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7 (화)

  • 맑음동두천 7.2℃
  • 맑음강릉 6.3℃
  • 맑음서울 7.3℃
  • 맑음대전 6.3℃
  • 맑음대구 9.7℃
  • 맑음울산 8.0℃
  • 맑음광주 6.7℃
  • 맑음부산 11.2℃
  • 맑음고창 4.0℃
  • 맑음제주 9.6℃
  • 맑음강화 7.2℃
  • 맑음보은 4.3℃
  • 맑음금산 5.8℃
  • 맑음강진군 7.0℃
  • 맑음경주시 6.5℃
  • 맑음거제 10.5℃
기상청 제공

Opinion

[내궁내정] 왼손잡이의 모든 것…인구의 10%·8월 13일·PCSK6와 TUBB4B 유전자·왼손잡이 지원법·우리도 왼손잡이·놀라운 능력과 특징

1. 왼손잡이의 비율…세계 10%, 한국 2%
2. 8월 13일, ‘세계 왼손잡이의 날’…딘 켐벨 생일 기념해 제정
3. 왼손잡이 왜 생기나… PCSK6와 TUBB4B 유전자
4. 정몽준 의원, '왼손잡이 지원법' 발의
5. 왼손잡이, 역사와 문화에서 ‘소수’의 운명을 걷다
6. 역사상 위대한 왼손잡이들 "나도 왼손잡이, 그러나 역사를 만들다"
7. 왼손잡이의 놀라운 능력과 특징
8. 왼손잡이의 흥미롭고 의미 있는 사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고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0%, 즉 10명 중 1명은 왼손잡이다. 한때는 ‘불길하다’거나 ‘서투르다’는 이유로 억압받았던 왼손잡이들. 하지만 오늘날, 이들은 정치와 과학은 물론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왼손잡이에 관한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의미있는 사실들을 모아봤다.

 

 

1. 왼손잡이의 비율…세계 10%, 한국 2%

 

전 세계 인구에서 왼손잡이의 비율은 약 10~12%로 추정된다. 국가 및 문화권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네덜란드(13.2%),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은 10% 이상, 아시아권이 인도(5.2%), 대만(5.0%), 일본(4.7%), 중국(3.5%) 낮은편이다.

 

한국인의 왼손잡이 비율은 옛날에는 2%수준이었으나 최근엔 5%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02년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성인 기준 3.9%가 왼손잡이라고 응답했고, 2013년 조사에서는 전체 인구의 5%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에서는 8%, 30~40대는 6%, 50대는 3%, 60대 이상은 2%로 연령이 높을수록 비율이 낮았다. 이는 과거 강제 교정과 사회적 억압의 영향 때문이다.

 

양손잡이는 전체 인구의 0.1%로 매우 드물다.

 

남성이 여성보다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 첫째보다 둘째 이후 출생아, 저체중아, 모유수유를 일찍 끊은 아이에게서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 

 

역사적으로 억압과 교정이 많았던 사회에서는 비율이 더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은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동물은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비율이 비슷하다는 연구도 나왔다. 

 

 

2. 8월 13일, ‘세계 왼손잡이의 날’…딘 켐벨 생일 기념해 제정

 

매년 8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International Lefthanders Day)이다. 전 세계 왼손잡이의 인권 신장과 인식 개선, 그리고 왼손 사용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8월 13일로 지정된 이유는, 세계 최초로 국제 왼손잡이협회(Lefthanders International, Inc.)를 창립한 미국인 딘 켐벨(Dean R. Campbell)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1976년 딘 켐벨이 처음으로 이 날을 제정했고, 이후 영국 왼손잡이협회의 주도 아래 1992년부터 공식적인 국제 기념일로 자리잡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 날은 왼손잡이들이 겪는 불편과 차별을 알리고,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개선과 평등을 촉구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른손잡이 중심의 도구를 체험해 보는 이벤트, 왼손만 사용하는 게임 등 다양한 캠페인이 펼쳐진다.

 

 

3. 왼손잡이 왜 생기나… PCSK6와 TUBB4B 유전자

 

왼손잡이가 생기는 이유는 크게 유전학적 이유와 환경적·후성적 요인, 그리고 사회문화적 요인에서 발생한다.
 

왼손잡이는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부모 모두 오른손잡이일 때 자녀가 왼손잡이일 확률은 약 9%, 부모 모두 왼손잡이일 때는 24%로, 유전적 영향이 일부 있음이 확인된다.

