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8.9℃
  • 흐림강릉 7.7℃
  • 구름많음서울 8.1℃
  • 대전 7.5℃
  • 흐림대구 9.6℃
  • 울산 8.5℃
  • 흐림광주 8.8℃
  • 부산 10.1℃
  • 흐림고창 5.1℃
  • 제주 9.1℃
  • 구름많음강화 7.8℃
  • 흐림보은 8.1℃
  • 흐림금산 8.5℃
  • 흐림강진군 10.4℃
  • 흐림경주시 8.6℃
  • 흐림거제 8.8℃
기상청 제공

Opinion

[Moonshot-thinking] '주4일제’ 시간의 벽을 허무는 사회

제도와 문화, 기술과 공간이 정합성 있게 맞물려 실현될 것
토요일 해장국에서 국가 아젠다까지

 

2004년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내 주말의 절반은 일터였다. 금요일 밤을 지새우고, 토요일 새벽 기사 마감과 교열을 마친 뒤에야 점심 해장국 한 그릇으로 토요일 업무를 마무리하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해 사이 주 5일제가 안착했고, 우려했던 ‘토요일 관공사, 병원·은행 공백’은 제도 조정과 기술 확산으로 빠르게 흡수됐다.

 

2025년 10월,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시간의 재구성 앞에 서 있다.

 

정부가 ‘주 4.5일 근무제’를 포함한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의 연내 제출을 공식화했다. 하위법령 66건 연내 정비와 110건 법률안의 신속 제출까지 제시했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정기국회 처리를 염두에 둔 구체적 로드맵이다.

 

나는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의 일원으로서 이 변화를 ‘오피스 시장의 구조와 가치’라는 렌즈로 들여다 본다. 제도 변환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설계와 문화, 기술, 공간의 정교한 맞물림이 있어야 한다.

 

◆ 주 6일에서 주 4.5일, 그리고 우리 아이 세대의 ‘주 3일’까지


6~7년전이다. 스타트업 ‘여기어때’ 재직 시절, 금요일 오후 1시 조기퇴근을 시도했지만 잔업과 눈치 문화 탓에 체감효과는 미미했다. 그래서 우리는 제도를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으로 바꾸었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은 눈치를 지웠고, 제도는 비로소 일상이 됐다. 바뀐 캘린더만큼이나 바뀐 문화와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두 번째 교훈이었다.

 

주 4.5일제가 불러올 오피스의 재정의는 시작됐다. 엔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대되며 좌석공유, 거점오피스, 사물함 중심 운영은 많은 기업의 기본 선택지가 됐다. 근무일이 줄면 남은 근무일의 ‘밀도’가 오른다. 회의실과 프로젝트룸, 집중좌석의 비중 재조정이 불가피하고, 회의 운영과 원격 협업의 스케줄링 표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요구된다.

 

결과는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총임차면적을 줄이며 면적당 품질과 협업비중을 높이는 기업과, 인재경쟁과 브랜드를 위해 고급화된 복지·웰빙 공간에 투자하는 기업. 오피스 수요는 양보다 질, 밀도·가변성·경험?로 이동하고, 입지는 ‘출근일 집중 동선’과 ‘거점 네트워크’의 균형 위에서 재평가될 것이다.

 

◆ 데이터가 말해주는 필연

 

OECD는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이 빠른 속도로 감소해왔지만 여전히 OECD 평균을 상회한다고 진단한다(2022년 1,901시간, OECD 평균 1,752시간). 생산성은 OECD 평균 대비 낮은 편이다. 제도 변화가 시간 절감과 생산성 제고라는 이중 과제임을 시사한다.
2022년 영국 61개 기업 2,900명 대상 세계 최대 4일제 파일럿은 매출 안정에서 증가(평균 1.4% 상승), 이직과 병가 감소, 복지 개선을 보고했다. 다수 기업이 정책을 영구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의 4일제 실험은 생산성 약 40% 향상을 기록했는데, 핵심은 회의와 이메일의 효율화 등 업무방식 재설계였다.

 

한국은 원격근무 시간 비중이 주요 40개국 중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시간 대면문화와 산업구조, 평가체계가 복합된 결과다. 주 4.5일 논의는 ‘근로시간’만이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가’를 동시 재설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 오피스와 도시의 연쇄 변화

 

자산운영과 개발 차원에서, 코어급 오피스는 가변형 평면, 모듈형 회의실, 음향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표준사양으로 내재화할 것이다. 리피트테넌시 유도는 ‘입지’에서 ‘운영경험’으로 축이 이동한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고정면적·장기계약 일변도에서 플랙스 옵션과 공용부 협업 인프라의 서비스 레벨이 실질 임대료에 반영될 것이다. 도시경제 차원에서는 출근일 집중과 분산 패턴 변화가 상권 시간대 수요와 교통 피크를 재편한다. 공공은 교통과 보육, 의료 시간정책을 ‘짧은 주’에 맞춰 재디자인해야 한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에게 종종 말한다.

