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서욱 전 장관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사장급 상근고문으로 영입됐다. 이는 역대 국방장관 가운데 퇴직 후 민간 방산기업에 취업한 첫 사례다.
서 전 장관은 2022년 5월 퇴임 후 3년이 지나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요건을 충족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취업심사를 거쳐 법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영입 명분? K방산 수출 드라이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서 전 장관의 영입 배경에 대해 “유럽, 중동, 미국 등 해외 사업 확대에 필요한 경험과 방산 수출을 위한 정부 정책 주도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며, “적시 대응이 필요한 수출 현장에서 중요한 자문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 전 장관은 재임 시절 이집트, 노르웨이, 인도, 호주, 태국, UAE 등과 K방산 수출 및 기술협력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 대표적인 방산 수출 품목을 보유한 국내 최대 방산기업 중 하나로, 2024년 기준 수출이 내수를 추월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방산 수출 240억 달러 돌파가 전망될 정도로 K방산의 글로벌 위상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논란과 우려…전관예우'와 정책 영향력
서 전 장관의 영입이 국내 방산업계에 미칠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전직 국방장관이 특정 방산업체에 고위직으로 합류할 경우 군과 방위사업청 등 정책 결정 과정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서 전 장관은 과거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국방안보자문위원단으로 활동하는 등 친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돼, 특정 업체에 유리한 정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사업에서 현대HD와 한화 간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시점, 김성한 전 안보실장이 HD한국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영입됐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후 한화그룹이 김대기 전 비서실장 영입을 추진했다가 정치권 반대에 무산된 사례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수출 분야를 담당한다 하더라도, 국내사업 구조상 정부와의 설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직 고위직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방산업계에도 ‘전관예우’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해외 사례는? 1호 영입의 시사점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이 퇴직 후 민간 방산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컨대, 조지프 던퍼드 전 미 합참의장은 전역 후 록히드마틴 이사회에 합류했고, 로이드 오스틴 현 미 국방장관도 레이시온 이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이는 방산업계와 정부 간 인적 교류가 글로벌 트렌드임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로비스트 논란’ 등 투명성·공정성 논란이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득과 독, K-방산의 미래를 가르는 시험대
서욱 전 장관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영입은 K방산의 글로벌 도약과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득’이 있다. 그가 쌓은 국제 협상력과 네트워크, 정책 경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한국 방산업계 전체에 시너지를 줄 수 있다.
반면, 전직 고위 공직자의 민간 방산기업행이 ‘전관예우’ 논란과 정책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산업계의 투명성 제고와 공정경쟁 환경 조성, 그리고 국민적 신뢰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결국, 서 전 장관의 영입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그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며, 방산업계가 이를 어떻게 관리·감독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