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 일가 4세 이지호 씨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장교로 입대한다는 소식이 2025년 9월 10일 공식화되면서 재계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가 4세, 미국 시민권 내려놓고 해군 장교 선택
이지호 씨는 오는 9월 15일 139기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해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11주간의 제식·기본소양·전투기술 등 장교 교육훈련을 받고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 예정이며, 이후 총 39개월간 군 복무를 이어간다. 삼성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그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복수 국적자는 일반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복수 국적을 유지한 채 짧은 기간 일반 병사로 복무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이에 반해 이 씨는 복수국적의 특권을 내려놓고 2배 이상 긴 기간 책임이 무거운 장교의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미국 영주권·시민권 보유자가 자원 입영을 신청하는 사례는 연 평균 100명 내외에 불과하다.
주요 국내 재벌가, 후계자 병역 이행 사례
국내 재계에서는 오너가 자녀들의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모범 사례들이 잇따라 주목받았다.
최민정 씨(최태원 SK그룹 회장 둘째 딸)는 여성으로서 병역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해군사관학교 후보생으로 자원 입대했다. 청해부대와 서해 NLL을 지키는 임무 등을 수행한 뒤 2017년 중위로 전역했으며, 이후 글로벌 투자회사와 SK하이닉스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미국에서 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CEO로 활동하고 있다.
최성환 씨(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 최신원 전 회장 장남)는 중국 대학 졸업 후 해병대 수색대로 자원 입대했다.
이규호 씨(코오롱그룹 부회장)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복수국적자였지만 육군에 현역 입대해 레바논 파병까지 마쳤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정해찬 씨(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장남)는 현역 육군 복무 후 만기 제대했고, 이후 미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들은 일반 병사 복무 기간(약 18개월)보다 2배 이상 긴 장교 복무 또는 해외 파병까지 선택해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 기여 정신을 실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재계 리더 ‘장교 복무’ 전통
해외에서도 기업·재벌가 후계자들이 장교로 군 복무하며 사회적 모범을 보인 사례는 적지 않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경우, 창업주 앙드레 오스카르 발렌베리 이래 170년간 5대에 걸쳐 해군 장교 복무 전통을 이어왔으며, 이는 스웨덴 경제·혁신의 근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 창업주 프레드릭 W. 스미스는 예일대 졸업 후 해병대 장교로 4년간 복무하며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이후 페덱스 창업과 운영에 경험을 활용했다.
미국 석유재벌 록펠러가문에서는 존 D. 록펠러 주니어의 3남 로런스 록펠러가 해군 장교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4남 윈드롭 록펠러는 육군 장교 복무 후 주지사로 정치에 진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가 4세 이지호 씨의 ‘장교 입대·미국 시민권 포기’ 결정은 단순 병역 이행을 넘어 한국 재계 오너가의 ‘사회적 책임’ 실천을 상징한다"면서 "국내외 주요기업 가문 후계자들의 장교 복무 사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확산과 존경받는 리더상 정립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