 

왼손잡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PCSK6와 TUBB4B 모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PCSK6는 좌우 신체 비대칭성, 뇌의 구조적 차이, 손잡이 결정에 관여하는 대표적 유전자이다. 최근 연구에서 세포 구조단백질튜불린(TUBB4B)은 뇌 발달의 미세한 조절에 각각 관여하는 것으로 이 변이가 있는 사람은 왼손잡이가 될 확률이 2.7배 높다.

 

또한 영국 유전자 은행(Biobank)의 대규모 데이터 분석 결과, 왼손잡이의 유전적 특성이 뇌의 백질(white matter)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 지금까지 왼손잡이와 관련된 48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환경적·후성유전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유전 이외에도 태아의 위치, 산모의 영양상태, 출산 스트레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노출 등 환경적·후성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준다.  

 

사회·문화적 요인도 크다. 예를 들어, 왼손 사용을 억압하는 문화에서는 왼손잡이 비율이 낮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왼손잡이는 뇌보다는 척수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란성 쌍둥이에게 왼손잡이 비율이 높게 나타나며,  왼손잡이 형질의 유전률은 약 23%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지능이나 키의 유전률에 비해 낮은 수치로, 환경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왼손잡이에게서 4개의 유전자 영역이 특별히 다르게 발현되며, 이 중 3개는 뇌 발달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 유전자들은 뇌의 언어 영역 연결에도 영향을 미쳐, 왼손잡이의 뇌는 좌우 반구가 더욱 조화롭게 소통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더불어, 태아의 척추에서 유전자 비대칭성이 먼저 나타나 손잡이를 결정한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즉, 왼손잡이의 탄생에는 유전과 환경, 그리고 태아기의 미묘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4. 정몽준 의원, '왼손잡이 지원법' 발의

 

2003년 당시 국민통합21 소속 정몽준 의원이 ‘왼손잡이 지원법’(정식 명칭: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호법 개정안)을 실제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왼손잡이를 위한 편의시설을 생산·설치하는 기업에 조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시설이나 군대에 왼손잡이용 물품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왼손잡이였던 정몽준 의원은 "한국 사회는 일상용품, 공공시설, 교육환경, 군대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이 오른손잡이 기준이다. 왼손잡이는 식당, 강의실, 지하철 개찰구, 컴퓨터 마우스, 군용 소총 등에서 일상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왼손잡이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소수자로서 배려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5. 왼손잡이, 역사와 문화에서 ‘소수’의 운명을 걷다


고대부터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왼손은 부정적으로 여겨졌다. 영어 ‘left’는 ‘서투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오른쪽(right)’은 ‘옳다’, ‘정확하다’의 뜻을 지닌다. 티베트에는 “네 왼쪽 손에 있는 악마를 조심하라”는 속담까지 있다.

 

국어사전에도 ‘오른손’은 단순히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원적으로 ‘옳은 손’에서 유래했다. 반면 ‘왼손’의 ‘왼’은 ‘그른 손’, 즉 ‘틀린 손’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조선시대 한문 교재인 ‘석봉천자문’에서도 한자 ‘右(우)’를 ‘옳을 우’, ‘左(좌)’를 ‘그릇될 좌’로 풀이했다. 실제로 ‘바른손’, ‘바른쪽’이 ‘오른손’, ‘오른쪽’의 동의어로 쓰일 정도다.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오른손을 ‘바른손’, ‘밥 먹는 손’으로 배우며, 왼손 사용은 ‘예의 없다’, ‘보기 좋지 않다’는 말을 듣기 쉽다. 심지어 식사 자리에서 왼손을 썼다는 이유로 꾸지람을 듣거나, 연필을 오른손으로 쥐도록 강요받는 일이 흔했다. 실제로 30대 이상 성인 왼손잡이 상당수는 강제 교정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한국의 왼손잡이 비율은 세계 평균(10~12%)의 절반 수준이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왼손을 쓰는 아이의 손을 묶거나, 강제로 오른손을 쓰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영국군의 자동소총, 중국의 교실, 한국의 필기 문화, 출입문 손잡이까지,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 중심이었다.