 

“네가 사회에 나갈 즈음이면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아 질 것이다.”

 

과감한 예언 같지만, 역사적 추세와 기술혁신은 가능성을 지지한다. AI와 자동화는 반복적이고 저부가가치 과업을 덜어내고, 인간의 일은 한층 창의적이고 전략적으로 변환된다. 그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몇 시간을 채웠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성취했는가’다.

 

주 4.5일제는 ‘쉼의 확대’가 아니라 ‘일의 재설계’다. 정부는 입법과 더불어 성과평가, 노무규정, 세제, 인력전환 지원을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기업은 회의와 보고, 도구와 공간을 다시 짜야 한다. 부동산 산업은 가변성과 밀도, 경험 중심의 오피스로 표준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는 시간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주 6일에서 5일로 넘어왔듯, 4.5일에서 4일, 멀게는 주 3일까지, 그 길은 결코 신화가 아니다. 제도와 문화, 기술과 공간이 정합성 있게 맞물릴 때, 시간의 벽은 낮아지고 삶의 품격은 높아진다. 그것이 오늘, R2 대외협력실장인 내가 한국 오피스 최전선에서 목격하고 있는 변화의 실루엣이다.

 

토요일 해장국으로 시작했던 주말이 이제는 금요일 저녁 가족과의 시간으로 바뀌었듯,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더 인간다운 시간의 리듬을 찾아갈 것이다. 그 여정에서 오피스는 단순한 일터를 넘어 창조와 협업의 무대로, 도시는 24시간 돌아가는 기계를 넘어 삶의 품격을 담는 그릇으로 진화할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5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콘텐츠인사이트] 웃음도 감동도 놓쳤지만…<매드 댄스 오피스> 리뷰

그녀를 처음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연기 잘하는 조연 배우, 외모를 뛰어넘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기억한다. 염.혜.란. 세 글자만으로도 존재감을 설명할 수 있는 배우다. 그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도 심상치 않았고, 예고편과 소개 글만 봐도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버무려진 작품일 것 같았다. 주말, 생일 주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와이프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 (*아내 역시 염혜란 배우를 좋아하기에 기꺼이 동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표현하기가 조금 난감하다.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었다. 함께 본 아내의 한마디가 가장 정확한 평가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뭐… 음….” 굳이 정리하자면 죽도 밥도 아니었다는 표현이 가까울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따뜻한 결말 정도. 그 한 가지를 제외하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찾기 어려웠다. ◆ 현실감도, 유머 코드도, 감동 포인트도 부족 공무원 조직을 묘사하는 장면부터 다소 진부했다. 어린 시절 보던 드라마 <TV 손자병법>이 떠오를 정도로 과장된 장면들이 이어졌다. 과장님(5급)의 호통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엄마에서 '나'로 출근하는 아침, 불안을 무기로 바꾸다

월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길은 누구에게나 괴롭다. 나 역시 지독한 월요병을 겪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역설적으로 출근이 기다려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회사 내 자리에 앉아, 따뜻한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침 메일함을 여는 그 짧은 시간이다. 주말 내내 젖병을 씻고 아이들을 안고 재우며 쌍둥이 엄마로 살다가 마침내 나만의 책상, 나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 앉는 그 순간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온전한 '나'로 다시 출근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작은 의식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커피 맛 때문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역할을 전환하며 사는 직장인에게 의도적으로 '나'를 켜는 스위치가 없으면 어느 순간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침 의식은 오늘도 나를 버티게 하는 소중한 동력이다. 그래서 8개월에 가까운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직해서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회사에서는 나를 믿어주고 곧바로 굵직하고 큰 프로젝트들을 맡겨 주었고, 난 전속력으로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마음 한구석에서 낯선 감정이 올라왔다. 바로

