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피스 시장의 평균 거래 평당 가격은 2021년 2158만원에서 올해 1분기 3060만원으로 5년 만에 40% 넘게 올랐다. 임대료는 4분기 연속 오르고 빈 사무실도 4분기 연속 줄었다. 숫자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호황이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다르다.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고, 고전하는 곳은 여전히 고전한다. 2026년 1분기 데이터는 ‘평균’이라는 숫자 뒤에 감춰진 시장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6.1%였다. 3개월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지며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낙폭이 크게 줄었다. 2025년 3분기 -0.5%포인트, 4분기-0.4%포인트와 비교하면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 새 건물도 계속 나왔다. 이번 분기에만 8개 건물, 약 5만 6000평이 새로 공급됐다. 강남 청담동 K-SIGN 사옥(1406평), 분당N타워(2867평), 강서 바이오 이노베이션 허브(1만 2587평), 성수 일대 빌딩들이 대표적이다. 건물 크기별 격차도 벌어졌다. 연면적 1만~2만평 규모의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3.1%까지 떨어졌다. 반면, 2만평 이상 초대형은 4분기 만에 반등해 8.2%를 기록했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는 천재(天災)가 아니다. 사고 당일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중 구조물이 2.9㎝ 주저앉았다. 신호는 현장에 있었다.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오후 2시 32분, 3명이 숨졌다. 현장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다. 대형 사고는 예고 없이 방문하지 않는다. 균열과 소리, 변형, 수치 — 전조는 먼저 도착한다. 문제는 그 신호를 '위험'이 아니라 '허용 범위'로 읽는 현장의 관성이다. 2.9㎝의 단차는 수치만 보면 작아 보인다. 그러나 수십 년간 외력을 버텨온 노후 고가 구조물의 절단면이 그만큼 내려앉았다면, 그것은 계측값이 아니라 경보다.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도,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도 사후에 드러난 공통점은 같았다. '무시된 징후'. 공정 압박과 비용 절감, 책임 회피의 구조 속에서 현장의 경보는 번번이 묵살됐다. 서소문은 그 반복의 최신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왜 충분하지 않은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재해 사망자는 여전히 매년 800명을 넘는다. 법이 있다고 사람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처벌의 사후성이다. 중대재해
석 달 사이에 서울 강남에서 기업 본사 96곳이 빠져나갔다. 전국에서 공시가가 가장 높은 아파트의 집주인 절반이 30·40대였다. 100억 원 넘는 아파트를 산 젊은 부자 15명 가운데 11명은 은행 대출 한 푼 없이 전액 현금으로 집을 샀다. 놀라운 숫자들이지만 더 놀라운 건 출처다. 이 사실들은 누군가의 추정이 아니라 프롭테크 데이터 솔루션이 밝혀낸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정보는 나오기 어려웠다. 기업이 어디서 어디로 이사했는지 알려면 등기소를 직접 돌아야 했고, 임대료를 비교하려면 건물주나 중개인에게 일일이 물어야 했다. 서울 25개 구의 기업 이동을 석 달치로 정리한다는 건 기자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비싼 아파트를 누가 샀는지, 대출은 받았는지 전부 확인하려면 등기부 등본을 한 건씩 떼서 대조해야 했다. 정보는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 프롭테크 데이터 솔루션이 이 구조를 바꾸고 있다. 알스퀘어의 RA(Rsquare Analytics)를 예로 들면, 전국 7000개 이상 오피스·물류센터의 임대료, 공실률, 실거래가, 층별 임차인 현황을 건물 단위로 모아 시계열 데이터베이스로 제공하는 상업
