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이탈리아 현대미술의 거장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18캐럿 순금 변기 조각품 '아메리카(America)'가 세계 경매 시장에 다시 등장한다.
CNN, 뉴욕타임스, BBC, ARTnews에 따르면, 뉴욕 소더비는 2025년 11월 18일 이 작품을 약 1000만 달러(한화 143억원)의 시작가에 내놓을 예정이며, 이는 변기에 포함된 순금 무게(약 101.2kg, 223파운드)의 시세를 기준으로 한 역사상 최초의 경매 시작가 산정 방식이다. 약 1000만 달러는 최근 금 시세 급등을 반영한 금괴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다.
'아메리카'는 2016년 처음 제작되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설치된 후 공공이 직접 사용하는 예술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방문객들은 3분 예약을 통해 이 황금 변기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 예술과 일상이라는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체험의 장을 제공했다.
그러나 2019년, 같은 작품의 또 다른 에디션이 영국 블레넘 궁전에서 도난당하면서 미술품 절도 범죄로도 악명 높아졌다. 절도범들은 변기를 훔친 뒤 궁전 내 침수와 구조적 피해까지 초래했고, 변기는 회수되지 않은 채 금괴로 녹여졌다고 추정된다.
이번 경매 출품작은 2017년 마리안 굿맨 갤러리를 통해 개인 콜렉터에게 판매된 유일한 생존작이다. 소더비는 새로 문을 연 브로이어 빌딩 본사 내 화장실에 이 변기를 설치해 11월 8일부터 관람객에게 공개하지만 이번에는 사용을 금지, 관람만 가능하도록 했다. 소더비 현대미술 수석 데이비드 갤퍼린은 "예술 작품 위에 앉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금 가격은 2025년 들어 약 50% 상승하며 3분기 금 수요는 1313메트릭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금 가격 급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매 시작가가 변기의 순금 가치를 자동 반영하는 가격 책정 방식은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넘어 시장과 원자재 가격 간 연계성을 드러내는 전례 없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로써 작품은 순금 변기의 물질적 가치와 카텔란 특유의 아이러니한 메시지를 동시에 상징한다.
카텔란의 이 작품은 2019년 덕트테이프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이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 예상가를 4배 넘는 620만 달러에 낙찰된 데 이은 입지 강화 사례다. '아메리카'가 예상가를 넘어서면, 카텔란이 2016년 선보였던 히틀러 조각상 '힘(Him)'의 경매가 1720만 달러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예술계 관계자들은 "이번 경매가 단순 호화품 판매를 넘어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과 시장 가치 간의 복잡한 관계, 그리고 현 사회의 물질주의와 예술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전시와 경매를 통해 '아메리카'는 예술시장의 경계와 관객의 인식을 동시에 시험하는 대표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