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6 (월)

  • 흐림동두천 -4.5℃
  • 구름많음강릉 1.0℃
  • 구름많음서울 -3.4℃
  • 흐림대전 -1.5℃
  • 흐림대구 1.4℃
  • 흐림울산 2.9℃
  • 흐림광주 -0.5℃
  • 흐림부산 3.4℃
  • 흐림고창 -1.7℃
  • 제주 4.3℃
  • 흐림강화 -5.5℃
  • 구름많음보은 -2.3℃
  • 흐림금산 -2.2℃
  • 흐림강진군 0.7℃
  • 흐림경주시 2.1℃
  • 흐림거제 3.5℃
기상청 제공

Opinion

[방구석은 우주] ‘인간 가우디를 만나다’, 천재 예술가의 조건

AZ 임부장의 방구석 문화 체험기 (7)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입사 20주년이 됐습니다. 집에서 뒹구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큰 맘 먹고 스페인으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방 안에서 즐겨 봤던 유튜브 채널 ‘쑈따리(Showddary)’에서 소개한 산티아고 순례길도 걷고, 연간 1000만명이 방문한다는 바르셀로나 시내도 누볐습니다. 영상으로 봤던 것과는 다른, 생동감 넘치는 경험이었습니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가 봅니다. (2주간 스페인을 다녀온 몸은 피곤 속에 무척 지쳐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투어 상품이 존재합니다. 타인에게 끌려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웬만한 상품은 지나쳤지만 가우디 투어는 끌렸습니다.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특히 그저 걸어서 이동하지 않고 택시를 이용하는 상품이 눈에 띄어서 ‘옳다구나’ 선택했지요. 


여름철 햇살은 무척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까사밀라, 까사바트요, 구엘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등 가우디가 지은 (또는 아직도 짓고 있는) 건축물들은 햇볕이 주는 짜증을 잊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압권이더군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나타낸 성당의 외부 조형물만으로도 놀랍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왠지 모를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붉은 스테인드 글라스와 오후의 빛이 조화를 이뤄서 그랬던 것일까요? 종교에 상관 없이 감동을 받는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된다고 하던데, 그 때 꼭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스페인 현지의 건축물 몇 곳을 방문하니 왠지 가우디와 가까워진 듯하더군요. 가우디를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어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가우디의 생애를 다룬 책을 한 권 주문했습니다. 현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짐을 풀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쳤습니다. 대장장이 가문의 병약한 아들로 태어나 70여년의 삶을 살다 간 가우디의 일생이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 그가 설계하고 만들었던 작품들과 함께 지면 속에 펼쳐집니다. 가우디를 잘 몰랐던 상태로 현지에서 느꼈던 건축물의 아름다움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인물의 사연과 엮여 풍성한 경험으로 채워졌습니다.

 

책에 나타난 가우디 모습은 부럽기보다는 불쌍합니다. 허약한 몸으로 태어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수업에도 빠지기 일쑤였고, 류마티스로 어릴 때부터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습니다. 불행히도 5남매 중 자신을 제외한 넷과 부모님, 조카 등 가족 모두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요. 또 평생을 독신으로 산 데다가, 성당에서 기도하고 나오는 길에 전차에 치여 별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람들과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나 봅니다. 대학 총장이 설계한 강당 문제점을 지적하는 작품을 제출했다가 교수들의 격론 끝에 간신히 졸업장을 받았지요. 졸업식에서 총장이 가우디를 향해 “우리는 천재 혹은 미치광이에게 건축사 자격증을 줬다”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마음 바쳐 사랑한 여자에게는 매몰차게 거절당했습니다. 고집이 세서 건축물 의뢰주와 갈라서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지요. 참 운 없고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랬기 때문에 가우디는 ‘신의 건축가로 이 땅에 온’ 가우디가 됐습니다. 아파서 요양하던 중 더 많은 자연을 체험했으며, 가족들 모두가 죽고 재산을 물려줄 아내와 자녀가 없었기에 사람이 아닌 신을 바라보며 건축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약하고 홀로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 예술적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거장을 낳은 것이지요.

 

만약 그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많은 것을 갖췄더라면, 가우디만의 특성인 자연과 곡선의 미를 살린 건물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처럼 많은 이들을 감동에 빠지게 하는 작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서 가우디를 참 운 없고 외로운 사람이라곤 했지만, 어쩌면 반대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깊이 있게 들여보면 어릴 적부터 삼총사처럼 지낸 두 친구,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구엘 같은 후원자도 있었고요, 죽는 순간까지 신과 함께했으니 말입니다. 중년 아재의 방구석이 쓸쓸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풍요로운 공간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 책을 읽으니 다시 스페인에 가고 싶어집니다.