 

왼손잡이에 대한 경시와 차별은 단순한 문화적 현상을 넘어, 동양과 서양 언어의 뿌리 깊은 인식에서 비롯된다. ‘오른’과 ‘왼’이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가치판단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왼손잡이는 사회적 소수자이자, 때로는 차별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과거에는 왼손잡이가 신의 저주를 받았다는 미신까지 있었지만, 최근에는 왼손잡이의 창의성과 감성적 사고가 주목받으며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6. 역사상 위대한 왼손잡이들 "나도 왼손잡이, 그러나 역사를 만들다"

 

왼손잡이는 인류의 소수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적·과학적 족적은 결코 소수이지 않다. 편견과 불편을 넘어, 이제는 창의성과 다양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왼손잡이.


역사상 수많은 위인과 천재들이 왼손잡이였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왼손잡이가 의외로 많다. 최초의 왼손잡이로 알려진 대통령은 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다. 이후 허버트 후버, 해리 트루먼, 제랄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아버지),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도 왼손잡이 대통령이다. 알렉산더 대왕, 율리우스 시저, 나폴레옹, 간디, 처칠, 카스트로도 왼손잡이였다.

 

아리스토텔레스,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베토벤, 괴테, 니체, 안데르센, 채플린, 마릴린 먼로, 오프라 윈프리, 폴 매카트니, 데이비드 보위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왼손잡이였다.

 

과학기술 및 빅테크를 비롯해 기업계에서는 아인슈타인, 뉴턴, 마리 퀴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니콜라 테슬라, 존 D. 록펠러, 헨리 포드, 스티브 포브스, 루 거스너, 라탄 타타 등도 왼손잡이다.

 

스포츠계에서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와 디에고 마라도나, 야구의 베이브 루스, 배리 본즈, 테드 윌리엄스, 랜디 존슨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유명 왼손잡이는 박정희 대통령, 스포츠계 이승엽과 류현진, 연예계에서는 김혜수, 박신혜, 황정민, 김수현, 천정명, 티파니, 효연, 서인영 등이 있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화와 과학, 예술을 비롯해 모든 역사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지 모른다.

 

 

7. 왼손잡이의 놀라운 능력과 특징

 

왼손잡이들은 우뇌가 더 발달해 창의성, 예술성, 직관적 사고,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의 양쪽 반구 간 연결이 더 활발하다는 연구도 있다. 수학, 건축, 공간 인식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도 있다.

 

또 왼손잡이는 뇌의 좌우 언어영역이 골고루 발달해, 언어능력과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도 있다. 좌뇌와 우뇌를 모두 활발히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복합적 사고에 강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폴로 우주비행사의 1/4이 왼손잡이였다.

 

특히 스포츠(특히 야구, 권투, 펜싱 등)에서 상대적으로 드물어 전략적 우위를 가진다. 실제로 왼손잡이 선수의 승률이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는 테니스와 수영에서도 왼손잡이가 더 유리해 선수들이 많다는 연구도 나왔다.

 

ATP(남자프로테니스협회) 랭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계 랭킹 TOP 100 선수 중 왼손잡이 비율은 15%로 집계됐다. 일반 인구의 왼손잡이 비율(약 10%)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1968년 이후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자의 23%가 왼손잡이였다는 통계가 있다. 왼손잡이 테니스 스타(라파엘 나달, 나브라틸로바, 코너스, 맥엔로 등)가 두각을 나타냈다.

 

왜 왼손잡이가 일부 스포츠에서 유리할까. 첫째 이유는 희소성 효과(낯섦의 효과)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와 훈련, 경기 경험이 오른손잡이 상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왼손잡이 선수와의 대결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과 패턴에 당황하기 쉽다.

 

상대가 적응하기 어려운 독특한 각도와 플레이 스타일은 경기 초반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둘째는 전술적·신체적 이점이다. 오른손잡이 기준과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다양한 포지셔닝에서 상대방에게 혼란을 주기

쉽다. 즉 오른손잡이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8. 왼손잡이의 흥미롭고 의미 있는 사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 중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26% 더 부유해진다는 결과도 있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ADHD, 조현병, 알코올 중독, 불면증, 알레르기, 천식 등에 더 취약하다는 통계도 있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처럼 ‘주된 눈’(왼눈잡이, 오른눈잡이)이 다를 수 있다.

