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이 침침한가. 하긴 이제 노안이 와도 하등 이상한 나이는 아니지….’ 넷플릭스 신작 제목을 다시 살펴봤다. 처음엔 가 아닌가 했다. 말 그대로 ‘무언가를 지키는 사람(Keeper)’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be가 아니라 bee였다. 양봉업자인가. 맞다. 이 영화는 꿀벌을 키우는 전직 특수요원이 주인공이다. 최신 개봉작은 아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순간 또 하나의 신작이 된다. 그것이 넷플릭스의 힘이다. 한 주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역시 제이슨 스타덤은 믿고 보는 액션 배우다. 전개는 익숙하다. 다음 장면도 어느 정도 예상된다. 그런데도 그의 영화는 화끈하고 통쾌하다. 그래서 질리지 않는다. <비키퍼>는 시간을 때우는 영화가 아니다. 시간을 들여도 아깝지 않은 익스트림 액션 무비다. ◆ ‘나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것’ 이 세상 사람의 70%는 나에게 관심이 없고, 20%는 나를 싫어하며, 10%만이 나를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병기로 살아온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외딴 시골에 홀로 사는 할머니 한 분이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그에게 따뜻한 시선과 정을 건네고,
우선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간단한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도, 주조연 배우 조합을 봤을 때도 제법 끌렸다. 극장 개봉 없이 곧바로 공개된 넷플릭스 작품.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영화는 용강이 형님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극 중 이름이 입에 붙어 이 리뷰에서도 그대로 불러보려 한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마이클 스코필드 문신만큼 강렬한 수준은 아니지만, 등 전체를 뒤덮은 코사인 함수와 화학기호로 보이는 나열된 타투는 첫인상만큼은 확실했다. 이어 등장하는 용강이 형님의 똘마니들. 그때까지만 해도 삼류 조폭 코미디의 향기가 물씬 났다. 웃음에 대한 기대도 커져 갔다. 몇몇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졌다. 최근 개그맨에서 유튜버로 활약 중인 ‘김원훈-조진세’ 조합처럼 가볍고 허술한 웃음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모든 것이 조금씩 어설프다. 개연성도 아쉽고, 유머는 한 세대쯤 뒤로 물러난 느낌이다. 독립영화였다면 적어도 독특한 문제의식이나 실험정신이라도 찾았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것마저 흐릿했다. <육사오> 필의 빵빵 터지는 코미디의 재현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로또 1등을 기대했다가 꽝이 나온 기분에
“가만있어 봐. 이제 나오면 3편인가? 아니지. 4편? 아니, 벌써 5편째인가…” 그랬다.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열광했고, 속편이 나올 때마다 환호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닌데…” 싶어 자연스레 멀어졌던 것 같다. 지천명을 앞둔 나이라서일까. 오늘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저녁 시간을 비울 수 있어 극장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오래된 LP판 위를 바늘이 스치듯 아련한 기억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사람도 아니고, 최첨단 디바이스도 아닌 낡은 장난감들 때문. 아이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구로에 있던 <토이저러스>에 데려가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그 매장은 사라졌고, 롯데마트 지하에 있던 공간도 이제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내 가슴에 박힌 건 한마디로 ‘격세지감’이었다. 사실 영화는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십 개의 버즈가 마치 최근 봤던 <군체>의 군집처럼 움직이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중반부까지는 큰 감흥이 없었다. 웃음도, 놀라움도, 신선함도 기대만큼 크지는 않았다. 그저 나 자신이 추억놀이에 빠져 가끔 고개를 끄덕이고, 옅은 미소
