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지금 이순간에도 강남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강남 환상’ 혹은 '강남의 찐가치'에 사로잡혀 있는 비강남 사람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때론 강남을 우상화하고, 때론 강남을 비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강남의 가치가 급등해 비자를 받아야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강남VISA'라 명명한다. 나아가 강남과 강북간의 지역디바이스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허상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개인의 사적인 의견이니 오해없이 그냥 가볍게 즐겨주길 바란다.
잠실(蠶室)에 동잠실, 서잠실, 신잠실이 있다면, 반포(盤浦)에도 동반포, 서반포가 있다.
잠실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왕실의 '누에를 치는 방'이다. 송파구 잠실동이 원래 잠실로서 동잠실이라면, 지금의 서대문구 연희동 쪽에 서잠실이 있었다. 서초구 잠원동의 잠실은 송파구 잠실보다 늦게 생겼으므로 '신잠실'이라고 불렀다. 이후에 이곳과 혼동되지 않도록 잠실리의 '잠(蠶)'자와 인근 신동면(新東面) 신원리(新院里)의 '원(院)'자를 따서 지금의 '잠원동(蠶院洞)'으로 바꿨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이 ‘반포대로’를 경계로 아파트 브랜드와 시공사가 뚜렷하게 양분되고 있다.
동쪽(동반포)은 GS건설의 ‘자이(Xi)’ 브랜드가, 서쪽(서반포)은 삼성물산의 ‘래미안(Raemian)’ 브랜드가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치열한 브랜드 경쟁과 시공사 전략, 그리고 조합원들의 프리미엄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포대로 동쪽, 이른바 동반포 지역은 GS건설의 ‘자이’ 브랜드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대표 단지인 ‘반포자이’는 44개동, 3410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로, 2008년 입주 이후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 쾌적한 단지 환경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자이’ 브랜드의 위상을 대변한다.

이외에도 동반포에는 6월말 입주예정인 ‘메이플자이(29개동, 3307세대)'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입지끝판왕 ‘반포센트럴자이(7개동, 757세대)’ 킴스클럽 맞은편에 위치한 ‘신반포자이’(7개동, 607세대) 등 자이 브랜드 아파트가 연이어 들어서고 있다.
이들 단지는 한강과 올림픽대로, 고속터미널 등 뛰어난 교통 인프라와 명문 학군, 도보권 생활 편의시설 등 입지적 강점까지 갖췄다. GS건설은 이러한 브랜드 연속성과 대단지 프리미엄을 앞세워 동반포 일대를 ‘자이 타운’으로 만들고 있다.
반면 반포대로 서쪽, 즉 서반포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브랜드가 지배적이다. ‘래미안원베일리(23동, 2990세대)'는 2023년 입주와 동시에 강남권 최고 입지와 상품성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국평(전용 84m2)이 이미 70억원에 달할 정도로 국내 최고의 아파트로 위세를 자랑한다.
입지불변·전통강자 ‘래미안퍼스티지’(28동, 2444세대) 역시 대단지와 고급 커뮤니티 시설,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강남권 시세를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래미안트리니원(17동, 2091세대, 2026년 8월 입주예정)’, ‘래미안원페를라(16동, 1097세대, 2025년 11월 입주예정)’ 등 신축 단지들이 연이어 들어서며, 서반포 일대는 명실상부한 ‘래미안 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브랜드 일체감과 고급화 전략을 통해 서반포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반포대로를 경계로 한 브랜드 양분화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특수성과 맞물려 있다.
조합원들은 브랜드 대형 1군 건설사 프리미엄에 대한 요구가 높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상품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GS건설과 삼성물산은 각각 ‘자이’와 ‘래미안’ 단일 브랜드 전략을 고수하며, 일관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가 곧 시세와 직결되는 시장 구조에서, 조합원들은 이미 검증된 브랜드를 선호한다. 건설사 역시 브랜드 타운화 전략을 통해 분양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시세 리딩 효과를 노린다.

실제로 래미안퍼스티지, 원베일리, 반포자이, 반포센트럴자이 등은 입주와 동시에 지역 시세를 견인하며, 브랜드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브랜드 양분화 현상은 비단 반포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현대건설의 ‘현대아파트’가, 여의도에서는 한양, SK, 대우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가 단지별로 집중돼 브랜드 타운화가 진행 중이다.
한남동 역시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초고가 브랜드 아파트가 지역 이미지를 주도하고 있다.
반포지역 공인중개부동산 A사장은 "반포대로를 사이에 둔 동반포(자이)와 서반포(래미안)의 양분화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브랜드 경쟁과 시공사 전략, 조합원들의 브랜드 프리미엄 요구, 그리고 시세 리딩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 현상은 강남권을 넘어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심지어 비강남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도 브랜드 파워와 시공사의 전략적 선택이 지역 부동산 시장의 지형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