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소설, 슈퍼히어로 영화, 애니메이션, 고전 SF 공포물까지. 서사 속 개미들은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등장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언제나 개미를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1. 『개미』: 철학자·과학자로 재탄생한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서 개미들은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하나의 문명·철학·과학 체계를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인간과 개미의 서사가 교차 편집되는 구조 속에서, 작가는 개미 사회의 집단지성·정보 공유·윤리 체계를 통해 인간 문명의 오만과 취약성을 비춘다. 이화여대의 관련 논문은, 『개미』가 “곤충 관찰과 생태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 과학소설이자, 인간과 모든 생명체가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과학적 디테일(페로몬, 분업, 개체수)과 철학적 질문(의식, 문명의 한계)이 결합되면서, 개미는 ‘작은 기계’가 아니라 ‘작은 철학자’로 그려진다. 2. 애니메이션 ‘Antz’…개인 vs 집단의 철학 드라마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Antz(1998)’에서 주인공 Z는 7만9,654번째 일개미로, 전체주의에 가까운 군체 사회에서 자신의 개성과 자유를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돌고래를 기념하는 날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날은 매년 7월 23일이다. 이 날은 '세계 고래와 돌고래의 날(World Whale and Dolphin Day)'로 지정됐다. 이날은 고래목(Cetacea)에 속하는 모든 고래와 돌고래의 보호와 해양생태계 보전 인식을 높이기 위한 의미를 다시 새기는 날이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는 매년 9월 12일을 세계 돌고래의 날로 지정했다. 이는 2021년 9월 12일 북유럽 페로 제도에서 1,428마리의 돌고래가 무참히 학살당한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죽음을 기리고 돌고래 보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선언됐다. 돌고래는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생물로 평가받는 해양 포유류다. 하지만 이 뛰어난 지능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전쟁 도구로 활용되는 비극을 낳았다. 전쟁터로 내몰린 해양 지성체 미국 해군은 1960년대부터 '해양 포유류 프로그램(NMMP)'을 통해 돌고래를 군사적으로 활용해왔다. 1962년 캘리포니아 포인트 무구 기지에 연구 시설을 설치한 미군은 1965년 '터피'라는 돌고래가 수면과 수심 60m 사이에서 도구와 메시지 전달에 성공하면서 군용화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개미는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생명체 가운데 하나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치명적인 ‘버그’를 안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집단지성이 한 번 비틀리는 순간, 앤트밀처럼 죽음의 소용돌이로 추락하는 시스템적 취약성이 그것이다. 앤트밀(Ant mill)은 수백~수천 마리의 개미가 끝없이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다가 과로사·아사로 죽어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또는 ‘죽음의 회오리(dance)’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주로 시력이 거의 없는 군대개미류에서 관찰되며, 직경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 소용돌이를 이루기도 한다는 보고가 반복된다. 원인은 개미의 핵심 장점이기도 한 페로몬 네트워크의 오류다. 선두 개미가 급격히 방향을 틀거나 잘못된 경로로 진입했을 때, 뒤따르던 개미가 앞 무리의 흔적을 기존 경로로 오인해 그대로 따라붙고, 이 경로가 완전한 원을 이루면 전체 무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는 ‘자기 참조 루프’가 만들어진다. 시력이 발달한 일부 종은 주변 환경을 보고 오류를 인지해 벗어나지만, 군대개미처럼 눈이 거의 퇴화한 종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릴 수 없기 때문에, 외부 교란(비,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중앙 서버도, 리더도 없다. 