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북한이 동해안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Wonsan-Kalma Coastal Tourist Zone) 개장을 공식 선언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이른바 ‘관광 대도약’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번 리조트 개장은 북한의 경제난 타개와 외화벌이, 그리고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이라는 복합적 맥락에서 해석된다.
“국가 보물급 관광도시”로 포장된 원산-갈마 리조트
6월 24일 김정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와 함께 직접 리조트 개장 테이프를 끊으며 대대적인 개장식을 열었다.
북한 관영매체 KCNA는 이곳을 “국가 보물급 관광도시”로 칭하며, 4km에 이르는 해안선에 대형 호텔, 워터파크, 쇼핑몰, 스포츠시설, 식당, 카페테리아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최대 2만명의 투숙객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이 리조트는 북한 최대 규모의 관광 인프라다.
특히, 리조트 인근에 국제공항과 갈마역(신설)이 위치해 있어, 향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염두에 둔 설계임을 짐작케 한다. 현재는 7월 1일부터 내국인 관광객만 받지만, 러시아 관광객은 7월 중 첫 단체 방문이 예정돼 있다.
김정은의 관광산업 구상 “관광으로 경제 살린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리조트 개장을 “올해 최대 성과 중 하나”, “관광산업 발전의 자랑스러운 첫걸음”으로 규정했다. 그는 원산-갈마를 시작으로 대규모 관광지구를 전국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백두산, 칠보산, 금강산 등 북한 전역에서 관광 인프라 확충이 진행 중이다.
관광산업은 유엔 제재 하에서도 합법적으로 외화를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업이다. 팬데믹 이후 국경을 걸어 잠갔던 북한은 2024년부터 러시아 관광객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도 준비 중이지만 아직 공식 일정은 없다.
팬데믹 이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9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는 점에서, 중국 관광객 유치는 리조트 수익성의 관건으로 꼽힌다.
Euronews, Travel & Leisure Asia 등의 해외매체들은 “관광산업은 유엔 제재 하에서도 합법적으로 외화를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업이다. 북한은 러시아 관광객을 우선 유치하며, 중국 단체관광 재개를 통해 수익성 확보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의 밀착…외교·군사·관광 ‘삼각공조’ 본격화
이번 리조트 개장식에는 러시아 대사가 유일한 외국 귀빈으로 참석했다. 이는 최근 북한-러시아 관계의 급진전과 맞물린다.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포괄적 전략동반자조약(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Treaty)’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상호방위(군사동맹) 조항까지 포함해 양국 관계를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실제로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해 수천 명의 군공병·특수부대와 대량의 포탄, 탄도미사일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 경제협력, 관광객 송출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북한 간 철도 운행이 재개되고, 러시아 항공사가 모스크바-평양 직항 노선을 추진하는 등 관광·교통 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GFSIS, Interfax 매체들은 “북한-러시아 포괄적 전략동반자조약은 군사동맹 수준의 상호방위 조항을 포함하며, 경제·관광 등 전방위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관광 대도약’의 한계와 전망
북한의 관광산업 육성은 외화벌이와 경제 다변화, 대외 이미지 개선을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북 제재, 코로나19 이후 국경 통제, 서방과의 긴장 고조, 정보 유입 차단 등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강화되면서 서방 관광객 유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고, 중국 역시 북한-러시아-중국 삼각동맹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만큼, 결국 중국과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야만 수익성을 맞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무기 지원을 확대할수록 외국인 관광 재개는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북한의 관광지 개발, 외화벌이와 체제 선전의 이중 전략
원산-갈마 리조트 개장은 북한이 관광산업을 통해 외화벌이와 체제 선전을 동시에 노리는 ‘이중 전략’의 상징적 사례다. 김정은은 관광을 ‘경제재건의 돌파구’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는 러시아·중국 등 우호국 관광객 유치에 달려 있다.
동시에, 러시아와의 군사·외교적 밀착이 심화될수록 북한 관광산업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 관광산업의 미래는 국제정세, 대북제재,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그리고 북한 내부의 체제 관리 전략에 따라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