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유럽 최대 박쥐 종인 큰관박쥐(Nyctalus lasiopterus)가 하늘에서 새를 사냥하는 모습이 최초로 눈앞에 포착되면서, 25년간 지속된 학계의 의문이 마침내 풀렸다. 이번 연구는 오르후스 대학교의 로라 스티드숄트(Laura Stidsholt)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첨단 생체태그를 활용해 얻은 결과물로, 문헌상 최초로 공중전의 박쥐와 새의 사냥 장면을 정밀하게 기록한 사례이다.
첨단 추적 기술을 활용해 박쥐가 공중에서 새를 사냥한다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를 포착한 것. 10월 9일 Science에 발표된 이 획기적인 연구는 큰밤박쥐들이 놀라운 정확도로 고고도의 추격을 수행하는 방식을 밝혀냈다.
Miragenews, Scientific American, Cosmos Magazine에 따르면, 이 연구는 스페인 남부의 산악지대에서 14마리의 큰관박쥐에 초소형 바이오로거를 부착해 3차원 위치, 가속도, 음향, 고도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통해 시작됐다. 총 600건 이상의 사냥 이벤트 중, 단 두 차례에 걸쳐 박쥐가 평소 곤충 사냥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여줬으며, 이 중 2023년 3월 기록된 사례는 특히 눈길을 끈다.
이날 기록에 따르면, 한 암컷 박쥐는 최고 1200미터 고도까지 상승 후, 이동 중인 유럽울새를 탐지하고 공중 다이빙을 시작했다.
연구진은 "박쥐는 은밀하고 치밀한 공격 태세로 조용히 접근하며, 밤의 적막 속에서 새를 기습한다"고 설명한다. 다이빙 과정에서 박쥐는 3분간 빠른 속도를 유지했고, 이 과정에서 연속 공격 소리와 새가 내는 고통 신호를 포착했다고 한다. 이후 박쥐는 쾌속 비행 후 저공에서 23분간 씹는 소리를 내며 사체를 먹기 시작했다.

이로써 1990년대 후반부터 학계에 떠돌던 큰관박쥐의 새 사냥설은 과학적 사실로 확증됐다. 스페인 도냐나 생물학 연구소의 엘레나 테나는 "수십 년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드러난 이 장면은 과학사에 남을 기록"이라며 감격해했다.
분석 결과, 박쥐는 날개를 뜯어내어 무게를 줄이고, 공중에서도 안정적으로 먹이를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개 조직의 이빨 자국과 박쥐의 DNA 분석은, 박쥐가 비행 중 새를 능숙하게 포획하는 기술을 보여주었다는 강력한 증거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이 행동이 박쥐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임을 지목한다. 특히 봄철 번식기와 가을철 겨울 준비 시기, 새로 확보한 칼로리원은 생존 경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큰관박쥐는 현재 전 세계에서 극히 드물게 발견되며, 서식지 파괴와 개체수 감소로 인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이들의 새 사냥 행동이 지역 새 개체군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번 연구는 첨단 생체태그 기술이 야생동물 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혁신적 도구임을 증명했고, 자연 생태계 내 포식-피식자 관계의 복잡성과 생존 전략을 한차원 끌어올린 의미 있는 기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