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한국 기상청의 일기예보 신뢰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구라청’, ‘오보청’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잦은 오보가 이어지며 국민의 불만이 폭주한다. 특히 “기상청 체육대회 날은 어김없이 비가 온다”는 속설은 단순한 웃음거리를 넘어 이 기관의 예보 신뢰도 저하를 상징하는 사례로 자리잡았다.
기상청이 2012~2016년 공개한 강수 예보 적중률은 평균 46%에 불과해 절반 이상이 빗나간다. 그 이후 수치도 크게 개선되지 않아 2017년 39%, 2018년 48.3%, 2019년 46.3%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019년 평가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의 성능은 11개 주요국 중 9위로, 한국보다 낮은 성능은 중국과 러시아만이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기상청 예보의 객관적 신뢰도를 가늠하는 지표다.

실제 사례들은 이 신뢰 위기를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2016년 여름에는 수도권에서 시간당 120mm의 폭우 예보가 수차례 빗나갔고, 8월 15일 최대 300mm 대폭우 예보 또한 오보였다.
2020년 7월에는 수도권 폭염 예보와 달리 실제 기온은 약 25도 내외에 머물렀으며, 같은 달 30일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30~33도 폭염 대신 강한 폭우와 19~23도라는 이례적인 ‘초저온’이 나타났다.
2018년 태풍 솔릭 예보 역시 경로와 강도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지역사회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외에도 광주·전남 지역에서 8월 첫째 주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현실과 달리 맑은 날이 지속돼 당일에야 급히 예보가 수정되는 일이 빈번했다.
특히 기상청 자체 체육대회와 관련된 ‘비 오는 날’ 속설은 사실임이 확인된다. 1994년 5월 5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기상청 예보에 따라 체육대회를 하루 앞당겼음에도 행사 당일 비가 내려 "기상청조차 자기 머리를 못 깎는다"는 표현이 언론에 실렸다.
이후 가을 체육대회에서도 비가 온 사례가 반복돼 국민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웃음거리가 됐다. 2020년 방송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담당 예보관이 실제로 체육대회 날 비가 내려 급히 현수막을 내렸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연간 강수 유무 정확도(ACC)를 89.1~90.9%로 공개하고 있으나, 이는 전국 평균으로 실질적인 강수 예측력(POD)과는 차이가 크다. 2021~2022년 기준 강수맞힘률(POD)은 60~65%에 불과해 ‘10번 중 6~7번 맞는다’는 수준으로,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해도 OECD 하위권이다.
국민 민원 중 약 40%가 예보 불만일 정도로 낮은 신뢰도가 현장의 민심을 반영한다.
기상청이 밝힌 예보 오류 원인으로는 변화무쌍한 기후 변화(이상 기후 및 국지성 게릴라성 폭우), 한정된 관측 및 예측 인프라, 그리고 수치예보모델(KIM)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슈퍼컴퓨터와 AI 예측, 고해상도 모델 등에 수백억원을 투입해 예보 정확도 개선에 노력 중이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기상 데이터 공개의 투명성 제고, 전국 각 지역별 실측 기반 피드백 시스템 강화, 그리고 예보 전달 방식의 혁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즉,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민과의 소통 및 신뢰 구축에 최우선 과제를 두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