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1 (토)

  • 맑음동두천 14.2℃
  • 맑음강릉 16.3℃
  • 맑음서울 14.6℃
  • 연무대전 17.1℃
  • 구름많음대구 21.9℃
  • 구름많음울산 19.2℃
  • 연무광주 18.2℃
  • 흐림부산 16.9℃
  • 구름많음고창 15.0℃
  • 연무제주 16.5℃
  • 맑음강화 8.1℃
  • 구름많음보은 18.5℃
  • 구름많음금산 17.4℃
  • 흐림강진군 18.4℃
  • 구름많음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17.7℃
기상청 제공

Opinion

[플라이미투더문] 코칭은 AI와 도플갱어?…좋은 질문이 멋진 해답을 가져온다

쿠자의 플라이미투더문 ③

 

얼마전 사내 AI강의를 진행하던 중 한 참가자가 이해했다는 듯이 읊조렸다.

 

“와. 질문이 진짜 중요하네요.”

 

정교하게 설계된 질문이 원하는 답을 얻는다는 Prompt Engineering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다는 의아함과 함께 “코칭”이라는 단어가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지난 컬럼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을 다른 하나와 비교하며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로 하여금 본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한 측면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법”과 “좋은 코칭을 하는 법”은 닮아 있다. 오늘은 이 둘의 닮음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질문이 중요하다” 라는 말은 코칭과 AI 모두에게 출발점이다. AI업계에서 꽤나 유명한 말 중 하나인 “Input garbage, Output garbage.” 를 보더라도 정교하게 질문하지 않으면 원하는 답을 얻어낼 수 없다.

 

이는 코칭에서 역시 해당되는데 무분별하게 질문을 나열한다면 상대의 그 어떠한 내면의 모습도 들여다보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질문기법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연관 지식 습득”이다. 알아야 질문할 수 있듯이 질문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기반적 이해가 있다면 더욱 정교하게 설계된 질문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주식이 오를까?” 라는 질문과 “삼성전자의 HBM4 개발 측면에서의 기업 전망은 어떨까?” 라는 질문의 차이라 하겠다. 코칭에서는 그것이 우수한 전문코치의 연륜으로 발현되는데, (주제가 사전에 협의된 코칭의 경우) 고객과의 코칭에 앞서 코치가 고객의 현재 상황 및 전후 사정 그리고 주제와 관련된 기반 지식을 사전 습득하는 행위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AI가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학습”과 “추론” 이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활용하여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과 예측을 한다. 코치 역시 이러한 AI를 닮아 “학습”과 “추론” 능력을 체득하고 코칭 세션 중에 치열하게 활용해야 한다.

 

고객의 언어로 표현되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빠르게 학습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날카롭게 추론하여 유의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고객님의 목표 실행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혹시 방금 말씀하시면서 살짝은 서운함이 느껴졌는데, 어떤 기분이실 지요?” 등의 질문들이 적절한 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AI와 코치 모두가 지녀야 할 소양은 “문해력”이다. 문해력이 없으면 데이터를 데이터로서 온전히 받아들이지 조차 못하고 엉뚱한 추론을 하게 될 것이다.

 

AI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에는 “Diffusion model” 이라는 방식이 활용된다. 쉽게 설명하자면, AI가 그림을 학습할 때 기존의 고양이 사진에 노이즈를 단계별로 추가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의 과정을 학습하고, 이를 역순으로 재생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단계에서 고양이를 그려내는 방식이다.

 

과거의 경험을 역순 재생함으로써 의미 있는 답을 찾는 방식은 코칭의 질문 기법과도 유사하다. “이전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성공했을 때 어떠한 행동들을 하셨을까요?” 라는 질문에 이은 “그렇다면 그때의 행동들을 지금 한다면 어떻게 결과가 달라질까요?” 라는 질문 콤보는 코칭의 디퓨전 모델이다.

 

또한 AI 사용 질문 중 “Persona 지정” 이라는 기법이 있는데, “너가 대학교수라고 가정하고, 이 내용에 대해서 강의하듯 설명해줘.” 와 같이 가상의 인물이 되어 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법이다. 코칭에서 역시 이 기법은 유효하며, 때로는 강력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만약 내가 팀장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AI가 인간을 지배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근원은 바로 AI가 블랙박스적 성향을 가졌다는 점일 것이다. AI가 만족할만한 답변과 결과를 도출하였으나 어떠한 구체적인 사고과정을 통해 해당 결론을 내렸는지는 AI 개발자조차 알지 못한다.

 

그래서 AI 업계의 대가인 “앤드류 응”은 Explainable AI 즉 설명가능한 AI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코칭 역시 그러하다. 고객이 어떻게 그러한 생각으로 다다랐으며, 왜 이번 코칭은 성공하였고 지난 코칭 세션은 실패하였는지 명확하게 인과관계를 파악하기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코칭은 이렇게 하세요.”에 대한 범용적 지침서를 정의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하지만 수많은 경험을 통해 나만의 Explainable Coaching을 정립한다면 더욱 훌륭한 코치가 되리라 믿는다.