간만에 신기한 영화를 만났다. 강동원의 비보이 변신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CG나 AI의 도움 없이 직접 춤을 소화했다는 소식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키웠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더 신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흔히 말하는 웰메이드 영화는 아니다. 기대했던 완성도와는 거리가 있었고, 복고 감성과 유머를 바탕으로 한 따뜻한 드라마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B급 코미디의 색채가 훨씬 짙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었다. 폭소라기보다는 실소에 가까웠지만 분명 즐거웠다. 극 중 흘러나온 OST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귓가를 맴돌았다. 중독성 강한 후크송 덕분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흥얼거리게 됐다. 그래서 더 신기하다. 최근 구교환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 중 한 명인 오정세. 그의 눈빛과 목소리만으로도 장면이 살아난다. “니가 좋아~ 니가 좋아~” 순간 <별은 내 가슴에>의 안재욱이 떠오르기도 하고, <시크릿 가든> 속 윤상현의 허세 가득한 감성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이유 없이 웃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았다. 박지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차은우 주연이란 자막을 잘못 봤을까? 분명 그였다. 그리고 우영우까지. 넷플 신작에 이 두 배우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손현주까지…) 호기심이 샘솟았다. 보통 첫 회차만 봐도, “척하면 압니다” 수준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느낌은 오기 마련인데 이 작품, 심상찮았다. 일단 참았다. 그리고 2, 3, 4화까지 접했다. 이제는 멈출 수도 없었다. 끝을 봐야 했다. 2화까지 보고 나선 <지구를 지켜라>가 떠올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퍼맨이었던 사나이>도 생각났다. 그리고 4화를 넘어가며 <경이로운 소문>과 <하이파이브>의 결까지 슬쩍 스쳐 지나가더니, 결국은 그냥 그렇고 그렇게 끝났다. 이 느낌은 뭘까.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처구니가 없는 것도 아닌 묘한 허탈감. 자칭 콘텐츠 해비유저로서 웬만한 작품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며 응원하는 편인데, 간만에 정말 할 말이 없다. ‘유구무언’이란 사자성어는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시리즈의 주제는 과연 뭘까. 참신해 보이는 소재는 점점 산만해지고, B급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는 듯하다가도 그 흐름은 어느 순간 온데간데없다. <폭삭 속았수다>의 ‘
음악 영화로 전 세계적 흥행은 물론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한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진의 참여만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마이클>. 마이클 잭슨을 향한 음악적 평가에 어떤 수식어를 붙인들 사실 사족에 가깝다. 그 어떤 미사여구조차 그의 존재감 앞에서는 덧칠처럼 느껴질 뿐. 그래서 이번엔 음악보다 영화 자체의 결에 집중하고자 했다. 솔직히 몰랐던 이야기나 충격적 비하인드는 거의 없다. 신선함만 놓고 보면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의외로 담담하다. 유년 시절부터 청년, 그리고 성인이 되기까지 마치 핸드헬드 카메라를 곁에 붙여놓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편집 없이 따라가는 듯한 호흡. 그 차분한 시선이 오히려 진솔하게 다가온다. 사실 처음엔 신명 나는 리듬과 파란만장한 인생사, 가족과 주변인을 둘러싼 가십성 이야기들을 어느 정도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변화구’를 거의 던지지 않는다. (*속편이 나온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묘한 힘이 있다. 노래를 따라 부르게 만들거나 흥얼거리게 하는 방식은 아닌데, 장면 하나하나를 미동 없이 따라가다 보면 잔잔한 호숫가 같던 감정선이 어느 순간 마음속 파도로 번져온다. <
