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이다. 해가 바뀐다는 사실이 예전만큼 새롭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만큼은 여전히 축복처럼 다가온다. 가슴 아픈 일도, 잊기 힘든 기억도 잠시 내려두고 출발선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난히 바쁜 연말을 보낸 뒤, 몇 달 전부터 예약해 둔 짧은 호캉스를 다녀왔다. 하룻밤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수영을 하고, 사우나를 즐기고, 룸서비스로 식사를 하며 카운트다운을 함께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찰나의 달콤함을 위해 또다시 달리고, 견디고, 버티는지도 모르겠다.
체크아웃 후 전시를 하나 보고 집에 돌아와 짐을 정리한 뒤 자연스럽게 넷플릭스를 켰다. <이태원 클라스>에서 인상 깊었던 배우 이주영이 주연을 맡은 <단죄>가 눈에 들어왔다. 짧은 시놉시스를 읽고 1화부터 3화까지 단숨에 봤다. 아직 전편을 보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은 나를 한 질문 앞에 세웠다. ‘용서와 복수는 과연 무엇이 다른가.’
◆ 진정한 용서란 무엇일까
보이스피싱은 인간의 악의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범죄다. <단죄>는 그 잔혹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부모를 잃은 딸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그녀라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코칭 현장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자주 마주한다. 용서할 수 없는 타인, 혹은 용서하지 못한 자신의 과거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런 경우의 코칭은 결코 쉽지 않다. 마음의 방어가 단단하고, 받아들일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건넨다. 눈을 감고 그 시점으로 돌아가 본다면,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지금의 내가 놓치고 있는 장면은 없을까.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정말 나를 지켜주는 선택일까. 이 질문들은 해결책이 아니라 ‘여지’를 만든다. 때로는 그 여지 속에서 스스로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미처 꺼내지 못했던 힘을 회복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코치 역시 고객과 함께 조용한 감동을 나눈다.
◆ 하지만 이건 ‘가정’이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물론 모든 코칭이 그렇게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끝내 “이건 가정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답을 듣기도 한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 역시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반응을 보였을 테니까.
<단죄>를 보며 다시 생각해 본다. 내 부모가 그렇게 희생됐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이야기에서 복수가 또 다른 파국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봐 왔다. 가해자를 단죄하겠다는 결심이 실행되는 순간, 나 또한 폭력의 궤도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감정을 내려놓는 것이 진정한 용서일까. 아직 나는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한다. 설령 내가 코칭을 받는 입장이 된다 해도, 그 상황에서 내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더 단단히 잠길지도 모르겠다.
새해 첫날, 밝은 기운의 콘텐츠 대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어쩌면 분명하다. 나는 아직 이 질문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다. 진짜 용서란 무엇일까…(to be continued)
p.s: 지금도 나에게는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떠올릴수록 이해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애써 떠올리지 않고 거리를 두면 감정은 서서히 무뎌진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처럼, 어쩌면 시간은 가장 현실적인 형태의 용서를 우리에게 건네는지도 모르겠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