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 지하철 터널에서 급격히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던 '런던 지하철 모기'(Culex pipiens form molestus)의 기원이 사실은 1000년 이상 전 고대 지중해 문명, 특히 고대 이집트에 있다는 획기적인 DNA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Science, CNN, London Natural History Museum, The Telegraph, News-Medical, Wellcome Sanger Institute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프린스턴 대학과 런던 자연사박물관, 웰컴 생거 연구소 등 전 세계 약 150개 기관의 협력으로 진행됐으며, 77개 지역에서 채집한 357마리 모기의 유전체를 분석해 도시 적응 모기 연구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존 생물학계 교과서에 길게 자리잡았던 이 모기의 '급진적 도시 진화' 사례는 이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연구책임자인 프린스턴대 린디 맥브라이드 교수는 "이 모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하철에 완벽히 적응해 그 곳에서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의 유전체 분석은 수천 년 전 고대 지중해 지역에서 이미 인간과 공생하며 진화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모기는 두 가지 형태로 진화하여, 하나는 주로 새를 무는 pipiens, 다른 하나는 인간을 무는 molestus이다. 몰레스투스는 제한된 공간에서 짝짓기하고, 겨울철에도 활발히 활동하며, 흡혈 없이 알을 낳는 독특한 생존능력을 갖췄다. 이런 특성은 이집트의 초기 농경사회에서 나일강 주변 정착과 함께 발달했으며, 이후 현대 도시 지하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연구에서 1만2000마리의 전 세계 모기를 수집하고, 800마리 개체에서 DNA를 분석했다. 또한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1900년대 샘플을 통해 지하철 시스템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해당 모기 형태가 존재했음을 입증했다. 이는 지하철 모기가 지하철 환경에서 급격히 진화했다는 이전의 가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결과다.
이 연구는 공중보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몰레스투스와 새를 무는 파이피엔스 형태가 교배하며 잡종 모기를 만들고, 이 잡종은 새와 인간 모두를 무는 습성 때문에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의 인간 감염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 잡종화 빈도는 생각보다 낮지만 대도시에서 더 활성화되어 있어, 도시화가 이러한 유전적 혼합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심하면 뇌염이나 사망에 이르게 하며, 올해 5월 영국에서 최초로 모기에서 감염이 확인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대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새와 인간을 모두 무는 잡종 모기 때문에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라며 "도시화, 모기 유전학, 바이러스 인수공통 전파 간 연관성을 규명하는 추가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지하철 모기에 관한 오랜 진화 신화를 깨고, 도시 생태계와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와 보건당국 모두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