* ‘AZ 임부장’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못한 채 자기 멋에 빠져 있는 아재로, 공대 졸업 후 전공을 바꿔 20년차 기업 홍보맨으로 근근이 밥벌이 중이다. 책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에 파묻혀 한량처럼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콘텐츠인사이트] ’가족‘의 참된 의미 보여준 명품 드라마… <러브 미> 최종화를 보고

간만에 제대로 된 명품을 만난 기분이다. 지지고 볶고 울고 웃기며 카타르시스를 주는 볼 만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 작품은 그 이상의 것을 건드렸다. 등장인물의 독백 한 줄 한 줄이 가슴에 와 닿았고, 문화 사대주의는 아니지만 원작이 해외에 있어 그런지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느꼈다. 배경이 어떻고 연출이 어떻고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이 드라마의 힘은 훨씬 단단한 곳에 있다. 가족의 ‘해체’가 전성시대인 지금, 가족의 ‘결합’을 담백하면서도 묵직하게 보여준 데 있다. 이게 이 작품을 명품으로 만드는 이유다. 이제는 1인 가구가 하나의 가구 형태로 당당히 인정받는 시대다. 나아가 반려견과 반려묘도 법적 구성원은 아니지만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 즉 또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진다. 극 속 인물 구성은 그야말로 현대 가족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어느날 갑자기 맞이한 미혼부, 사회적 지위는 의사지만 그 미혼부를 사랑하게 된 외로운 여자, 백수와 취업을 오가는 여자의 답없는 동생, 그 동생을 짝사랑하다 스타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여사친, 사랑하는 아내와의 사별 후 다시 영화처럼 사랑을 만났지만 결국 알츠하이머 병에

[콘텐츠인사이트] 로코를 애써 보지는 않지만… <이사랑 통역 되나요>를 보고

딱히 이유는 없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즐겨 보지 않는다. 잘생기고 예쁜 남녀가 등장해 알콩달콩 관계가 진전되고, 중간에 시련과 반전이 찾아왔다가 결국 사필귀정으로 귀착되는 기본 구도가 어딘가 성의 없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로맨스’ 자체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로맨스 스릴러’나 ‘로맨스 드라마’는 즐겨 봤다. <갯마을 차차차>나 <우리들의 블루스>도 한 회도 빠짐없이 챙겨봤다. 아마 내겐 코미디적 감각보다 감정의 결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주말이라고 해도 한가롭지 않다. 더구나 큰아이가 고3이 되는 해라 이래저래 눈치도 보고, 각자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다 보면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함께 보는 시간이야말로 귀한 여유가 된다. 이번 주말, 우리의 선택은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이하 ‘이통되’)였다. 사실 두 번째 회차 시청이었는데 이번에는 이거다 싶은 느낌이 왔다. 한동안 은퇴설까지 나돌았던 김선호 배우의 복귀와 <무빙>에서 호평받았던 히로인의 조합까지 더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설정만 보면 어처구니없다. 전직 무명 여배우가 하루아침에 글로벌 셀럽이 되

[콘텐츠인사이트] 진짜와 가짜, 그리고 본질…다시 봐도 수작 <사이비>를 보고

몇 년도 작품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넷플릭스엔 꽤 많고, 신작이 별로이거나 업데이트가 뜸할 때면 리모컨을 들고 이곳저곳을 탐침하듯 둘러본다. 주말 아침 눈에 들어온 작품은 연상호 감독을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린 애니메이션 <사이비>였다. 살다 보면 자주 쓰지만 뜻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단어가 있다. ‘사이비’가 그랬다. 사전을 찾아보니 ‘닮았지만 아닌 것’, 즉 겉은 비슷하지만 본질은 전혀 다른 상태를 의미한다. ◆ 넘쳐나는 ‘사이비’의 시대 도처가 사이비의 천국처럼 보인다. 종교 영역에서 많이 들리는 단어이지만, 짝퉁은 물론이고 원조를 자처하며 스스로를 오리지널이라 우기는 존재들이 곳곳에서 활개 친다. 유통 시장에서의 미투 상품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신앙심 깊은 목사라 믿었던 이들 중 일부가 알고 보면 허세와 사기만 앞세운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를 진짜라고 믿는 데 있다. 그럴듯한 외양과 서사에 속아 넘어가기 쉽다. 본질이 100이라면 98은 실체에 충실하지만, 2만큼의 자의적 해석으로 진짜를 부정하는 방식이다. 더 안타까운 건 종교적 믿음이라는 포장을 통해 헌금과 시간을 바치는 사람

