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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The Numbers] ‘비트코인 황제’의 역풍…세일러, 스트래티지 주가 47.5% 폭락에 3.3조원 증발 "암호화폐 리트머스 시험지"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암호화폐 랠리의 상징이던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회장이 2025년 한 해에만 26억달러(약 3.3조원)의 재산을 날리며 ‘역대급 역풍’을 맞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세일러의 순자산은 1년 새 64억달러대 정점에서 38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배경에는 2025년 10월 암호화폐 시장 플래시 크래시와 그 이후 이어진 스트래티지 주가 47.5% 급락이 겹치며 사실상 “비트코인 레버리지 베팅의 청구서”가 한꺼번에 도착한 것이 자리하고 있다.

스트래티지, 비트코인 잔칫집에서 ‘지수 최악급’으로 추락

 

스트래티지는 2025년 비트코인 강세장을 업고 한때 시가총액이 보유 비트코인 평가액을 크게 웃돌며 ‘비트코인 레버리지 ETF’에 가까운 프리미엄 종목으로 불렸다. 그러나 10월 플래시 크래시 이후 3개월 동안 주가가 50% 이상 밀리면서 연간 기준으로는 약 47.5% 하락,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12만6천달러대) 대비 약 30~37% 조정을 받은 것과 비교해도 낙폭이 두 배 가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와 암호화폐 전문 매체들의 집계를 종합하면, 스트래티지 주가 부진으로 세일러의 순자산은 12개월 동안 26억달러 줄어든 38억달러로 떨어졌고, 이는 2025년 글로벌 억만장자 중 손실액 기준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경제학자 피터 쉬프 등 비판론자들은 “만약 스트래티지가 S&P500에 편입돼 있었다면 2025년 수익률 기준 여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진주였을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10월 플래시 크래시: 24시간 190억달러 증발의 ‘대청산’

 

분수령은 2025년 10월 10일로, ‘19억달러’가 아니라 ‘190억달러 이상’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하루 만에 증발한 사상 최대 규모의 청산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코인글래스 등 온체인·파생상품 데이터 업체에 따르면, 이 날 24시간 동안 강제 청산 규모는 191억달러를 넘었고, 160만명 이상 트레이더의 포지션이 정리되면서 비트코인은 장중 10%대 중반 급락을 기록했다.

이 충격 이후에도 비트코인은 10월 6일 12만6,279달러(코인베이스 기준)를 정점으로 찍은 뒤 연말까지 8만~8만7000달러 박스권으로 밀리며 고점 대비 약 30~40% 조정을 받았고, 블룸버그는 “10월 이후 약 6주 동안 비트코인이 12만6000달러대에서 8만달러 부근까지 떨어지며 시가총액에서 수천억달러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레버리지에 기대어 ‘슈퍼 사이클’을 외치던 서사는, 유동성 위축과 증거금 부족이 겹친 대청산 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더 샀지만… 67만 BTC에도 사라진 프리미엄

 

그럼에도 스트래티지는 브레이크를 밟기는커녕 액셀을 더 밟았다. 투자설명자료와 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2025년 한 해 동안 약 22만5,027 BTC를 추가로 매입해 연말 기준 보유량을 약 67만2,497 BTC까지 끌어올렸다. MEXC·Investing.com 등이 인용한 SEC 8‑K 공시 내용에 따르면 12월 22~28일 사이에만 1,229 BTC를 1억880만달러에 사들였고, 12월 한 달 누적으로는 2만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매집했다.
 

이렇게 쌓아올린 비트코인 스택의 장부가는 약 50억4,400만달러 수준인 반면, 연말 기준 시가평가액은 비트코인 가격에 따라 590억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주가 급락 탓에 스트래티지 시가총액은 48억3,000만달러가량으로 떨어져, 보유 비트코인 시가(59억2,000만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디스카운트’ 상태에 놓였다는 분석이 크립토슬레이트 등에서 제기된다.

 

과거엔 순자산가치(NAV) 대비 프리미엄을 받던 종목이, 과도한 주식 발행과 레버리지 구조에 대한 시장 불신이 겹치면서 오히려 NAV 이하로 거래되는 구조적 역전이 벌어진 셈이다.
 