20여 년 전, 우리는 '유비쿼터스 시티(U-City)'를 외치며 센서가 달린 건물들과 함께 '똑똑한 도시'라 불렀다. 이후 '스마트 시티' 시대를 거치면서 도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행정을 효율화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었고, 시스템은 늦게 반응했다. 정보는 넘쳐났지만 도시는 느렸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매킨지가 올 3월 발표한 보고서 '인공지능 네이티브 공공 인프라가 도시 운영을 어떻게 바꾸는가(How AI-native public infrastructure changes how cities operate)'는 도시를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를 뒤집는다. 도시는 이제 '공간'이 아니라 '운영체제(OS)'다. 그리고 이 OS를 구동하는 핵심 하드웨어가 바로 부동산이다. 정적 자산에서 '지능형 노드'로 매킨지가 명명한 'AI 네이티브 공공 인프라'의 핵심은 도시 인프라가 중앙 통제형 구조에서 벗어나 분산형 컴퓨팅 시스템으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교통·전력·수자원 등 개별 인프라가 상태를 스스로 인지하고, 실시간으로 다른 시스템과 연동한다. 그리고 AI가 정책 범위 안에서 직접 실행 주체로 나선다. 이 구조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여의도가 오피스와 주거, 두 축이 함께 바뀌는 대규모 전환기를 맞이했다. 서울시의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이 본격 가동되면서 낡은 오피스 빌딩들의 재건축이 잇따라 가시화되고 있다. 또 15개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도 동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무지구와 주거 단지가 함께 탈바꿈하는 이례적인 국면이다. 현재 여의도에서 재건축이 구체화한 노후 오피스는 KB국민은행 본관과 한국화재보험협회, 키움파이낸스스퀘어, 메리츠화재, 미래에셋증권타워 등이다. 이들의 연면적을 합산하면 12만평에 달한다. 1984년에 지어진 KB국민은행 본관은 지상 34층, 연면적 10만 4800㎡ 규모의 대형 오피스로 새로 태어날 예정이다. 광화문 D타워(연면적 약 10만 5000㎡, 지상 33층)에 맞먹는 규모다. 이 프로젝트 하나만으로도 여의도 프라임 오피스 공급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은 기존보다 연면적을 4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재건축은 브라이튼자산운용이 사업을 주도하고 동원건설산업이 시공을 담당해 오는 2028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젝트들이 단순히 낡은 건물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 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빌딩이나 물류센터 같은 큰 건물을 사두면 값이 오르는 것이 당연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사고파는 부동산 상품인 ‘상장리츠’가 최근 시장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우리가 거주하는 ‘임대주택’에 자산을 투자한 리츠들이 예상 밖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2024년 말 기준 일반 상장리츠가 투자자들에게 1주당 평균 237원의 배당을 줄 때, 서울 대림동의 ‘해피투게더스테이 제1호’와 노량진의 ‘마스터 제14호’ 임대주택 리츠는 보통주 기준으로 각각 연간 323원과 819원이라는 높은 수익을 돌려주었다. 특히 마스터 제14호 리츠는 2024년 상장리츠 연평균 주당배당금(237원) 대비 3.4배 이상 높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넘어, 건물을 얼마나 세심하게 관리하고 운영하느냐가 수익 격차를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건물을 매입해 값이 오르기만 기다리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매달 들어오는 월세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건물의 진짜 가치가 된다. 임대주택 리츠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입지’
부동산 시장에도 계절이 있다. 봄이 오기 전 가장 추운 겨울이 있듯 상업용 부동산도 그랬다. 3년간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자본이 다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물류센터에서 수천억원대 빅딜이 3개월 연속 성사되고 오피스·호텔·의료 시설은 연초부터 2조원에 육박하는 거래가 이뤄졌다. 한두 건의 반짝 호재가 아니다. 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 회복의 신호다. 공장·창고 시장부터 보자. ‘알스퀘어 RA(알스퀘어 애널리틱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전국 공장·창고 매매 규모는 1조 4526억원, 거래 건수는 368건이었다. 연말 결산을 마친 직후라 거래가 뜸해지는 시기다. 그런데도 1조원 중반대를 유지했다. 시장의 기초 체력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진짜 이야기는 빅딜의 연속에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안산시 ‘로지스밸리 안산’ 물류센터가 약 5123억원에 거래되며 연중 최대 기록을 썼다. 채 한 달이 지나기 전 12월에는 ‘청라 로지스틱스 물류센터’가 약 1조 300억원에 주인이 바뀌며 그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웠다. 그리고 올해 1월 인천 ‘아레나스영종 물류센터’가 약 4320억원에 거래되며 대형 딜의 행진을 이어갔다. 5123억원, 1조
