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서울 시민이 묻는다. “집 사는 데 도대체 몇 년이 걸리나.” 서울 가구의 연간 중위소득 5800만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는 비현실적인 가정 아래, 대다수 자치구에서 내 집 마련까지 최소 20년 이상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중위소득 5800만원, 집값은 10억·20억 시대
서울연구원이 실시한 ‘2024년 서울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 가구의 중위소득은 연 5800만원, 평균 총소득은 6423만원으로 조사됐다.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은 1억2481만원으로 하위 20%(2704만원)의 4.6배에 달해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이 소득 수준을 전제로 서울 아파트 ‘국민평형’(전용 80~85㎡) 평균 실거래가를 적용하면, 서울 시민이 월세도, 생활비도 없이 모든 소득을 저축해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수십 년으로 계산된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서울 전용 84㎡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약 14억6000만원으로 1년 새 25% 넘게 급등했다.
지도에 찍힌 ‘46.9년의 도시’ 서울
부동산 통계 계정 ‘APT_LAP’이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용 80~85㎡ 국민평형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와 서울 가구 중위소득 5800만원(2023년 기준)을 단순 비교했을 때 자치구별 ‘집값 대비 저축 기간’은 극단적인 숫자로 나타난다.
서초구: 평균 실거래가 27억2000만원, 전액 저축 가정 시 46.9년.
강남구: 26억6000만원, 45.8년.
송파구: 20억7000만원, 35.7년.
용산구: 18억3000만원, 32.4년.
지도를 펼쳐보면 한강 남측 강남 3구와 용산·성동·마포·광진·동작·영등포·양천·서대문·동대문·강서·은평 등 이른바 ‘한강 벨트’와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 상당수가 저축기간 20년을 훌쩍 넘기는 색깔로 채워져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도봉구·강북구·금천구 등은 평균 6억~7억원 수준으로, 이마저도 단순 계산상 11~13년의 저축이 필요하다.
‘평균 소득자’가 강남 국민평형을 산다는 것은
서울 시민의 평균 자산 구조를 보면 현실 감각은 더 또렷해진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가구의 평균 자산 총액은 6억원, 평균 부채는 4500만원으로 순자산은 5억6000만원이었다. 전체 가구의 38.9%가 빚을 지고 있고, 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1565만원 수준이다.
현재 서울 전용 84㎡ 평균 가격 14억6000만원, 서초·강남의 국민평형 20억~30억원대 가격을 감안하면, 평균 순자산으로는 강남 3구 아파트의 ‘중도금’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직방 분석에 따르면 더 작은 전용 59㎡도 서울 평균 매매가격이 이미 10억5000만원을 넘긴 만큼, 국민평형은 사실상 ‘상위 20% 소득층’ 혹은 기존 자산가들의 시장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년 저축” 가정의 함정과 현실
전문가들은 이런 ‘저축기간’ 계산이 극단적인 전제에 기반한 상징적 지표라는 점을 강조한다. 생활비, 세금, 교육비,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가계가 저축할 수 있는 비율은 평균 소득 대비 20~30% 안팎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 현실적인 내 집 마련 기간은 단순 계산의 3~4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또 서울 평균 대신 지역·소득계층별 수치를 적용하면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의 평균 총소득은 7845만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높지만, 같은 권역 안에서도 상·하위 20% 소득 격차는 4배 이상 벌어진다. 결국 “46.9년 저축”이라는 숫자는 ‘서울 평균 가구’에게는 마치 평생 사용하지 못할 마일리지처럼 느껴지는 상징적 수치라는 것이다.
‘꿈의 서울 아파트’가 남긴 질문
흥미로운 것은, 이런 통계가 SNS에서 ‘밈’처럼 소비되면서도 동시에 서울 시민의 체감 박탈감과 정책 요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서울 국민평형 집 사는데 몇 년?’ 같은 카드뉴스가 수만 회 공유되며, 댓글 창에는 “평생 임차인 확정”, “부모 찬스 없으면 불가능” 같은 반응이 줄을 잇는다.
서울 무주택 가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서울 시민 절반 가까이가 전·월세에 거주한다는 국내 언론 보도는 이런 체감과 통계의 간극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46.9년의 도시’ 서울의 집값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한 세대의 삶의 경로와 계층 이동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