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4 (월)

  • 맑음동두천 18.6℃
  • 맑음강릉 20.9℃
  • 맑음서울 22.0℃
  • 맑음대전 22.1℃
  • 흐림대구 24.2℃
  • 구름많음울산 22.4℃
  • 맑음광주 23.3℃
  • 맑음부산 23.8℃
  • 맑음고창 20.3℃
  • 맑음제주 25.4℃
  • 맑음강화 21.2℃
  • 맑음보은 18.9℃
  • 맑음금산 20.0℃
  • 구름많음강진군 23.7℃
  • 흐림경주시 22.5℃
  • 맑음거제 23.6℃
기상청 제공

Opinion

[내궁내정] 왼손잡이의 모든 것…인구의 10%·8월 13일·PCSK6와 TUBB4B 유전자·왼손잡이 지원법·우리도 왼손잡이·놀라운 능력과 특징

1. 왼손잡이의 비율…세계 10%, 한국 2%
2. 8월 13일, ‘세계 왼손잡이의 날’…딘 켐벨 생일 기념해 제정
3. 왼손잡이 왜 생기나… PCSK6와 TUBB4B 유전자
4. 정몽준 의원, '왼손잡이 지원법' 발의
5. 왼손잡이, 역사와 문화에서 ‘소수’의 운명을 걷다
6. 역사상 위대한 왼손잡이들 "나도 왼손잡이, 그러나 역사를 만들다"
7. 왼손잡이의 놀라운 능력과 특징
8. 왼손잡이의 흥미롭고 의미 있는 사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고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0%, 즉 10명 중 1명은 왼손잡이다. 한때는 ‘불길하다’거나 ‘서투르다’는 이유로 억압받았던 왼손잡이들. 하지만 오늘날, 이들은 정치와 과학은 물론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왼손잡이에 관한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의미있는 사실들을 모아봤다.

 

 

1. 왼손잡이의 비율…세계 10%, 한국 2%

 

전 세계 인구에서 왼손잡이의 비율은 약 10~12%로 추정된다. 국가 및 문화권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네덜란드(13.2%),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은 10% 이상, 아시아권이 인도(5.2%), 대만(5.0%), 일본(4.7%), 중국(3.5%) 낮은편이다.

 

한국인의 왼손잡이 비율은 옛날에는 2%수준이었으나 최근엔 5%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02년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성인 기준 3.9%가 왼손잡이라고 응답했고, 2013년 조사에서는 전체 인구의 5%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에서는 8%, 30~40대는 6%, 50대는 3%, 60대 이상은 2%로 연령이 높을수록 비율이 낮았다. 이는 과거 강제 교정과 사회적 억압의 영향 때문이다.

 

양손잡이는 전체 인구의 0.1%로 매우 드물다.

 

남성이 여성보다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 첫째보다 둘째 이후 출생아, 저체중아, 모유수유를 일찍 끊은 아이에게서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 

 

역사적으로 억압과 교정이 많았던 사회에서는 비율이 더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은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동물은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비율이 비슷하다는 연구도 나왔다. 

 

 

2. 8월 13일, ‘세계 왼손잡이의 날’…딘 켐벨 생일 기념해 제정

 

매년 8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International Lefthanders Day)이다. 전 세계 왼손잡이의 인권 신장과 인식 개선, 그리고 왼손 사용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8월 13일로 지정된 이유는, 세계 최초로 국제 왼손잡이협회(Lefthanders International, Inc.)를 창립한 미국인 딘 켐벨(Dean R. Campbell)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1976년 딘 켐벨이 처음으로 이 날을 제정했고, 이후 영국 왼손잡이협회의 주도 아래 1992년부터 공식적인 국제 기념일로 자리잡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 날은 왼손잡이들이 겪는 불편과 차별을 알리고,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개선과 평등을 촉구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른손잡이 중심의 도구를 체험해 보는 이벤트, 왼손만 사용하는 게임 등 다양한 캠페인이 펼쳐진다.

 

 

3. 왼손잡이 왜 생기나… PCSK6와 TUBB4B 유전자

 

왼손잡이가 생기는 이유는 크게 유전학적 이유와 환경적·후성적 요인, 그리고 사회문화적 요인에서 발생한다.
 

왼손잡이는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부모 모두 오른손잡이일 때 자녀가 왼손잡이일 확률은 약 9%, 부모 모두 왼손잡이일 때는 24%로, 유전적 영향이 일부 있음이 확인된다.