 

왼손잡이의 비율은 산업혁명 이후 오른손잡이 중심의 사회 표준화로 더 낮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왼손잡이용 전용 제품(가위, 칼, 병따개, 악기, 컴퓨터마우스 등)이 따로 개발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는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같은 빅테크기업들이 개발하는 스마트 디바이스에서는 인터페이스를 양손잡이 모두에게 적합하도록 설계하고 있으며, 일부 모델에서는 왼손잡이 사용자 모드를 지원한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4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콘텐츠인사이트] 스끼다시였던 갈등 소재, 본 주제는 따로 있었다…<원정빌라>를 보고

어릴 적 이런 형태의 주거 공간을 자주 보곤 했다. ‘빌라, 멘숀, 빌리지…’ 직접 살아본 적은 없지만 이와 같은 이름들이 묘하게 익숙하다. 예고편과 스틸컷을 훑는 순간, 객관적 지표와는 무관하게 심박이 먼저 반응했다.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주말의 끝에서 선택한 작품이 티빙의 <원정빌라>다. 톱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연출이나 서사가 압도적일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만 평점이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소재가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끌렸다. ‘현대판 이웃사촌 비극 스릴러인가.’ 평소 반전과 긴장감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OTT 작품답게 러닝타임도 부담스럽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시간을 보내기에는 무난하다. 다만 반전의 결이 비교적 예상 가능한 범주에 머물렀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갈등은 전채였고, 본편은 사이비였다 층간소음, 주차 문제, 사소한 시비. 공동주택에서 흔히 벌어지는 갈등이 주요 서사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작품은 그 틀을 비껴간다. 오히려 그 모든 갈등은 본편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채에 가깝다. 실제 중심축은 ‘사이비 종교’다. 이는 ‘나는 신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PD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전갈과 개구리, 200회의 워크숍이 알려준 진실

같은 말을 들어도 누군가는 동기부여를 받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다. 똑같은 팀장의 피드백 한마디가 어떤 사람에게는 자극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망치는 말이 된다. 퍼실리테이션을 배우고 나서도 이 질문만큼은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뭘까?' 조직의 소통 방식은 조금 알게 됐지만, 그 안에 있는 '개인'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나는 결국 그 답을 찾아 심리 진단 도구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국민 진단 도구라 불리는 MBTI는 입문이었다. 그 다음은 에니어그램이었다. MBTI가 행동유형을 보여준다면, 에니어그램은 그 행동의 뿌리에 있는 두려움과 욕망을 건드린다. 처음 내 에니어그램 유형을 확인했을 때, 솔직히 좀 민망했다. '내 마음속에 이런 욕구가 있었나?' 그 불편함이 오히려 흥미와 이해의 기반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버크만 진단까지 손을 뻗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드러나는 숨은 욕구를 찾아내며 일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진단 도구였다. 닥치는 대로 공부했고, 하나씩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확신이 줄었다. 나조차도 나의 행동을 이해하기

[콘텐츠인사이트] 뭔가 사유하고 싶을 땐 독립영화가 제격…고 김기덕 감독 <실제상황>을 보고

‘넷플의 법칙’. 머피의 법칙처럼, 이제는 이것도 하나의 법칙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수십, 아니 수백 편의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막상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건질 만한 작품 하나 찾기 어렵다. 심지어 신작마저 이미 본 작품일 때가 있다. 선택지는 넘치는데, 선택할 것은 없는 아이러니. 나는 그 상황을 ‘넷플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럴 때는 미련없이 ‘디즈니플러스’나 ‘쿠팡플레이’로 옮긴다. 그래도 없다면 ‘티빙’까지.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이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소비 패턴이 된 시대인 듯 하다. 주말이었다. 나른하게 흘려보내고 싶었지만 현실은 평일처럼 분주했다.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안에서는 알 수 없는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사실 그 이유를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지만, 애써 내가 나를 속이고 있다. 정확힌 마인드 콘트롤 상태) 그때 티빙에서 이 영화를 만났다. <실제상황>. 이전에 언급한 적 있지만, 필자는 작품 그 자체로 놓고 볼 때 홍상수와 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흐름, 예측을 비껴가는 장면 구성,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흔드는 연출. 그 불균질

