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부광약품이 회생절차 중인 한국유니온제약을 3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확정하면서 생산능력을 약 30% 끌어올리고 항생제·주사제 중심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거래의 배후에는 지배력을 17% 이상으로 높이며 제약·바이오를 신성장 축으로 키우는 OCI그룹의 전략적 의도가 짙게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스토킹호스 M&A 구조
부광약품과 한국유니온제약 간 인수·합병은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설계됐다.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은 기업회생이나 파산 절차에서 쓰이는 M&A의 ‘스마트한 안전장치’다. 쉽게 말해, 사전에 미리 인수자를 한 명 골라놓고 계약을 해놓은 뒤 공개입찰로 더 나은 조건을 찾는 절차다. 이 방식은 매각 기업 입장에서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최고가를 끌어내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의 구조를 갖췄다.
‘스토킹호스’라는 이름은 사냥터에서 사냥개 뒤에 숨어 먹잇감을 노리는 행위에서 유래했다. M&A에서는 초기 인수후보자가 ‘스토킹호스’ 역할을 맡아 매각 기준가를 제시하고, 뒤이어 공개입찰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진짜 사냥꾼’이 나타날 수 있도록 길을 닦는 셈이다.
즉 부광약품의 한국유니온제약 인수 사례처럼 2025년 12월 17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30일 입찰 마감까지 경쟁자가 없자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 과정이 전형적인 스토킹호스 패턴이다. 한국유니온제약은 2025년 9월 9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보전처분을 받았고, 9월 16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통해 서울회생법원 감독 아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원은 2025년 12월 17일 부광약품을 인수 예정자로 하는 조건부 투자계약 체결을 허가했고, 같은 달 30일 M&A 입찰 마감 이후 추가 경쟁 제안이 없는 상황에서 부광약품을 최종 인수예정자로 확정했다.
스토킹호스 구조에 따라 부광약품은 미리 제시한 조건(300억원 투자, 100% 유상증자 인수 등)을 기준 가격으로 제시했고, 그보다 유리한 제안을 내는 경쟁자가 없자 계약 조건이 그대로 확정됐다.
인수방식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이며, 발행 주식은 기명식 보통주로 총 인수대금은 300억원, 이 중 10%인 30억원은 이미 계약금으로 납입이 완료됐다. 잔금은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 5영업일 전까지 한국유니온제약이 지정하는 계좌에 예치해야 하며, 회생계획안 제출(2026년 1월 15일 예정)과 관계인 집회 일정에 따라 세부 타임라인은 일부 변동 가능성이 열려 있다.
부광약품과 한국유니온제약 모두 공시와 보도자료에서 “최종 인수금액은 회생절차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해 향후 채권단 협의 및 법원 심리 과정에서 일부 조건 조정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생산능력 30%↑·액상주사제 ‘레버리지’
이번 인수의 1차 목표는 생산 캐파 확대와 제형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부광약품은 그동안 내용고형제 중심 생산구조를 갖춰 왔지만,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로 항생제·주사제, 특히 액상주사제 생산라인을 확보하면서 제조 포트폴리오를 입체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부광약품 측은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를 통해 공장 생산능력을 보강해 전체 의약품 생산능력이 약 30%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유니온제약이 보유한 액상주사제 생산시설은 부광약품 기존 대비 2배 이상 생산이 가능해 주사제 분야 경쟁력이 크게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이 확대 전략은 2025년 약 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설비 투자 재원을 본격적으로 투입하는 행보와 맞물린다.
부광약품은 유상증자를 통해 공장 인수 및 합성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이번 M&A는 그 연장선에서 주사제·항생제 제조 인프라를 추가로 확보하는 확장 카드로 작동한다. 강화된 생산 역량은 향후 전문의약품(ETC) 중심 만성질환 치료제 라인업 확대에도 직접적인 레버리지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회생 중 유니온제약, ‘법정관리 리스크’와 턴어라운드 과제
그동안 한국유니온제약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매출 급감과 영업손실 확대, 연구개발 위축으로 재무건전성 악화가 지적돼 왔다. 2025년 기준 한국유니온제약은 회생개시 전 대비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고 누적 적자로 자본 잠식 우려까지 제기되는 등 ‘지속경영 능력’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다.
서울회생법원은 채권 신고·조사 기간을 거쳐 2025년 12월 18일까지 회생계획안 제출을 요구했으며, 기한 내 제출과 채권단 동의 확보 여부에 따라 정상화 혹은 청산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점이 강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부광약품·OCI 체제의 신규 자본 300억원 유입은 회생계획 이행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다만 회생계획 심리·결의 과정에서 채권조정 규모, 설비·인력 구조조정, 영업망 재편 등 구체적인 정상화 방안이 설계돼야 하며, 부광약품 경영진이 언급한 “적자 회사의 흑자 전환 경험”을 얼마나 실질적 경영 개선으로 연결시킬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다.
OCI–부광–유니온, 지배구조 ‘수직 계열’ 구도
이번 거래의 배경에는 제약·바이오를 신성장 축으로 삼으려는 OCI그룹의 중장기 지배구조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OCI는 2022년 2월 부광약품 주식 약 773만주를 1461억원에 인수해 지분 약 1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고, 부광 오너 일가 지분은 20%대 초반에서 10%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이어 OCI홀딩스는 2025년 7월 부광약품 유상증자에 268억원을 출자, 신주 907만여주를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11.3%에서 17.05%까지 끌어올려 ‘실질적 지배력’을 강화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에 따라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OCI홀딩스는 부광약품 지분을 2025~2026년까지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25년 기준 OCI홀딩스는 부광약품 지분 17%대에 머물러 있으며, 규제 요건 충족을 위해서는 최소 10%포인트 이상 추가 매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계열사 지분 확대로 지주사 요건을 맞추려는 OCI 측의 전략과, 부광약품의 대규모 유상증자·M&A 행보는 상호 보완적 구조를 형성하면서 그룹 차원의 제약·바이오 포트폴리오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유니온제약 인수로 구조를 단순화하면 ‘OCI홀딩스(지주) → 부광약품(상장 제약사) → 한국유니온제약(회생회사·향후 자회사)’의 수직 계열 체인이 형성되는 구도가 된다.
전략적 의미와 향후 변수
제약업계 전문가는 "OCI–부광약품–한국유니온제약으로 이어지는 이번 딜은 단기적으로는 생산캐파와 포트폴리오 보강, 중장기적으로는 CDMO 및 만성질환 치료제 확대를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며 "OCI 입장에서는 화학·에너지 중심 사업 구조에 제약·바이오를 더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부광약품을 그룹 내 제약 플랫폼으로 삼아 인수·합병 및 위탁생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부광약품은 OCI 자본력을 바탕으로 생산설비 확충과 회생회사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CDMO·전문의약품 양축을 강화하고, 만성질환 분야에서 장기적인 파이프라인·제품군 확대를 노리는 구조다.
다만 회생절차 중인 한국유니온제약의 경영정상화, OCI홀딩스의 부광약품 지분 30% 충족 여부, 부광약품의 유상증자 이후 주가·주주가치 희석 논란 등은 향후 시장이 주목할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