호텔시장은 마치 ‘드래곤볼’의 격투 씬처럼 기민했다. 투자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지만, 실제 거래는 신중하게 이뤄졌고, 흐름은 서울로 강하게 집중됐다. 특히 올해는 3·4성급 호텔이 시장의 중심에 서면서, 예전에 흔하던 5성급 호텔은 ‘손오공도 찾기 힘든 희귀 드래곤볼’이 되어버린 한 해였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관광객은 1056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많아졌다. 특히 20~30대 개별 여행객이 중심이 되면서 여행 패턴이 크게 변했다. 이들은 혼자 혹은 친구끼리 자유롭게 도시를 탐험하는 여행 스타일을 보여줬고, 이런 변화는 호텔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관광객의 동선은 서울·부산·제주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중국 관광객은 서울·제주 중심, 일본 관광객은 서울·부산 중심, 대만과 동남아 관광객은 쇼핑과 시티투어 중심의 일정이 많았다. 이들의 소비 패턴은 서울의 3·4성급 호텔 수요를 견인했다. 위치와 접근성이 좋은 중간급 호텔이 여행자들의 첫 번째 선택지가 된 것이다. 호텔 거래 동향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2025년 서울·부산·제주의 호텔 거래액은 약 1조 8000억 원이었다. 지난해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이는 투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의 긴장감은 분명 높아졌다. 그러나 사고 발생 소식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법의 실효성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이제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과연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인가, 아니면 기업 경영 수준을 점검하는 기준인가. 현장에서 안전관리 실무를 오래 경험해온 입장에서 보면, 이 법의 본질은 처벌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대표이사와 경영진에게 안전을 어떤 구조로 관리하고,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다시 말해 안전을 비용이나 규제가 아닌, 경영 시스템의 일부로 설계했는지를 확인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에서 안전은 여전히 현장의 문제로만 인식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근로자나 관리자 개인의 과실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리고 추가 교육이나 점검 강화가 대책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중대재해의 상당수는 단순한 현장 실수가 아니라 인력 배치, 공정 일정, 외주 구조, 안전 투자 여부 등 경영 판단의 결과로 발생한다. 안전이 경영진의 의사결정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 한, 사고 예방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재무 성과만으로 평가되지 않
대한민국 정비사업의 지형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2025년 12월 도시정비법 개정안 시행은 아날로그에 머물던 재개발·재건축 현장에 ‘디지털 가속기’를 달았다. 서면 동의서 한 장을 받기 위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던 시대는 저물고,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수천 세대의 의사가 집결된다. 하지만 시장이 열광하는 ‘신속함’이라는 결과값 뒤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본질이 숨어 있다. 바로 ‘절차적 완결성’이라는 기반이다. 기반이 부실한 디지털 전환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일 뿐이다. 최근 강남권 최대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5,133세대라는 거대 규모에도 불구하고 투표율 85.1%, 출석률 53%를 기록하며 관리처분계획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주목할 점은 고령층의 반응이다. 60대 이상의 전자투표 참여율이 91%에 달했다는 사실은, 기술적 문턱이 충분히 낮아졌으며 디지털 방식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 도구’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목동14단지 역시 신탁업자 지정 과정에서 단 10일 만에 동의율 70%를 돌파하며 아날로그 대비 압도적인 시차를 보여주었다. 비용 측면에서도 기존 총회 대비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