그럼에도 개미 군체는 최단 경로를 찾고, 병목을 해소하며,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한다. 이 단순한 규칙들의 집합은 ‘개미 군집 최적화(ACO)’로 수학화돼, 오늘날 네트워크·물류·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중요한 참고서가 됐다. 1. 페로몬과 확률…개미 군집 최적화의 핵심 개미 군집 최적화(Ant Colony Optimization, ACO)는 프랑스 연구자 도리고(Dorigo)가 1990년대 제안한 이후, 최단 경로 탐색·스케줄링·라우팅 문제 해결의 대표적 생체 모사 알고리즘으로 자리 잡았다. 핵심 원리는 간단하다. 개별 개미는 완벽한 해법을 모르지만, 짧고 효율적인 경로에는 페로몬이 더 빨리 축적되고, 비효율적인 경로의 페로몬은 휘발되면서 사라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군체 전체가 ‘사실상 최선에 가까운’ 경로에 수렴한다. 연구자들은 이 구조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통신망에서 패킷이 지나는 경로를 동적으로 조정하거나, 물류 차량의 배차·동선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2. “6마리만 모여도 분업”이 보여준 자율 분산 시스템 록펠러대·프린스턴대 연구처럼, 개미는 6마리만 모여도 자연스럽게 역할이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남미에서 온 불개미는 전 세계 항만과 공항을 따라 북상했고, 열대우림의 군대개미는 숲의 먹이사슬을 통째로 재편하는 ‘이동하는 무장 행렬’로 기록된다. 생태계의 침략자이자 생태 시스템의 전술가로서, 이들의 행태는 인간의 전쟁과 침략을 떠올리게 만든다. 1. 불개미, 항구에서 상륙한 ‘붉은 군단’ 불개미(Solenopsis invicta)는 남미 원산 침입종으로, 북미·아시아·오세아니아 등으로 확산되며 농업·도시 환경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강한 독침과 공격성을 갖고 있어, 사람과 가축에게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제 자연보전연맹(IUCN)은 불개미를 ‘세계 최악의 100대 침입종’ 가운데 하나로 분류한다는 사실이 반복 보고돼 왔다. 침입 경로와 확산 양상은 군사 작전을 닮았다. 컨테이너·목재·토사 속 여왕개미와 일개미 집단이 항만과 공항을 통해 상륙하고, 주변에 위성 둥지를 만들며 방사형으로 영역을 넓힌다. 사람의 물류 네트워크는 이들에게 사실상의 군사 보급로다. 불개미를 둘러싼 국제 방제 협의체와 검역 시스템은, 현대 생태 전쟁의 최전선이라 할 만하다. 2. 군대개미, 숲을 휩쓰는 ‘이동 전선’ 군대개미(arm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인간은 오래전부터 개미에게서 성실과 집요함, 때로는 군집의 두려움을 읽어왔다. 고대 격언에서 현대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개미는 ‘작은 곤충’을 넘어 인간 문명을 비추는 문화적 거울로 기능해 왔다. 1. 고대 경전 속 개미…근면과 예지의 상징 서구·이슬람 전통에서 개미는 대표적인 근면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구약성서의 잠언은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고 적으며, 계절에 따라 먹이를 비축하는 개미의 행동을 예지와 준비성의 모델로 제시했다.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 역시 겨울을 대비한 개미의 성실성을 ‘미래를 대비하는 이성적 존재’로 그린다. 동아시아에서도 개미는 이중적이다. 작은 결점이 큰 화를 부른다는 “개미 구멍으로 둑이 무너진다”, 미약한 존재도 꾸준히 힘을 모으면 큰일을 이룬다는 “개미는 작아도 탑을 쌓는다” 같은 속담들이 그것이다. 민담과 한자 문화권의 ‘루의(螻蟻)’라는 표현은, 한편으로는 하찮은 존재, 다른 한편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을 동시에 가리킨다. 2. 베르베르 『개미』… 곤충 사회를 빌려 쓴 인류 문명 비평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는 개미 사회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케냐 사바나에서 코끼리 감소가 결국 쇠똥구리의 ‘공동 멸종(co-extinction)’으로 이어진다는 정량적 증거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초대형 초식동물의 퇴장이 곤충, 토양, 식생, 심지어 농업과 인간 경제까지 연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생태학계의 오래된 가설이 현실의 데이터로 입증된 셈이다. EurekAlert!, bioengineer, Newsfromscience, Princeton University에 따르면, 수십 년간 생태학자들은 생태계 네트워크에서 연결성이 높은 종이 사라지면 연쇄적인 공동 멸종, 즉 그에 의존하는 생물들의 연속적인 소멸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론화해 왔다. 이제 프린스턴대 박사과정생 피노테 히이스만이 이끄는 연구팀이 이 현상에 대한 최초의 실험적 증거를 제시했다. 