 

왼손잡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PCSK6와 TUBB4B 모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PCSK6는 좌우 신체 비대칭성, 뇌의 구조적 차이, 손잡이 결정에 관여하는 대표적 유전자이다. 최근 연구에서 세포 구조단백질튜불린(TUBB4B)은 뇌 발달의 미세한 조절에 각각 관여하는 것으로 이 변이가 있는 사람은 왼손잡이가 될 확률이 2.7배 높다.

 

또한 영국 유전자 은행(Biobank)의 대규모 데이터 분석 결과, 왼손잡이의 유전적 특성이 뇌의 백질(white matter)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 지금까지 왼손잡이와 관련된 48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환경적·후성유전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유전 이외에도 태아의 위치, 산모의 영양상태, 출산 스트레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노출 등 환경적·후성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준다.  

 

사회·문화적 요인도 크다. 예를 들어, 왼손 사용을 억압하는 문화에서는 왼손잡이 비율이 낮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왼손잡이는 뇌보다는 척수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란성 쌍둥이에게 왼손잡이 비율이 높게 나타나며,  왼손잡이 형질의 유전률은 약 23%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지능이나 키의 유전률에 비해 낮은 수치로, 환경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왼손잡이에게서 4개의 유전자 영역이 특별히 다르게 발현되며, 이 중 3개는 뇌 발달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 유전자들은 뇌의 언어 영역 연결에도 영향을 미쳐, 왼손잡이의 뇌는 좌우 반구가 더욱 조화롭게 소통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더불어, 태아의 척추에서 유전자 비대칭성이 먼저 나타나 손잡이를 결정한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즉, 왼손잡이의 탄생에는 유전과 환경, 그리고 태아기의 미묘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4. 정몽준 의원, '왼손잡이 지원법' 발의

 

2003년 당시 국민통합21 소속 정몽준 의원이 ‘왼손잡이 지원법’(정식 명칭: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호법 개정안)을 실제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왼손잡이를 위한 편의시설을 생산·설치하는 기업에 조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시설이나 군대에 왼손잡이용 물품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왼손잡이였던 정몽준 의원은 "한국 사회는 일상용품, 공공시설, 교육환경, 군대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이 오른손잡이 기준이다. 왼손잡이는 식당, 강의실, 지하철 개찰구, 컴퓨터 마우스, 군용 소총 등에서 일상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왼손잡이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소수자로서 배려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5. 왼손잡이, 역사와 문화에서 ‘소수’의 운명을 걷다


고대부터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왼손은 부정적으로 여겨졌다. 영어 ‘left’는 ‘서투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오른쪽(right)’은 ‘옳다’, ‘정확하다’의 뜻을 지닌다. 티베트에는 “네 왼쪽 손에 있는 악마를 조심하라”는 속담까지 있다.

 

국어사전에도 ‘오른손’은 단순히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원적으로 ‘옳은 손’에서 유래했다. 반면 ‘왼손’의 ‘왼’은 ‘그른 손’, 즉 ‘틀린 손’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조선시대 한문 교재인 ‘석봉천자문’에서도 한자 ‘右(우)’를 ‘옳을 우’, ‘左(좌)’를 ‘그릇될 좌’로 풀이했다. 실제로 ‘바른손’, ‘바른쪽’이 ‘오른손’, ‘오른쪽’의 동의어로 쓰일 정도다.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오른손을 ‘바른손’, ‘밥 먹는 손’으로 배우며, 왼손 사용은 ‘예의 없다’, ‘보기 좋지 않다’는 말을 듣기 쉽다. 심지어 식사 자리에서 왼손을 썼다는 이유로 꾸지람을 듣거나, 연필을 오른손으로 쥐도록 강요받는 일이 흔했다. 실제로 30대 이상 성인 왼손잡이 상당수는 강제 교정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한국의 왼손잡이 비율은 세계 평균(10~12%)의 절반 수준이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왼손을 쓰는 아이의 손을 묶거나, 강제로 오른손을 쓰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영국군의 자동소총, 중국의 교실, 한국의 필기 문화, 출입문 손잡이까지,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 중심이었다.