[콘텐츠인사이트] 쿠플서 우연히 건진 독립영화…홍상수 감독 <수유천>을 보고

연달아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마주한 날이다. 말 그대로 ‘땡 잡은 날’이다. 키득거리며,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의 영화를 보기 위해 심야 극장을 찾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나도 쉰을 바라본다. 넷플릭스가 지겨우면 디즈니플러스를 켰고, 그것마저 식상하면 쿠팡플레이에 접속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 플랫폼에 독립영화가 많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솔직히 몰랐다. ㅜㅜ) 그의 작품을 거의 다 봤다고 자부했는데, 오늘따라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바로 ‘술, 담배, 음식’ 생각해보면 그의 영화는 언제나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일상의 결을 직조해왔다. 초창기 작품들은 작가적 색채가 강하면서도 일정한 흥행성을 동반한 상업영화의 성격을 지녔다고 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짜 ‘독립’을 택한 듯한 행보로 이어졌고, 지금은 완연한 독립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여전히 팬이지만, 초창기 특유의 농도 짙은 ‘맛’이 조금은 옅어진 듯해 아쉬움도 커진다. 그렇게 다시 만난 작품이 바로 <수유천>이다. (*필모그래피를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제목이 있었던가 싶다.) 늘 그렇듯이 특별한 사건은 없다. 권해효가 등장하고, 김민희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회의실의 침묵을 깨는 힘, '퍼실리테이터'가 되다

리더 혼자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노트북만 두드리는 회의. 뒷자리에 앉아 속으로 되뇌던 말. '이럴 거면 그냥 메일로 보내시지.' 그 불만이 문제의식으로 바뀐 건, 내가 직접 그 회의를 이끌어야 하는 프로젝트 리더의 자리에 앉게 되면서였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던 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익숙한 책상과 묵직한 과제들이었다. '회사의 가치체계 재정립 프로젝트' 머리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손은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실무를 떠나 있던 시간만큼의 공백감이 매일 아침 출근길을 조금 무겁게 했다. 그 무게감보다 더 버거웠던 건, 회의실에서 마주하는 침묵이었다. 대부분 리더가 말을 주도 했는데 어딘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건 그들의 진짜 생각이었지만, 직급과 분위기라는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그건 좀처럼 꺼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저 침묵을 깰 수 있을까?' 그때 만난 것이 퍼실리테이션이었다.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기술보다 태도였다. 답을 알고 있어도, 먼저 꺼내지 않고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을 펼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배운 것을 회사 밖에서 먼저 써보기로 했다.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미션과 비전을

[콘텐츠인사이트] 홍상수 감독 필모의 보고가 여기였네…<탑>을 보고

영화 외적인 부분을 떠나, 순수하게 작품 자체로만 놓고 볼 때 유독 좋아했던, 아니 강렬하게 애정했던 두 감독이 있다. 홍상수와 김기덕.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마니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저 작품관과 연출 방식,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그리고 카메라의 시선까지도 즐겼을 뿐이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 개봉관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놓치고 있었다. (*故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은 가끔 다시 보곤 한다.) 주일 아침 교회에 가기 전, 큰아이 학원 라이딩을 앞둔 시간보다도 일찍 눈이 떠졌다. 그 틈을 타 간만에 넷플릭스가 아닌 쿠팡플레이를 뒤적였다. 고요한 일요일 새벽은 QT를 하기에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콘텐츠 몰입의 시간이기도 하다. 웬만한 작품은 이미 섭렵했다고 생각했는데, 홍 감독의 비교적 최근작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웠다.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묘한 충만함을 안은 채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시절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다만 ‘역시 홍상수지~’라고 단정하기엔 망설여졌다. 특유의 현실을 비트는 위트와 대사에서 터져 나오는 실소는 다소 옅었다. 대신 시나리오인지 독백인지 경계가 모호한

[콘텐츠인사이트] 호기심을 자극하다 놓쳤던 영화를 만나다…<신명>을 보고

<신명> 개봉 당시 김규리 배우의 열연, 그리고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뒷이야기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픽션으로 기억한다. 아니나 다를까 넷플릭스 신작으로 올라오면 거의 1위를 하는 듯하다. 여느 때처럼 심신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잘 버텨낸 한 주를 마무리하며 금요일 퇴근 후 이 영화를 꺼내 들었다. 접하기 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명’이겠지 싶었다. 돌이켜보니 그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지는 못했던 것 같다. 찾아보니 ‘신명’은 세상의 이치를 밝히 아는 영적인 존재들, 즉 하늘과 땅의 모든 신령하고 깨어 있는 존재를 뜻한다고 한다. ‘아하, 그렇구나.’ 그래서 ‘천지신명께 빈다’는 말이 생겨났나 보다. 한마디로 <신명>은 그럭저럭 볼 만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사실적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이미 탄핵된 전 대통령 부부의 행적이 이 정도였을 줄이야…)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됐겠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한 가지 생각이 남는다. 어쨌든 그들은 그것이 ‘맞다’고 믿었을 것이고,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