[커리어 블렌딩] 방황이 아닌 '확장'…흩어진 점을 연결해 ‘나’라는 브랜드 만들기

내 책상 위에는 더 이상 종이 이력서가 쌓이지 않는다. 대신 듀얼 모니터 화면 속에 AI가 분석한 데이터가 촘촘히 떠 있다. 인공지능 전환(AX) 시대, 채용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AI는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고, 역량 검사를 통해 "이 지원자는 우리 조직과 적합도가 85%입니다"라며 추천 여부를 판가름한다. 심지어 대면 면접에서 무엇을 물어봐야 이 사람의 잠재력과 리스크 요인을 확인할 수 있을지 '맞춤형 질문'까지 뽑아준다. 이 냉철한 시스템을 보며 나는 문득 짓궂은 실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만약 10년 전, 20년 전의 내가 쓴 이력서를 이 AI 면접관에게 넣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신문사 인턴 기자, 다국적 광고 대행사(JWT) 아르바이트, 영화 홍보사 직원, 브랜드 컨설턴트, 국내 식품 대기업 마케팅본부 대리, 지주사 가치체계 기반 조직문화 담당 과장, 인권경영 센터 팀장, 그리고 오늘날 학습과 영상/미디어, 조직문화를 총괄하는 임원까지. 어쩌면 '부적합'이나 '일관성 부족'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사람이 보기에 정신없어 보이는 이 '지그재그' 경력을, 논리적인 알고리즘이 좋게 평가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점

[콘텐츠인사이트] ‘우려’가 된 ‘반려’… <컴패니언>을 보고

‘반려견’, ‘반려묘’ 언젠가부터 일상에서 익숙하게 들리는 단어다. 예전에는 “강아지 키우세요?”, “집에 고양이 있어요?” 정도의 표현이 전부였다. 이제는 반려동물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전제하는 언어가 채택되고 있다. ‘반려(伴侶)’의 어원을 다시 찾아보니, 짝 반(伴)과 동무 려(侶). 즉 짝이 되어 함께 지내는 존재, 삶의 파트너라는 뜻이다. 1인 가구가 일반화된 시대에 ‘반려’는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와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모든 존재를 향한 호칭이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넷플릭스에서 헤매다 오랜만에 쿠팡플레이를 열었다. 여러 작품을 넘기다 눈에 들어온 영화가 <컴패니언(Companion)>. SF와 스릴러가 결합된 장르라는 설명에 호기심이 동했고, 런닝타임도 부담이 없었다. (*제가 좋아하는 120분 미만) ◆ 프로그래밍된 반려는 유익하기만 할까 영화의 설정은 철저히 인위적이다. 자신이 로봇임을 모르는 로봇, 그와 관계를 맺는 인간, 그리고 둘 사이의 정서적 착시. 처음에는 ‘반려봇’으로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듯 보였으나, 설정값의 오류와 인간의 욕망이 개입되면서 시스템은 빠르게 일탈한다. 완벽해 보였던 동

[Future Hands up] 나뭇잎은 사실 초록색을 싫어한다

“아빠, 나뭇잎은 초록색을 사랑 하나 봐. 온통 초록색 이잖아.” 방학숙제로 식물원을 탐방하던 딸아이가 문득 필자에게 화두를 던졌다. 나뭇잎은 과연 초록색을 사랑하는가. 이 어린 아이의 단순하지만 심오한 질문을 아빠는 굳이 물리학적으로 접근해 보았고, 그 결과 전혀 반대의 답을 얻게 되었다. 햇빛은 파장이 다른 여러 가지 색의 전자기파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뭇잎은 빛을 구성하는 여러 색들 중 유일하게 초록색만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 시켜 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반사된 빛인 초록색을 나뭇잎의 색으로 인지하게 되는데, 즉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뭇잎은 초록색을 싫어하기 때문에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언제나 밝아요." 세상 모든 부모가 쉽게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아이는 제가 제일 잘 알죠.’ 일 것이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내면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보여지는 생활 속 모습만으로 판단하려 한다면, 마치 나뭇잎이 초록색이라서 초록을 좋아한다고 아는 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언젠가 과하리 만큼 밝은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밝은 미소를 무장한 채 만나면 언제나 웃음으로 인사하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