 

왼손잡이에 대한 경시와 차별은 단순한 문화적 현상을 넘어, 동양과 서양 언어의 뿌리 깊은 인식에서 비롯된다. ‘오른’과 ‘왼’이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가치판단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왼손잡이는 사회적 소수자이자, 때로는 차별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과거에는 왼손잡이가 신의 저주를 받았다는 미신까지 있었지만, 최근에는 왼손잡이의 창의성과 감성적 사고가 주목받으며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6. 역사상 위대한 왼손잡이들 "나도 왼손잡이, 그러나 역사를 만들다"

 

왼손잡이는 인류의 소수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적·과학적 족적은 결코 소수이지 않다. 편견과 불편을 넘어, 이제는 창의성과 다양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왼손잡이.


역사상 수많은 위인과 천재들이 왼손잡이였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왼손잡이가 의외로 많다. 최초의 왼손잡이로 알려진 대통령은 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다. 이후 허버트 후버, 해리 트루먼, 제랄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아버지),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도 왼손잡이 대통령이다. 알렉산더 대왕, 율리우스 시저, 나폴레옹, 간디, 처칠, 카스트로도 왼손잡이였다.

 

아리스토텔레스,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베토벤, 괴테, 니체, 안데르센, 채플린, 마릴린 먼로, 오프라 윈프리, 폴 매카트니, 데이비드 보위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왼손잡이였다.

 

과학기술 및 빅테크를 비롯해 기업계에서는 아인슈타인, 뉴턴, 마리 퀴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니콜라 테슬라, 존 D. 록펠러, 헨리 포드, 스티브 포브스, 루 거스너, 라탄 타타 등도 왼손잡이다.

 

스포츠계에서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와 디에고 마라도나, 야구의 베이브 루스, 배리 본즈, 테드 윌리엄스, 랜디 존슨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유명 왼손잡이는 박정희 대통령, 스포츠계 이승엽과 류현진, 연예계에서는 김혜수, 박신혜, 황정민, 김수현, 천정명, 티파니, 효연, 서인영 등이 있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화와 과학, 예술을 비롯해 모든 역사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지 모른다.

 

 

7. 왼손잡이의 놀라운 능력과 특징

 

왼손잡이들은 우뇌가 더 발달해 창의성, 예술성, 직관적 사고,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의 양쪽 반구 간 연결이 더 활발하다는 연구도 있다. 수학, 건축, 공간 인식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도 있다.

 

또 왼손잡이는 뇌의 좌우 언어영역이 골고루 발달해, 언어능력과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도 있다. 좌뇌와 우뇌를 모두 활발히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복합적 사고에 강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폴로 우주비행사의 1/4이 왼손잡이였다.

 

특히 스포츠(특히 야구, 권투, 펜싱 등)에서 상대적으로 드물어 전략적 우위를 가진다. 실제로 왼손잡이 선수의 승률이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는 테니스와 수영에서도 왼손잡이가 더 유리해 선수들이 많다는 연구도 나왔다.

 

ATP(남자프로테니스협회) 랭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계 랭킹 TOP 100 선수 중 왼손잡이 비율은 15%로 집계됐다. 일반 인구의 왼손잡이 비율(약 10%)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1968년 이후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자의 23%가 왼손잡이였다는 통계가 있다. 왼손잡이 테니스 스타(라파엘 나달, 나브라틸로바, 코너스, 맥엔로 등)가 두각을 나타냈다.

 

왜 왼손잡이가 일부 스포츠에서 유리할까. 첫째 이유는 희소성 효과(낯섦의 효과)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와 훈련, 경기 경험이 오른손잡이 상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왼손잡이 선수와의 대결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과 패턴에 당황하기 쉽다.

 

상대가 적응하기 어려운 독특한 각도와 플레이 스타일은 경기 초반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둘째는 전술적·신체적 이점이다. 오른손잡이 기준과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다양한 포지셔닝에서 상대방에게 혼란을 주기

쉽다. 즉 오른손잡이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8. 왼손잡이의 흥미롭고 의미 있는 사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 중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26% 더 부유해진다는 결과도 있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ADHD, 조현병, 알코올 중독, 불면증, 알레르기, 천식 등에 더 취약하다는 통계도 있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처럼 ‘주된 눈’(왼눈잡이, 오른눈잡이)이 다를 수 있다.