 

AI활용에 있어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개인정보 관련 보안이다. 한번 입력되고 학습된 개인정보는 데이터화 되어 전세계 모든 사용자에게 공유될 소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AI는 자체적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Sovereign AI (자국 주권에 기반한 인공지능) 등이 그러한 예다.

 

코칭을 시작할 때 “한국코치협회의 윤리규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하여 비밀 유지가 보장됩니다.” 라는 언급이 필수인 이유는 이것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지키고자 하는 코치의 내적 다짐이자 공개적 약속이며 고객을 보호하는 장치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AI와 코칭 모두 개인화와 개별화에 능한 tool이기 때문일 것이다.

 

AI와 코칭은 너무나도 닮아 있으며, 각자의 강점을 공유한다. 글을 쓰면서도 굉장히 많은 부분이 공명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AI에게 코칭과 AI의 공통점을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십 수개의 답변 중 하나가 나의 가슴을 탁 친다. 그 답변으로 오늘의 컬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코치의 선한 의도와 강력한 질문이 결합되어 고객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코칭인 것처럼, AI도 사용자의 의도와 AI모델의 능력이 결합되어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시너지 모델입니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1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콘텐츠인사이트] 다 보고 남는 건 우도환의 원투펀치뿐…<사냥개들2>를 보고

한때 영화 홍보를 업으로 삼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경쟁사 홍보팀 막내였던 한 친구가 있었다. 잠시 소식을 끊고 지내는 사이, 그는 결국 꿈꾸던 영화감독이 되어 있었다. 입봉작은 <청년경찰>. 이름 석 자가 또렷이 떠오른다. 김주환. 며칠 전, 회사 후배를 통해 그와 다시 연결됐다. 뜻밖의 인연이었다. 수년 만에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았고, 공교롭게도 그 시점에 넷플릭스에 막 공개된 작품이 있었다. 바로 그 친구 연출의 <사냥개들2> 시즌1을 인상 깊게 본 터라 시즌2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한 회당 한 시간 남짓, 총 7화가 한 번에 공개됐다. 금요일 회식의 숙취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토요일이라는 짧지만 소중한 휴식의 시간을 소파에 맡긴 채 정주행에 들어갔다. 애정하는 후배가 연출한 작품이기에 독설을 아끼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 이렇게까지?’ ‘그래서 이 다음은?’ 이 질문의 반복이다. 이야기의 개연성은 결국 작품의 뼈대다. 이 작품은 그 균형을 놓친 채 전개되는 인상이 짙다. 전반적으로 서사는 거칠고, 감정의 축적은 충분하지 않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지점도, 반전의 쾌감도 선명하게 남지 않는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직장인의 이미지 자산…실력만큼 중요한 패키징의 힘

그녀는 실력이 좋다. 강의도 잘하고, 사람을 읽고 조직을 다루는 감각도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 HR 매니저로 일하며 무대 앞에 서는 일이 잦은 대학원 동기다. 어느 날 내게 문자가 왔다. "언니처럼 옷 입고 싶어. 옷 골라줄 수 있어?"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다보니, 자신을 꾸미는 데 쓸 여유가 없었다. 아이들, 회의, 보고서, 그 사이에서 그녀의 옷차림은 늘 ‘편리함’ 뒤에 숨어 있었다. 그렇게 평소 내 스타일을 좋아하던 그녀의 부탁으로 함께 옷을 골랐다. 단순히 유행하는 옷이 아니라, 그녀가 가진 단단한 전문성이 겉으로 드러날 수 있는 스타일을 제안했다. “좋은 신발은 연인을 도망가게 한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진짜 좋은 신발은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대. 나를 귀하게 대접하는 옷차림은 어쩌면 나를 지키고 빛내는 가장 확실한 '이미지 자산' 아닐까?.” 컨설팅 이후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옷만 살짝 바꿨을 뿐인데 회사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것이다. "멋지다", "분위기 좋다"는 찬사가 이어졌고, 그 기분 좋은 자극은 그녀를 움직였다.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미뤄둔 운동을 시작했고, 거울 속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 첫 번째 블렌

[콘텐츠인사이트] 스끼다시였던 갈등 소재, 본 주제는 따로 있었다…<원정빌라>를 보고

어릴 적 이런 형태의 주거 공간을 자주 보곤 했다. ‘빌라, 멘숀, 빌리지…’ 직접 살아본 적은 없지만 이와 같은 이름들이 묘하게 익숙하다. 예고편과 스틸컷을 훑는 순간, 객관적 지표와는 무관하게 심박이 먼저 반응했다.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주말의 끝에서 선택한 작품이 티빙의 <원정빌라>다. 톱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연출이나 서사가 압도적일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만 평점이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소재가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끌렸다. ‘현대판 이웃사촌 비극 스릴러인가.’ 평소 반전과 긴장감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OTT 작품답게 러닝타임도 부담스럽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시간을 보내기에는 무난하다. 다만 반전의 결이 비교적 예상 가능한 범주에 머물렀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갈등은 전채였고, 본편은 사이비였다 층간소음, 주차 문제, 사소한 시비. 공동주택에서 흔히 벌어지는 갈등이 주요 서사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작품은 그 틀을 비껴간다. 오히려 그 모든 갈등은 본편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채에 가깝다. 실제 중심축은 ‘사이비 종교’다. 이는 ‘나는 신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PD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전갈과 개구리, 200회의 워크숍이 알려준 진실

