데, 정말 그 시간이 다가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의 차이를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어학사전과 챗GPT를 찾아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더군요. ‘자기계발’은 내면을 닦는 과정이고, ‘자기개발’은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즉, 자기계발은 사람으로서의 성장, 자기개발은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뜻합니다. 코칭을 공부하며 첫 단계 인증코치(KAC)가 된 저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커리어(Career)’에 천착했습니다. 5번의 이직, 성격과 업태가 모두 다른 기업들 -대기업, 외국계, 중견기업까지 - 약 20여 년 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정작 저는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을 명쾌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 순간,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직장인은 조직 안에서 좋은 구성원(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핵심인재(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 합

[마음 회복 연구실] 상처는 흉터가 아닌, 성장의 나이테

◆ 설악산의 기억, 그때 나는 나를 이겼다 지금도 '산'하면 15년 전 회사 팀워크숍으로 갔던 설악산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 팀은 무려 1년을 준비했다. 각자 주말마다 작은 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졌고 함께 회사 계단을 오르내렸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새벽에 한계령에서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초반엔 웃으며 사진을 찍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허벅지는 천근만근, 머릿속에는 조직장에 대한 원망과 함께 '왜 사서 고생하지?'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보다 지금의 고통을 그만 멈추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금도 선명하게 남은 것들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장만했던 등산복이 땀에 흠뻑 젖은 느낌, 얼굴에 엉긴 소금기, 그리고 대청봉 정상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날이 내 인생에서 분명한 이정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다는 사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마음속에서 되뇌곤 한다. "그때 내가 설악산을 올랐잖아. 그러니 이번에도 할 수 있겠지." ◆ 상처는 흉터가 아닌, 나이테가 된다 삶도 산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정상에 오르기 전, 누구나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