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보기엔 하찮아 보이는 곤충인 초파리는 인간 유전자와 70% 이상 일치한다. 그래서 우주생물학 연구의 대표적인 대상이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에서 노랑초파리는 V2 로켓을 타고 108km 상공을 비행하며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 생명체가 됐다. NASA에는 ‘노랑초파리 실험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우주 임무에 베테랑인 곤충이다.
트럼프 카드 크기 상자에 수천 마리가 들어가 집단으로 우주로 나가며, 우주에서 태어난 초파리들은 근육량과 심장박동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이들은 장시간 우주 비행이 인간 건강과 생리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모델 역할을 했다.
검정파리는 법의학자 이상의 전문가다. 범죄의 현장에서 뛰어난 사건 발생 시간 측정 능력을 보여준다. 사람이 사망한 후 3일 이상 지날 경우 사망 시점 파악이 어려워지는 반면, 검정파리는 사망 후 몇 시간 내에 번식하며 알을 낳는 습성으로 사망 시간 추정 도구 역할을 한다.
이같은 곤충의 활용은 고대에도 있었다. 1247년 중국 관료가 쓴 법의학 사건집 ‘세원집록(洗寃集錄)’에도 파리가 살인범을 찾아낸 기록이 등장한다. 현대 과학에서는 파리 유충의 성장단계 분석, 발생 유기 화합물(VOC) 변화를 통한 사망 시간 추적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 연구는 전자 코를 활용해 부패 때 발생하는 냄새의 성분 변화를 분석, 보다 정확한 사망 시간 추정법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곤충들은 우주 생명체 실험의 최전선에 서는가 하면, 법과학 수사에서 결정적 증거를 제공하며 미지의 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노랑초파리의 우주 비행과 검정파리의 범죄 해결 능력은 인류가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놀라운 지식과 과학적 가치를 보여준다.
곤충학자와 과학 프로듀서인 저자들이 인류사와 함께한 곤충 이야기를 풍부한 사진과 함께 <작은 정복자들, 에리카 맥엘리스터·에이드리언 워시번 지음|김아림 옮김>으로 풀어냈다. 이 둘은 곤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확산시키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결합해, 곤충의 생태학적 기능과 과학적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에리카 맥엘리스터(Erica McAlister)는 영국 출신의 곤충학자이자 박물관 큐레이터로, 런던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에서 쌍시류(Diptera)와 빈대목(Siphonaptera) 컬렉션의 수석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환경생물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서리 로햄프턴 대학교(University of Roehampton)에서 생태학 분야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특히 작고 다양한 생명체에 대한 평생의 관심과 곤충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대중 강연, 라디오, TV 출연 등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2017년 출간된 곤충 전문 저서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며, 우주 생물 연구와 법의학 분야에서 곤충의 역할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에이드리언 워시번(Adrian Washburn)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과학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겸 작가로, BBC 라디오와 월드서비스에서 35년 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식물학, 과학, 예술, 의학 분야의 혁신적인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의학 기자 협회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워시번은 과학 지식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대중에게 복잡한 과학 주제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국내외에서 과학 교육과 교양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으며, 곤충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 저서에서 뛰어난 프로듀서 역할을 수행했다.
이 두사람의 협업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명확한 설명과 풍부한 시각 자료를 통해 곤충의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의 활동이 곤충학과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