같은 말을 들어도 누군가는 동기부여를 받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다. 똑같은 팀장의 피드백 한마디가 어떤 사람에게는 자극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망치는 말이 된다. 퍼실리테이션을 배우고 나서도 이 질문만큼은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뭘까?' 조직의 소통 방식은 조금 알게 됐지만, 그 안에 있는 '개인'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나는 결국 그 답을 찾아 심리 진단 도구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국민 진단 도구라 불리는 MBTI는 입문이었다. 그 다음은 에니어그램이었다. MBTI가 행동유형을 보여준다면, 에니어그램은 그 행동의 뿌리에 있는 두려움과 욕망을 건드린다. 처음 내 에니어그램 유형을 확인했을 때, 솔직히 좀 민망했다. '내 마음속에 이런 욕구가 있었나?' 그 불편함이 오히려 흥미와 이해의 기반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버크만 진단까지 손을 뻗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드러나는 숨은 욕구를 찾아내며 일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진단 도구였다. 닥치는 대로 공부했고, 하나씩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확신이 줄었다. 나조차도 나의 행동을 이해하기

[콘텐츠인사이트] 뭔가 사유하고 싶을 땐 독립영화가 제격…고 김기덕 감독 <실제상황>을 보고

‘넷플의 법칙’. 머피의 법칙처럼, 이제는 이것도 하나의 법칙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수십, 아니 수백 편의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막상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건질 만한 작품 하나 찾기 어렵다. 심지어 신작마저 이미 본 작품일 때가 있다. 선택지는 넘치는데, 선택할 것은 없는 아이러니. 나는 그 상황을 ‘넷플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럴 때는 미련없이 ‘디즈니플러스’나 ‘쿠팡플레이’로 옮긴다. 그래도 없다면 ‘티빙’까지.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이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소비 패턴이 된 시대인 듯 하다. 주말이었다. 나른하게 흘려보내고 싶었지만 현실은 평일처럼 분주했다.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안에서는 알 수 없는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사실 그 이유를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지만, 애써 내가 나를 속이고 있다. 정확힌 마인드 콘트롤 상태) 그때 티빙에서 이 영화를 만났다. <실제상황>. 이전에 언급한 적 있지만, 필자는 작품 그 자체로 놓고 볼 때 홍상수와 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흐름, 예측을 비껴가는 장면 구성,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흔드는 연출. 그 불균질

[콘텐츠인사이트] 쿠플서 우연히 건진 독립영화…홍상수 감독 <수유천>을 보고

연달아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마주한 날이다. 말 그대로 ‘땡 잡은 날’이다. 키득거리며,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의 영화를 보기 위해 심야 극장을 찾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나도 쉰을 바라본다. 넷플릭스가 지겨우면 디즈니플러스를 켰고, 그것마저 식상하면 쿠팡플레이에 접속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 플랫폼에 독립영화가 많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솔직히 몰랐다. ㅜㅜ) 그의 작품을 거의 다 봤다고 자부했는데, 오늘따라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바로 ‘술, 담배, 음식’ 생각해보면 그의 영화는 언제나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일상의 결을 직조해왔다. 초창기 작품들은 작가적 색채가 강하면서도 일정한 흥행성을 동반한 상업영화의 성격을 지녔다고 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짜 ‘독립’을 택한 듯한 행보로 이어졌고, 지금은 완연한 독립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여전히 팬이지만, 초창기 특유의 농도 짙은 ‘맛’이 조금은 옅어진 듯해 아쉬움도 커진다. 그렇게 다시 만난 작품이 바로 <수유천>이다. (*필모그래피를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제목이 있었던가 싶다.) 늘 그렇듯이 특별한 사건은 없다. 권해효가 등장하고, 김민희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회의실의 침묵을 깨는 힘, '퍼실리테이터'가 되다

리더 혼자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노트북만 두드리는 회의. 뒷자리에 앉아 속으로 되뇌던 말. '이럴 거면 그냥 메일로 보내시지.' 그 불만이 문제의식으로 바뀐 건, 내가 직접 그 회의를 이끌어야 하는 프로젝트 리더의 자리에 앉게 되면서였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던 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익숙한 책상과 묵직한 과제들이었다. '회사의 가치체계 재정립 프로젝트' 머리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손은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실무를 떠나 있던 시간만큼의 공백감이 매일 아침 출근길을 조금 무겁게 했다. 그 무게감보다 더 버거웠던 건, 회의실에서 마주하는 침묵이었다. 대부분 리더가 말을 주도 했는데 어딘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건 그들의 진짜 생각이었지만, 직급과 분위기라는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그건 좀처럼 꺼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저 침묵을 깰 수 있을까?' 그때 만난 것이 퍼실리테이션이었다.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기술보다 태도였다. 답을 알고 있어도, 먼저 꺼내지 않고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을 펼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배운 것을 회사 밖에서 먼저 써보기로 했다.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미션과 비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