 

왼손잡이의 비율은 산업혁명 이후 오른손잡이 중심의 사회 표준화로 더 낮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왼손잡이용 전용 제품(가위, 칼, 병따개, 악기, 컴퓨터마우스 등)이 따로 개발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는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같은 빅테크기업들이 개발하는 스마트 디바이스에서는 인터페이스를 양손잡이 모두에게 적합하도록 설계하고 있으며, 일부 모델에서는 왼손잡이 사용자 모드를 지원한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4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콘텐츠인사이트] 사랑이 집착이 되는 순간…골 때리는 B급 공포물 〈옵세션〉 리뷰

유난히 길고 지리멸렬했던 무더위가 이제야 물러가는 듯하다. 잔인하리만큼 지독했던 올여름이었다. 평소에도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가 ‘에어컨’이라고 생각했지만, 올여름만큼은 단언컨대 ‘최고’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무더위 속 해외 블록버스터 두 편이 관객들을 시원한 극장으로 불러 모았고, 이제 가을과 함께 스릴러와 드라마, 로맨틱 무비 등이 하나둘 몰려올 기세다. 그 포문을 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호러물이라는 장르적 사전 정보만 접한 채 〈옵세션〉을 만났다. ‘옵세션? 무슨 뜻이지. 집착이었나?’ 순간 영단어 ‘obsession’의 의미가 헷갈려 챗GPT에 바로 물어봤다. 맞았다. 다행이다. 아직 머리가 완전히 녹슨 건 아닌가 보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 영화 정말 골 때린다. 아마도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뉠 듯하다. 필자는 잘 본 편이다. 분명 공포물인데 박장대소까지는 아니어도 중간중간 실소가 터진다. 기가 차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잔인한 묘사도 등장한다. 특히 마지막 십여 분을 남겨두고는 정말 깜짝(?) 놀랄 장면이 불쑥 튀어나오니 마음의 준비는 해두시길. ‘솔직히 뭐 이런 영화를 만들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그게 영

[사춘기 조직론] 어제의 원수가 오늘의 동지가 되는 이유

인큐베이터 속 두 아이를 처음 봤던 때가 떠오른다. 자가호흡이 되지 않아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그 작은 몸이 안쓰러워 유리 너머로 눈도 제대로 못 맞췄는데 아주 오래전 일이다. 그 아이들이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의 가장 무서운 적이 된다. 리모컨 하나로 싸우고, 누가 먼저 씻을지로 싸우며, 어제는 서로의 잘못을 나한테 일러바치느라 저녁 시간이 다 지나갔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원수 같던 두 아이가 갑자기 한 편이 됐다. "엄마, 오늘 숙제도 일찍 끝냈고 방 청소도 했잖아요. 게임 시간 30분만 더 하면 안 돼요?" 연우가 운을 떼자, 선우가 바로 받았다. "맞아, 우리 이번 주 내내 약속 잘 지켰잖아요." 평소라면 서로 으르렁 하던 둘이 순식간에 논리를 주고받으며 나를 밀어붙였다. 공세에 못이겨 결국 나는 30분을 내줬다. 조금 전까지 리모컨을 두고 으르렁대던 애들이었는데, 목표가 같아지자 가장 든든한 동지가 되어 있었다. ◆ 평소엔 경쟁자, 이해가 겹치면 동맹 서로 다른 입장에 있던 사람들도 이해관계가 겹치는 지점을 발견하면, 그 순간만큼은 힘을 합쳐 상대를 설득한다. 흥미로운 건 이 연합이 평소 사이가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생기지 않는다는

[콘텐츠인사이트] 약점이 많음에도 시간 때우기용으론 딱! <더 시크릿 우먼> 리뷰

넷플에 올라온 신작을 보면 반갑다. 과거 보려다 놓친 작품, 극장에서 못 본 영화, 그리고 유명하진 않아도 최근 업로드된 신작은 못 참는다. 간만에 저녁 약속 없이 집으로 향했고, 밀린 일을 처리한 뒤 기계적으로 넷플에 접속했다. 이리저리 돌리며 리모컨 재핑을 5분 남짓 하던 찰나, <더 시크릿 우먼>이 레이더에 걸렸다. ‘스릴러 같네~ 반전도 있어 보이고~ 평일 밤 2시간 정도면 볼 수 있을 것 같으니 봐야겠다.’ 맘먹고 보니 딱 맘먹은 대로였다. 수작은 아니지만 망작도 아니었고, 명작은 아니지만 범작 이상은 됐다. 주연 여배우의 연기력도 좋았다. 기억상실증과 주변의 음해 세력이라는 설정이 다소 식상하긴 했지만, 평일 밤 시간 때우기용으론 딱이다. ◆ 잘 지은 제목 하나, 열 이야기 안 부럽다(?) 이 작품 또한 그랬다. 타이틀을 보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비밀을 간직한 여인네 이야기인가….’ 그런데 결론적으로 그 여인이 비밀을 간직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이들과 상황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리고 그 비밀이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정상인 그녀를 비정상으로 몰아붙이는 이야기다. 진짜 반전을 갖고 있을 것이라 여겼던, 그녀를 지키는 한 남자는

