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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방구석은 우주] ‘인간 가우디를 만나다’, 천재 예술가의 조건

AZ 임부장의 방구석 문화 체험기 (7)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입사 20주년이 됐습니다. 집에서 뒹구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큰 맘 먹고 스페인으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방 안에서 즐겨 봤던 유튜브 채널 ‘쑈따리(Showddary)’에서 소개한 산티아고 순례길도 걷고, 연간 1000만명이 방문한다는 바르셀로나 시내도 누볐습니다. 영상으로 봤던 것과는 다른, 생동감 넘치는 경험이었습니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가 봅니다. (2주간 스페인을 다녀온 몸은 피곤 속에 무척 지쳐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투어 상품이 존재합니다. 타인에게 끌려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웬만한 상품은 지나쳤지만 가우디 투어는 끌렸습니다.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특히 그저 걸어서 이동하지 않고 택시를 이용하는 상품이 눈에 띄어서 ‘옳다구나’ 선택했지요. 


여름철 햇살은 무척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까사밀라, 까사바트요, 구엘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등 가우디가 지은 (또는 아직도 짓고 있는) 건축물들은 햇볕이 주는 짜증을 잊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압권이더군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나타낸 성당의 외부 조형물만으로도 놀랍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왠지 모를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붉은 스테인드 글라스와 오후의 빛이 조화를 이뤄서 그랬던 것일까요? 종교에 상관 없이 감동을 받는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된다고 하던데, 그 때 꼭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스페인 현지의 건축물 몇 곳을 방문하니 왠지 가우디와 가까워진 듯하더군요. 가우디를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어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가우디의 생애를 다룬 책을 한 권 주문했습니다. 현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짐을 풀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쳤습니다. 대장장이 가문의 병약한 아들로 태어나 70여년의 삶을 살다 간 가우디의 일생이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 그가 설계하고 만들었던 작품들과 함께 지면 속에 펼쳐집니다. 가우디를 잘 몰랐던 상태로 현지에서 느꼈던 건축물의 아름다움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인물의 사연과 엮여 풍성한 경험으로 채워졌습니다.

 

책에 나타난 가우디 모습은 부럽기보다는 불쌍합니다. 허약한 몸으로 태어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수업에도 빠지기 일쑤였고, 류마티스로 어릴 때부터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습니다. 불행히도 5남매 중 자신을 제외한 넷과 부모님, 조카 등 가족 모두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요. 또 평생을 독신으로 산 데다가, 성당에서 기도하고 나오는 길에 전차에 치여 별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람들과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나 봅니다. 대학 총장이 설계한 강당 문제점을 지적하는 작품을 제출했다가 교수들의 격론 끝에 간신히 졸업장을 받았지요. 졸업식에서 총장이 가우디를 향해 “우리는 천재 혹은 미치광이에게 건축사 자격증을 줬다”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마음 바쳐 사랑한 여자에게는 매몰차게 거절당했습니다. 고집이 세서 건축물 의뢰주와 갈라서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지요. 참 운 없고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랬기 때문에 가우디는 ‘신의 건축가로 이 땅에 온’ 가우디가 됐습니다. 아파서 요양하던 중 더 많은 자연을 체험했으며, 가족들 모두가 죽고 재산을 물려줄 아내와 자녀가 없었기에 사람이 아닌 신을 바라보며 건축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약하고 홀로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 예술적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거장을 낳은 것이지요.

 

만약 그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많은 것을 갖췄더라면, 가우디만의 특성인 자연과 곡선의 미를 살린 건물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처럼 많은 이들을 감동에 빠지게 하는 작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서 가우디를 참 운 없고 외로운 사람이라곤 했지만, 어쩌면 반대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깊이 있게 들여보면 어릴 적부터 삼총사처럼 지낸 두 친구,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구엘 같은 후원자도 있었고요, 죽는 순간까지 신과 함께했으니 말입니다. 중년 아재의 방구석이 쓸쓸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풍요로운 공간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 책을 읽으니 다시 스페인에 가고 싶어집니다.


* ‘AZ 임부장’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못한 채 자기 멋에 빠져 있는 아재로, 공대 졸업 후 전공을 바꿔 20년차 기업 홍보맨으로 근근이 밥벌이 중이다. 책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에 파묻혀 한량처럼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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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은 질문으로 시작해 봅니다. 만약 우리가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요? 반대로 짐이 될까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며 이 질문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관찰자’라는 설정은 코칭에서 다루는 ‘시점 전환’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 ‘시점’이 바뀌면 질문도, 해답도 달라진다 챗GPT의 설명에 따르면 ‘전지적 독자 시점’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독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실제로 미래를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칭에서는 현재의 나를 잠시 미래의 나로 이동시키는 시점의 전환을 자주 활용합니다. 고객은 ‘미래의 나’로부터 들려오는 조언을 상상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지금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단순한 역할극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는 자기 자신을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게 하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비슷한 기법으로 ‘빈 의자’ 코칭이 있습니다. 눈앞의 빈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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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지금 무엇을 듣고 있습니까 회의실에서 팀원이 말한다. “우린 늘 이렇게 해왔는데요?.”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치는가? “관행을 고집하는 완고함”? “변화를 두려워하는 저항”? 혹은 “검증된 방식에 대한 신뢰와 안전에 대한 욕구”? 같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세 개의 의미가 숨어 있다. 나는 코칭을 배우며 깨달았다.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단어가 아니라 맥락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지난 20주 동안 한 편씩 글을 써오며 내 안에서도 일어났다. ◆ 스무 번째 글, 그리고 나를 마주한 시간 어느덧 스무 번째 칼럼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쓴다’는 약속이 작지만 버거웠다. 주말이면 노트북을 열고 생각을 정리하려 할 때마다 피곤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맑아졌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안의 흐트러진 생각을 한 줄로 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되었고, 그건 셀프 코칭의 과정으로 발전했다. 이 시리즈를 써오며 나는 ‘코칭의 정의’를 머리로가 아니라 손끝으로 익혔다.

[눈치코치] ‘자기계발’과 ‘자기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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