케냐 사바나에서 코끼리가 사라지자 쇠똥구리 개체군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코끼리 빠지자… 쇠똥구리 67% 증발 프린스턴대 박사과정 피노테 히이스만(Finote Gijsman) 등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케냐 음팔라 연구센터(Mpala Research Centre)의 장기 실험 데이터(UHURU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코끼리 출입을 차단한 구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 골격 ‘거스(Gus)’가 오는 7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 등장한다. 추정가만 2,000만~3,000만 달러(약 301억~452억원)로, 공룡 화석에 책정된 사전 추정가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6,700만년 전 공룡이 21세기 경매장에서 ‘월가급 자산’으로 재탄생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셈이다. 6,700만년을 건너온 ‘괴물 표본’ 소더비와 관련 매체에 따르면 거스는 높이 12피트(약 3.6m)를 훌쩍 넘고, 코에서 꼬리까지 약 38~40피트(약 11.6~12.2m)에 이르는 대형 T. 렉스 골격이다. 전체 골격을 구성하는 화석 뼈 요소는 183개로, 현존 T. 렉스 표본 가운데서도 ‘대형이자 고완성도’로 분류되는 급에 속한다. 무엇보다도 복골(腹骨·gastralia), 이른바 ‘배갈비뼈’로 불리는 극히 희귀 부위가 통째로 남아 있어, 이처럼 온전히 조립된 상태로 전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소더비는 강조한다. 거스의 뼈에는 이 공룡이 격렬한 생존 경쟁을 거쳐 살아남았음을 보여주는 흔적도 선명하다. 두개골과 몸통 곳곳에 다른 육식공룡의 것으로 보이는 치흔이 남아 있고, 한때 부러졌다가 치유된 골절 자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개미 사회는 완벽한 조화와 협력만으로 유지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진화생물학과 사회행동 연구가 드러낸 개미의 민낯은 조금 다르다. 여왕 간 권력 다툼, 계급 간 갈등, 이익을 둘러싼 타협이 인간 사회 못지않게 치열하게 전개된다. 1. 여왕개미도 ‘권력 투쟁’을 한다 사회행동 진화 연구에 따르면, 일부 개미 종에서는 여왕개미들 사이에서 동맹·배신·합종연횡에 가까운 권력 투쟁이 관찰된다. 여러 여왕이 동시에 존재하는 군체에서는, 초기에는 협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식 성공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결국 한 여왕만이 살아남는 사례가 반복 관측됐다. 이는 “군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완전히 희생된다”는 기존 도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개미 사회 역시 유전자 이익, 계급 간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적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2. ‘루의’에서 ‘개미 금탑’까지, 인간이 본 개미의 이중성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개미가 전통적으로 “몸집이 작아 보잘것없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한 존재”라는 양가적 이미지로 인식돼 왔다고 정리한다. 작은 사람이 큰일을 해낼 때 “개미가 절구통을 물고 나간다”, 근검절약을 의미할 때 “개미 금탑 모으듯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개미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수십 종의 페로몬과 ‘만남의 빈도’로 생각하고 기억한다. 개별 두뇌는 작지만, 군체 전체를 하나의 ‘분산형 슈퍼컴퓨터’로 만드는 방식이다. 1. 페로몬, 길 찾기부터 경보까지…개미 세계의 ‘화학 인터넷’ 개미는 경로 표시, 먹이 위치 공유, 위험 경고, 여왕 상태 알림 등 거의 모든 사회적 행위를 페로몬에 의존해 수행한다. 먹이를 찾은 일개미가 둥지까지 돌아오며 남기는 흔적이 바로 ‘경로 페로몬’이다. 다른 개미들은 이 농도 차이를 기반으로 더 진한 길을 선택해 이동하고, 먹이 공급이 줄어들면 그 길에 더 이상 페로몬이 보충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길’이 된다. 위험 상황에서는 ‘알람 페로몬’이 작동한다. 포식자를 만나거나 둥지가 교란되면, 해당 개미는 주변에 경보 신호를 살포하고, 인근 일개미·병정개미가 이 농도에 반응해 방어나 퇴각 행동을 취한다. 인간 사회의 문자·음성 메시지 기능을 화학물질 하나가 통합 수행하는 셈이다. 2. “개미 군체에는 집단 기억이 있다” 사이언스온이 정리한 스탠퍼드대 데보라 고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개미 사회는 개별 개체의 기억이 아니라 ‘집단 기억’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