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꿀벌이 불규칙한 건축 기반 위에서도 안정적인 벌집을 짓기 위해 최소 세 가지 독창적 건축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꿀벌이 단순히 ‘본능에 의한 건축 기계’가 아니라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숙련된 건축가임을 재조명하는 성과로, 공학 분야에서 생체모방 설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The Scientist, EurekAlert의 보도와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 연구팀이 8월 26일 과학 저널 PLOS Biology를 통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꿀벌들에게 꿀벌이 선호하는 크기와 차이가 나는 3D 프린트 플라스틱 기반판을 제공하고, X선 현미경 영상으로 벌집 속 건축 과정을 실시간 관찰했다.
그 결과, 꿀벌들은 ▲너무 작은 셀은 다수의 셀을 합쳐 적절한 크기로 조정하고 ▲너무 큰 셀은 벌집 벽을 경사지게 지어 개구부를 축소하면서 저장 깊이를 유지하며 ▲매우 큰 셀에는 기존 크기의 벌집을 새로운 층으로 쌓아 올리는 ‘겹층 쌓기’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꿀벌들은 3차원적 배열까지 구현하며 놀라운 적응력을 보였다.
공동 교신 저자인 프란시스코 로페즈 히메네즈는 "우리가 제공한 3D 프린팅 기반판의 육각 패턴 크기는 꿀벌이 선호하는 것과 달랐지만, 꿀벌들은 최소 세 가지 기법으로 이를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형태로 변형했다"고 설명했다.
오릿 펠레그 공동 교신 저자는 “이 작은 건축가들은 집단 건설에서 물리학적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듯하며, ‘경사, 합치기, 겹층 쌓기’라는 복합적 전략을 사용해 적응하는 모습이 매우 유연하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꿀벌이 적용한 적응 패턴이 진흙 균열이나 원자 결정구조(그래핀 등)에서 발견되는 물리현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는 생물체 집단 건설과 물리학적 패턴 간의 연결 고리를 보여줘, 향후 첨단 소재 설계와 건설기술 개발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단순한 본능 행동이 아닌 ‘정교한 집단 지능’으로서의 벌집 건축 메커니즘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연구팀의 다년간 꿀벌의 집단행동과 벌집 내 환기 시스템 연구 성과를 잇는 것으로, 복잡한 환경 제약 속에서 집단적 지능이 어떻게 구조적 완전성을 유지하며 진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연구는 나아가 생명체 집단지능이 인공 지능 및 로보틱스 분야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논문의 구체적 실험 결과는 3D 프린팅 기술과 X선 현미경 관찰을 기반으로 구축돼 재현 가능하며, 꿀벌 군체가 환경 변화에 따라 공격적이 아닌 적응적으로 벌집을 재조직하는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벌들은 단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세 가지 전략을 혼용하며, 이는 건축 자동화 및 모듈화 설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콜로라도 대학교 연구진의 이번 논문은 PLOS Biology 2025년 8월호에서 전문 확인 가능하며, 생체모방 공학 및 집단지능 연구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