우선 여태껏 쓴 칼럼 중 가장 긴 제목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이상 줄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고 그냥 솔직하게 적었다.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던 왕년의 로코퀸도 세월 앞에서, 배역 안에서, 분장 뒤에서 무기력해질 수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놀랍다. 어쩌면 저렇게 표정 연기가 살아 있는지. 그 면에선 진심으로 따봉을 주고 싶다. 회사 안에서 뛰어난 업무역량을 지녔지만, 본투 왕따 기질에 꾸밀 줄도 모르는 그녀를 조직은 점점 소시오패스적으로 고립시킨다. 처음엔 믿기 힘든 무인도 정착기를 그린 코미디물인가 싶었다. 자연스레 직장 상사를 길들이는 코믹 생존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건 정말 엽기무비다. 아예 그걸 염두에 두고 제작한 작품이라지만, 보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점들마저 결국 불쾌감으로 되돌아온다. 감독은 아름다운 무인도를 배경으로 소프트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르 대신 블랙하고 잔인한 사이코 드라마로 방향을 틀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묘하다. 볼만한데 보기 힘들다. 바로 <직장 상사 길들이기>가 그런 영화다. 극장에서 보려다 놓친 작품이라 디즈니플러스 신작
일본 드라마, 일본 영화. 애써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얻어걸리거나 혹은 묘한 기대감에 눌려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직장 후배의 강력 추천, 그리고 이미 시청 중인 와이프. 월요병을 앞둔 오늘, 아이들 학원 라이딩에 교회 일정, 분리수거까지 마친 뒤 창밖엔 추적추적 비가 오는데…어디 갈 엄두도 안나고 도저히 안 볼 이유가 없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지옥에 떨어집니다>. 단 2화까지 본 시점에서 이러쿵저러쿵 단정 짓긴 이르지만, 오롯이 ‘느낌’만으로 몇 자 남겨두고 싶었다. 사실, 등장 여주인공은 외모만 놓고 볼때 전형적인 미인형이라 보긴 어렵다. 배고픔에 지렁이를 씹어 삼킬 정도로 밑바닥에서 시작한 삶. 그러나 명석함과 수완, 그리고 무엇보다 꺼지지 않는 의지의 소유자. 그녀는 그렇게 버텨낸다. (*외모는 거들뿐. 그냥 빠져들게 됐다) 그 여인의 시간을 1년, 2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성공 서사의 궤적 위에 올라타게 된다. 그 과정과 주변 인물들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결이 꽤 진지하고, 또 흥미롭다. 문득 얼마전 애플TV에서 방영했던 <파칭코>가 자연스레 오버랩됐다. 1인칭 주인공의 내면 독백과, 3인칭의
조폭이 나오고, 사채빚이 있고, 연인관계인데 공항 검색대 근무하고… 말 그대로 전형적인 프레임. 어디선가 수번은 본 듯한 짜임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지없이 빗나갔다. 간만에 찾은 넷플이 아닌 디플에서 산삼을 캔 심마니 느낌. 딱 2화가 공개된 지금. 우선 심약한 이들은 보기 쉽지 않을 듯하다. 왜? 사실 잔인함도 없다. 그런데 이 뻔한 소재로 심장을 쥐었다 폈다 만든다. 콘텐츠 해비유저인 내가 봐도 “아, 이게 연출의 힘이구나” 싶다. 주말 기차를 타고 당일 강원도를 다녀온 피로를 날리려 킬링타임용 작품을 찾았는데, 제대로 얻어 걸렸다. 수년간 봐왔지만 광수는 참 묘하다. 잔인하나 인간적이고, 웃겨 보이나 신중하고, 배운 듯하나 양아치 느낌의 건달 아니 조폭 역할. 이 결이 이렇게까지 어울리는 배우였나 싶다. 그리고 박보영. 아역 출신 배우들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봐서 늘 아쉬웠는데, 이 배우는 다르다. 계속 빛난다. <골드랜드>의 황금처럼, 윤기가 돈다. 2회차만으로 다음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진다. <스카이캐슬>처럼 마지막에 힘이 풀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기대감’이라는 근육을 단단히 붙잡아 둔 시리즈 같다. 늘 말
간만에 사전적 의미를 떠올려보려 했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이 단어 하나면 충분했다. ‘그로테스크(grotesque)‘ 연휴를 맞아 넷플릭스 신작을 뒤지던 중, 오랜만에 ‘월척’ 느낌을 만났다. 내가 말하는 월척이란 이렇다. 러닝타임은 120분을 넘지 않을 것, 가능하면 놓쳤던 한국 영화일 것, 그리고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할 것.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묘하게 끌리는 소재. <오후네시>는 그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샌드위치 데이로 이어지는 다음 주 월요일 출근, 주말이지만 토요일 유의미한 당일 출장 일정이 잡혀 있어 연휴 같지 않은 연휴를 보내던 찰나. 와이프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간만에 만난 ‘기괴한’ 작품이다. 반전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끝내 반전은 없다. 대신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뭔가를 끝까지 찾아보게 만드는 ‘지적 허기’를 자극한다. 주연급에 버금가는 명품 조연 세 명이 전면에 나선 구성 자체도 꽤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남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사유하게 만들었으니, 천착하게 만들었으니 보통 이상의 평점은 주고 싶다.) ◆ 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