[문지형의 茶談會] “AI만으로는 부족”…사용자를 ‘빠져들게’ 하는 공간 서비스와 커뮤니티의 6가지 조건

스타트업 대표, AI 앱 개발자, 마케터들이 모인 자리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사용자가 빠져드는 서비스와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성장을 다각도로 논의했는데요. 이번 차담회에서 나온 핵심 인사이트를 6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올인원 서비스 성장: AI와 오프라인 전문가의 결합 서비스 성공의 출발점은 사용자의 '숨겨진 결핍'을 읽어내는 겁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앱스토어 다운로드 허들을 낮추기 위해 모바일 웹 PWA 기반으로 시작해 제품-시장 적합성을 빠르게 검증하는 전략이 효과적이죠.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양산이 용이하지만 사용자의 깊은 신뢰와 지속적 결제 유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주, 연애, 특정 장르의 정보성 콘텐트 서비스처럼 AI 엔진에, 오프라인에서 검증된 저명 전문가의 페르소나를 결합하면 인지적 몰입도가 극대화되고 신뢰도가 크게 향상됩니다. 20대를 위한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30대 이상을 위한 신뢰감 있는 UX를 동시에 제공하면 사용자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매출 공유형 파트너십 구조로 플랫폼과 창작자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2. 커뮤니티 밀착 모니터링과 즉각적 피드백 반영 서비스 초기 출시 후 타깃 유저의

[콘텐츠인사이트] 곱씹으며 되새김질한 넷플 신작 <들쥐> 리뷰

10부작. 주말 각 잡고 봤다. 마침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얼추 마무리됐고, 간만에 만난 여유를 십분 활용했다. 첫 화부터 2화까지는 신선했다. 소재도, 주제도, 흐름도…. 그러다 3화부터 5화까지는 조금 산만하고 지루한 느낌도 몰려왔다. 중도 포기와 완주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다. ‘기왕 본 거 그래도 끝까지 가보자. 12부작도 아니고 10부작이니 벌써 절반은 돈 것 아닌가.’ 그렇게 애써 나를 달랬다. 그리고 6화부터 최종 10화까지는 내리 달렸다. 소개 화면에서 웹툰 원작이라고 봐서 그런지 설정 자체는 현실과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보는 내내 이상하리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주연배우 류준열. 얼핏 봐도 외모파 배우는 아닐 텐데 참 매력적이다. 연기력이야 뭐, 말.해.뭐.해. 처음엔 범인을 찾는 스릴러에 반전이 담긴 역전극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꽤 철학적이고, 주제의식도 강하게 담긴 볼 만한 콘텐츠였다. 김*선 감독님의 세계관과 연출은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참 세다. 이렇게 힘 있는 메가폰도 오랜만이라 괜스레 설렌다. 두 글자 제목부터 전체적인 미장센까지, 문득 박찬욱 감독님의 <박쥐&

[Future Hands up] 오(디세우스) 부장의 직장생활 백서

여기저기서 칭찬일색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The Odyssey) 말이다. 대학 시절 교양 수업 중 그리스 신화에 대해 고찰하는 수업이 있었다. 당시 지독하리 만큼 복잡한 원문 독해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지닌 웅장함과 창의적 스토리라인 덕분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새롭게 마주한 오디세우스는 과거의 신화 속 영웅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필자의 눈에는 치열한 생을 사는 대한민국의 직장인 오부장이 보였다. ◆ 오부장, 장기 프로젝트를 거머쥐다 오디세이 이전의 트로이 전쟁 세계관을 다룬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단연 백미는 트로이의 목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트로이’에서는 ‘아킬레우스’를 열연한 ‘브래드 피트’의 거친 매력과 ‘파리스’를 열연한 영원한 ‘레골라스’ (올랜도 블룸)의 수려함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정작 이 서사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오부장의 기지이다. 진전이 없는 장기 프로젝트의 늘어짐에도 굴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시도한 오부장의 전략은 트로이를 무너뜨렸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직장인은 늘 에너지가 넘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고, 며칠 간의 야근을 지탱해 줄 강인한 의지력이 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