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한국 배터리 산업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 12월 두 주 만에 17조3000억원(117억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이 취소되면서 한국 6대 배터리 및 소재 기업의 연간 예상 매출 51조4000억원의 34%가 날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전환으로 미국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탓에 발생한 이 사태는 불과 몇 달 전 미국 자동차사들과 수백억 달러 장기 계약을 따냈던 산업의 운명을 뒤집었다.
LG에너지솔루션, 9.2조 더블 펀치 직격
한국 최대 배터리사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포드자동차는 12월17일 9조6000억원(65억 달러) 계약을 해지했는데, 이는 2027~2032년 유럽 상용차용 75GWh 배터리 셀 공급분으로 정책 변화와 F-150 라이트닝 등 EV 모델 폐지, 수요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별도 34GWh 계약(2030년까지)은 유지된다. 이틀 뒤 12월26일 프라이덴베르크 배터리 파워 시스템즈(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s)가 배터리 사업 철수로 3조9000억원(27억 달러) 모듈 공급 계약을 상호 취소했으며, 이는 LG의 2024년 연매출 25조6000억원의 절반을 넘는 13조5000억원 손실이다. 이미 납품된 1억1000만 달러는 제외됐다.
L&F 테슬라 계약 99% 증발 쇼크
소재업체 L&F(엘앤에프)는 최악의 붕괴를 겪었다. 2023년2월 체결된 테슬라 사이버트럭 4680셀용 고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3조8300억~3조8347억원, 26억8000만 달러)이 수요 부진과 생산 어려움으로 973만~937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99% 감소로, 잔여액은 2025년 말까지의 최소 납품분에 불과하다. 이 미국 중심 충격은 한국 배터리 생태계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며 추가 계약 취소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정책, 글로벌 후퇴 불씨
근본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One Big Beautiful Bill Act'로, 2025년9월30일 7,500달러 EV 연방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시켜 미국 수요를 꺾었다. 12월 초 2031년 연비 기준을 바이든 시대 50.4mpg에서 34.5mpg로 낮추는 방안 역시 한몫했다. 포드는 12월15일 195억 달러 손상차손을 발표하고 EV 모델을 폐기했으며, 12월11일 SK온과의 BlueOval SK 합작 해체로 켄터키·테네시 공장을 분할 독립 관리한다.
EU 정책 완화, 불확실성 증폭
유럽연합(EU)은 12월16일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완화해 100% 대신 90% 배출 감축만 요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e-fuel 차 판매를 2035년 이후 허용했다. 독일·이탈리아 로비가 반영된 조치다. 중국 저가 공세와 맞물려 한국 기업들은 에너지 저장시스템(ESS)과 고마진 EV로 전환을 모색 중이며, 분석가들은 2026년부터 점진적 수요 회복을 예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