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유럽우주국(ESA)의 크리오샛-2(CryoSat-2)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국제 연구팀이 남극 대륙의 두꺼운 빙상 아래에서 85개의 새로운 지하호수(subglacial lakes)를 발견했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활성 지하호수 146개에 비해 58%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이제 남극의 활성 지하호수 총수는 231개에 달한다는 사실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025년 9월호에 발표됐다. 이 발견은 남극 기저에 숨겨진 복잡한 수리학적 네트워크의 실체를 드러내며, 향후 해수면 상승 예측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ESA 공식 보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 CPOM, University of Waterloo 연구, Centre for Polar Observation and Modelling, EduTalkToday Editors, ScienceDaily, watchers, egusphere.copernicus, The Cryosphere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크리오샛-2 위성의 10년치(2010~2020년) 레이더 고도계 데이터를 이용해, 남극 빙상 표면의 미세한 고도 변화를 감지했다.
이는 지하에서 호수가 주기적으로 물이 채워지고 비워지면서 나타나는 얼음 표면의 상승과 하강(수 미터 이내)을 위성으로 포착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러한 방식으로 호수의 채움-배수 완전 주기 12건을 추가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알려진 완전 주기 사례는 총 48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다섯 개의 상호 연결된 지하호수 네트워크와 새로운 빙하 아래 배수 경로도 최초로 밝혀졌다. 이로써 남극 빙하 밑 수문학적 시스템이 단일 호수의 고립된 물이 아니라, 호수들 사이에 액체 물이 이동하는 역동적 네트워크임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지하에서 물이 이동하면서 얼음과 기반암 사이의 마찰이 줄어들고, 이는 빙하의 이동 속도와 해양 유입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동적인 수문 시스템은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재평가하게 한다. 기존의 대륙빙 수치모델들은 대부분 보호적 빙상과 기반암 사이의 물층을 단순화·무시해왔지만, 이번 데이터셋은 남극륙 전체의 실질적 수리학 조망을 가능케 하는 첫 결과물로서 과학계의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국제 연구진이 발표한 해수면 상승 모델 개선 연구에서는, 이러한 지하수 흐름을 반영할 경우 금세기 말까지 남극 기여 해수면 상승 예측치가 기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리즈대학교의 안나 호그(Anna Hogg) 교수는 “호수 위치와 행동 패턴에 대한 데이터가 남극 수문학의 역동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현재 해수면 상승 모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SA 극지 연구 책임자인 마틴 웨어링(Martin Wearing) 역시 “복잡한 남극 기저의 물 흐름까지 계량화해야만 미래 해수면 상승 예측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며, ‘수문 네트워크 해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남극 빙상 아래에는 수 킬로미터 두께의 얼음 아래에도 물이 고여 있는 호수가 다수 존재하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러시아 탐사대로 유명한 보스토크(Vostok) 호수다. 다만 이번 새로 발견된 호수들은 주기적으로 물의 출입이 확인된 '활성'으로, 주변 빙하의 흐름과 해수면 변화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
결국 남극 아래 숨겨진 지하호수와 네트워크, 그리고 동적인 수문학 메커니즘은 향후 기후변화·해수면 상승 예측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변수임이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