현금 21억9000만달러 비축… “비트코인은 안 판다” 고집

 

주가가 반 토막이 나는 동안 경영진은 배당과 채무 상환에 대비해 21억9,000만달러 규모의 현금 쿠션을 쌓았다. FTI컨설팅과 법률 자문 보고서를 종합하면, 이 현금은 회사채 만기, 전환사채 콜옵션 행사 가능성, 그리고 향후 추가 비트코인 매입 여력까지 염두에 둔 ‘방어적 유동성’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금을 쌓는 방식이 문제다. 스트래티지는 2025년 내내 전환사채와 보통주 발행을 반복하며 사실상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자기 주식을 통화처럼 쓰는” 전략을 구사했다. 알트핀스·크립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매입에 투입된 자금 225억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신규 주식 발행을 통해 조달됐고, 그 결과 주가 하락보다 빠른 속도로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압력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 vs 인프라’… 엇갈린 암호화폐 재벌의 결산표

 

스트래티지와 세일러의 사례는 2025년 암호화폐 재벌들의 성적표에서도 대표적인 ‘루저’ 축에 속한다. 우크라이나 뉴스포털 UA.News와 프랑스 코인트리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종합하면, 2025년 한 해 주요 크립토 억만장자들의 재산 변동은 다음과 같이 갈렸다.

 

마이클 세일러: 순자산 26억달러 감소, 38억달러 수준으로 후퇴.
​윙클보스 형제(Gemini 공동창업자): 자산이 1년 새 59% 증발.
​창펑 자오(CZ·전 바이낸스 CEO): 순자산 약 5% 감소, 여전히 509억달러 안팎 유지.
​제러미 얼레어(서클 CEO): 2025년 6월 이후 순자산 149% 급증, ‘유일한 대형 승자’로 평가.

대조적인 흐름의 배경에는 2025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GENIUS Act’가 자리한다. 공식 명칭이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of 2025’인 이 법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최초의 연방 차원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발행자 인가, 준비금 요건, 커스터디, 그리고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명문화했다.

 

이로 인해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의 규제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얼레어의 지분가치가 폭발적으로 불어났다는 분석이 월가 로펌과 투자은행 리포트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된다.

반면, 비트코인 직접 보유나 고레버리지 구조에 의존해 부를 쌓은 인물들은 10월 플래시 크래시 이후 조정기에 일제히 ‘역풍’을 맞았다. 블룸버그는 2025년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 증가분 2조2,000억달러 가운데 약 25%를 단 8명이 가져가는 동안, 암호화폐 부호 상당수는 “상승장의 과실을 반납하고도 남을 정도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단순 가격 베팅보다는 규제 친화적 인프라와 결제 네트워크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재평가하는 흐름이 본격화된 셈이다.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스트래티지는 어디로 가나


향후 관전 포인트는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프리미엄 종목’ 지위를 되찾을 수 있느냐 여부다. 크립토슬레이트와 온체인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상장사 가운데 비트코인을 재무제표상에 올려 둔 회사는 192곳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단순 트레저리 헤지 목적으로 일정 비율만 보유하는 반면 스트래티지는 사실상 사업모델 전체를 BTC에 올인한 유일한 대형 상장사다.

 

그만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10만달러 선을 회복하고 규제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주가와 세일러의 개인 자산도 재차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상승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다른 그림도 뚜렷하다. 2025년 4분기 기준 스트래티지 주식의 내재 변동성은 70%를 웃돌고, 공매도 잔고 역시 과거 사이클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시장은 스트래티지를 더 이상 희소성 프리미엄을 지닌 ‘디지털 금고’가 아니라, 추가 주식 발행과 부채 상환, 그리고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얽힌 고위험 구조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2025년 ‘크립토 폭풍’의 최대 희생자 중 한 명이 된 세일러와 스트래티지. 비트코인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기업의 운명은 앞으로도 “인프라가 아니라 투기에 더 가까운” 암호화폐 자본시장의 극단을 상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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