[Future Hands up] 박테리오파지 치료법으로 스트레스 해소하기

“의사선생님이 본하 독감이라네. 또 항생제를 먹으라는 데 계속 이렇게 먹여도 되나.” 딸아이의 손을 잡고 황급히 병원을 다녀온 와이프가 걱정스러운 듯 읊조렸다. 항생제 (Antibiotic)는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물질로서 세균 감염에 효능이 있다. 이처럼 유효한 항생제의 사용에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생제는 유해균뿐 만 아니라 유익균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잦은 사용은 체내 세균의 내성을 유발하여 점점 그 효능이 줄어들게 된다. ◆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치료 그래서 2000년대에 재조명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박테리오파지’ 치료법이다. 박테리오파지란 박테리아를 뜻하는 ‘박테리오’와 먹다 라는 의미인 ‘파지’의 합성어로 ‘특정 세균을 감염시켜 파괴하는 바이러스’를 뜻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달착륙선이나 로봇같이 독특하게 생겨 ‘자연의 나노 로봇’이라고도 불린다. 박테리오파지가 미래 항생제의 대안으로 불리는 근본적 이유는 바로 특정 세균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스나이퍼 기질 때문이다. 박테리오파지는 머리와 꼬리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파지의 꼬리 섬유는 특정 세균 표면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유전물질을 주입한다. 그리

[콘텐츠인사이트] ‘카오스(chaos)’ 속 ‘코스모스(cosmos)’란…<콘크리트마켓> 리뷰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묘한 충격과 전율을 안겨준 영화가 있었다. 흥행 면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수세미를 꽉 쥐어짜면 틈새가 드러나듯 서사의 빈틈도 있었던 작품. 그럼에도 신선했고 제법 재미있게 봤던 영화, 바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콘크리트마켓>은 그 세계관을 확장한 스핀오프 같은 작품이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나름 좋아했던 영화였는데도 이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을 넷플릭스 신작 소개로 보기 전까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요즘은 한국 영화나 시리즈물이 신작으로 올라오면 거의 자동으로 넷플릭스 1위를 찍는 분위기다. 그래서 이제 그 순위 자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저 다시 봐도 좋을 콘텐츠, 혹은 새로 올라온 한국 영화나 드라마라면 웬만하면 섭렵하는 CHU(Contents Heavy User)일 뿐이다. 오늘따라 서두가 길어졌다. 금요일, 내 생일을 핑계 삼아 칼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가족들과 케이크를 자르고 난 뒤 소파에 몸을 맡겼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무엇을 하든 방해받지 않을 분위기였다. 생일이라는 것이 묘하다. 나이가 들어도 축하를 받으면 기분은 좋다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벼랑 끝에서 쓴 기적, "논문 대신 케이스 스터디"

일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나름 인정받고 있었고, 대학원에서는 마지막 관문인 '졸업 논문' 착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논문만 딱 끝내고, 예쁜 쌍둥이 낳아서 완벽하게 졸업해야지." 모든 계획은 내 머릿속에서 완벽했다. 하지만 삶은 결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졸업 논문 주제 선정 후 본격적으로 착수하려던 찰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임신성 고혈압'. 몸이 비명을 질렀고, 아이들은 예고도 없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예정일보다 3개월이나 빠른, 1kg 남짓한 칠삭동이 쌍둥이였다. 태어나자마자 내 품이 아닌 차가운 인큐베이터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무너져 내렸다. 내 계획, 내 커리어, 그리고 엄마로서의 기쁨까지 산산조각 난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내 욕심만 부렸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학원을 오갔던 날들, 회사 일을 놓지 못해 자처했던 야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나를 괴롭혔다. 아이를 가진 채로 내가 너무 무리해서, 내 욕심이 아이들을 저 차가운 유리 상자 안에 가둔 건 아닐까? 말로 하기 어려운 죄책감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논문이 발목을 잡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기업 현장에 나가 설

[콘텐츠인사이트] 브라운관 복귀한 이나영, 보는 것만으론 2% 아쉬움… <아너: 그녀들의 법정> 1–3화 리뷰

“아, 이 작품이었구나.” 당대 톱스타였던 배우 이나영의 복귀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이 먼저 일었다. 결혼 이후 오랜 시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의 선택이 어떤 이야기와 만났을지 궁금했다. 솔직히 말하면, CF 속 이미지로만 소비되던 그의 근황에는 거리감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연기를 통해 마주한 이나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훤칠한 체구와 또렷한 이목구비, 장면을 밀고 가는 딕션과 눈빛의 집중력까지. 시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안정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함께 출연한 이청아, 정은채 역시 각자의 결이 분명한 배우들이지만, 초반부에서는 이나영의 아우라에 다소 가려지는 인상이다. 문제는 설정이다. 재벌가 후계자가 공익변호사 단체에 헌신한다는 서사는 이상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드라마적 설득력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느낌이다. 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고, N번방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범죄 서사, 사회 지도층의 뒷배까지 겹겹이 얹히며 무게를 더하지만, 초반 전개는 다소 ‘가져올 수 있는 요소를 모두 끌어온’ 인상을 준다. 원작이 있는 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비밀의 숲>처럼 초반부터 밀도 높은 서사로 몰아붙이는 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