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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마음 회복 연구실] 캠핑, 불편함 속 예상밖 선물…두려움과 마주할 용기를 배우다

래비(LABi)의 마음 회복 연구실 ⑫

 

◆ 사실 나는 캠핑이 두렵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두렵다.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은 사랑하지만,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내게 강한 햇볕 아래 온전히 노출된다는 것은 늘 망설임을 불러온다. 불편함 때문이라기보다, 햇빛이 있는 자연을 즐기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관문인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여름밤의 캠핑을 감행한 건 아이들 때문이다. 텐트에서 자고, 바깥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싶다는 반짝이는 눈빛 앞에서 나는 도망치기 어려웠다. 부모라는 이름은 때때로 두려움을 감내하는 힘이 된다.

 

◆ 불편함, 그리고 예상 밖의 선물들

 

친척 동생네가 대형 텐트와 에어컨까지 갖춘 장비를 준비해 주었지만, 시작은 여전히 고역이었다. 땀을 흘리며 짐을 나르고 거대한 텐트의 뼈대를 세우는 동안, ‘역시 캠핑은 나랑 맞지 않아’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의외의 순간이 찾아왔다.
타프 그늘 아래 앉자 38도의 폭염이 무색하게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평범한 음식이 야외에서는 별미가 되었다. 늘 손에서 놓지 않던 스마트폰 대신 웃음과 대화가 공간을 채웠다.

 

불편함이 오히려 선물을 만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었다. 아이가 장작을 떨어뜨려도 “괜찮아, 다시 해봐”라는 말이 따라왔고, 장비 설치에 서툴러도 “천천히 해도 돼”라는 기다림이 있었다. 실수를 탓하지 않고 함께 방법을 찾아갔다.

 

◆ 코칭의 과정 또한 이와 참 닮았다

 

많은 이들이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며 코칭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시작은 종종 불편함을 동반한다. 외면하고 싶던 본인의 민낯을 직면해야 하고, 코치의 날카로운 질문은 내가 애써 감춰온 문제를 비추어낸다.

 

그 순간은 언제나 낯설고 때로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나야만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만나게 된다.
내가 몰랐던 강점을 발견하고, 일상의 감사함을 깨닫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 캠핑의 최고의 순간 ‘불멍’, 나의 통찰의 시간을 닮았다

 

그렇게 밤이 찾아오자,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고요를 채웠다. 나는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낮 동안의 불편함이 스르르 녹아 내리는 것을 느꼈다. 불꽃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얻은 고요함은 그날의 모든 수고를 달래주는 작은 보상 같았다.

 

앞으로도 난 캠핑을 떠나기 전, 여전히 망설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웃음이 떠오른다면 결국 또다시 짐을 꾸릴 것이다.

 

코칭에서 마주하는 '아하!'의 순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불편한 질문과 성찰을 건너야만 깨달음이 찾아온다. 비로소 문제의 본질이 선명해지고, 작은 실천이 길을 열어주는 그 순간이 온다.

 

그래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코칭의 문을 두드린다. 결국 우리는 알고 있다.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은, 불편함을 지나야만 손에 닿는다는 것을.

 

◆ 다시, 그 불편함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이유

 

혹시 지금 당신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다면 이 작은 지혜를 전하고 싶다.

 

1) 혼자는 벅찰 수 있음을 인정하자. 믿을 수 있는 코치나 동료와 함께라면 두려움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2)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시작을 해보자. 오늘 하루 나에게 솔직한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불편함 뒤에는 언제나 당신만의 ‘불멍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당신은 어떤 두려움과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겠는가.

 

★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어릴 적 아이디 ‘빨래비누’에서 출발해, 사람과 조직, 관계를 조용히 탐구하는 코치이자 조직문화 전문가입니다. 20년의 실무 경험과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마음의 회복을 돕는 작은 연구실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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