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지금 이순간에도 강남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강남 환상’ 혹은 '강남의 찐가치'에 사로잡혀 있는 비강남 사람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때론 강남을 우상화하고, 때론 강남을 비하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강남의 가치가 급등해 비자를 받아야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강남VISA'라 명명한다. 나아가 강남과 강북간의 지역디바이드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허상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개인의 사적인 의견이니 오해없이 그냥 가볍게 즐겨주길 바란다.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 자녀간 결혼을 중개하는 결혼정보회사가 잇달아 등장하며 새로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 이어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도 단지 이름을 내건 결혼정보회사를 지난 6월 공식 출범시켜 현재까지 2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이들 단지는 1만 세대가 육박하거나 초고가 평당 1억원 이상의 매매가를 기록하는 대한민국 대표 부촌으로, 입주민의 사회·경제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동질혼’ 현상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헬리오시티, ‘단지명’ 내건 결혼정보회사 출범과 규모
2018년 입주한 헬리오시티는 9510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올해 10월 기준 전용 84㎡ 아파트가 30억350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가 주거지다. 이 단지 내 ‘헬리오 결혼정보’는 단지 상가 내 위치하며, 개업 석 달 만에 200명 이상 회원을 확보했다. 이 중 약 3분의 2가 헬리오시티 입주민이며, 나머지는 인근 단지 거주자로 알려져 있다. 대표는 공인중개사 경력 30년 이상의 헬리오시티 출신 입주민이 맡아 같은 지역 주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
래미안 원베일리 ‘원결회’에서 ‘원베일리 노빌리티’로 법인 전환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는 입주민 미혼 자녀들의 결혼을 목적으로 출발한 ‘원결회’가 2024년 7월 ‘원베일리 노빌리티’란 법인 결혼정보회사로 확장됐다. 초기에는 단지 주민만을 대상으로 운영되었으나 서초·강남 지역으로 가입 대상을 확대하며 600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다.
등록비는 수백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 이상에 달하며, 명문대 출신과 전문직을 엄선한 상위 등급 회원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일부 회원에게는 상속과 법률 자문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결혼뿐 아니라 부의 대물림 네트워크를 공식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타워팰리스 2차 등 강남 고가 단지 결혼 동아리 확산
지난 7월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아파트에서도 미혼 입주민 자녀를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인연’ 동아리가 출범했다. 이 모임은 홈파티, 문화 모임, 취미 활동 등 다양한 소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맞춤형 만남을 중개하는 한편, 전문가 초청 특강으로 회원들의 네트워킹과 자녀 결혼 지원을 동시에 진행한다. 단지 주민 간 폐쇄적 만남이지만, 강남 주요 단지들로 이러한 결혼 주선 활동이 확산되는 추세다.
결혼정보회사 증가는 고가 아파트 동질혼 심화의 상징
통계청 2023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30~40대 혼인율이 서울 평균 대비 1.3~1.5배 높으며,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5년간 강남 3구 가입자 비율도 18.7%에서 26.1%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강남 고가 단지 입주민들의 ‘우리끼리 결혼’ 선호 현상은 단순 결혼 중개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 계층화, 부의 대물림, 인구 구조에 미치는 영향까지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는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집단 내 결속 강화와 동질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중개 비용과 가입 조건이 일반 결혼정보회사와 확연히 차별화되어 입주민 높은 소득 수준과 문화 자본을 반영한다.
부촌 결혼시장 변화, 그 너머의 사회적 시사점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와 송파 헬리오시티 사례는 고가 아파트 단지 이름을 브랜드로 내건 결혼정보회사가 부촌 결혼시장 내 새로운 ‘신계급제’적 경계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가입자 대부분이 고액 연회비를 부담하며 엄격한 회원 선정 과정을 거치는 것은 강남 부유층 일변도의 ‘사회적 배타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내며, 사돈 관계 역시 같은 아파트 단지 거주자끼리의 결합으로 제한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사회의 주거지 불평등, 교육 격차, 출산율 저하 문제와 맞물려 향후 사회 일반 결혼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 동네’ ‘우리 단지’ 결혼 주선 문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지역사회 결혼정보 서비스 제공을 넘어, 사회적 계층 고착화와 부의 대물림 경로로 기능하며 한국 결혼문화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민 관계자는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쭉 보면서 자라온 동네주민들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면서 "게다가 같은 동네이다 보니 비슷한 수준의 재력과 문화수준 등도 결혼이후 사돈관계를 이어가는데 큰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