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올 시대에는 착하게만 키워서는 살아남기 어려워요. 심지가 곧고 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딸아이 유치원 설명회에서 방심하고 있던 찰나, 원장님의 내공 실린 가르침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이기적인데 나약하기까지 한 요즘 세대 몇몇 친구들에게 치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필자에게 꽤나 의미심장한 가르침이었다.
◆ 신입 사원의 心地(심지)
월요일 아침, 2주차 신입사원 A군이 보이지 않았다. 전임자의 퇴사가 코앞이라 인수인계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행여나 연락이 부담되지 않을까 10시까지 기다려 본다. 얼마 후 기다리던 사람 대신 한 줄의 카톡이 왔다.
“퇴사할게요.”
心地(심지)란 마음의 땅, 즉 정서의 바탕이 되는 성품을 뜻한다. 심지를 다지며 자라온 자는 행동이 바르고 생각이 단단하다. 코칭에서는 이를 Being이라 표현하며 존재 자체가 지닌 내면의 신념을 알아차려 이를 독려할 것을 강조하는데, 만약 A군이 이러한 心地-Being을 다져왔다면 퇴사결정 및 통보의 방식이 달랐을 것이다.
◆ 인턴 학생의 心志(심지)
일요일 밤 전화가 울린다. 인턴 학생 B군이다.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급하게 내일 휴가를 쓸 수 있냐는 망설임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쓰는 건 괜찮은데 다음부터는 좀 더 일찍 알려주면 팀 업무 스케줄에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이야기하는 찰나, 저 멀리 수화기 너머로 큰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안된데? 아빠가 회사가서 말해 줄께!”
心志(심지)란 마음의 뜻, 즉 자신의 신념에 기반한 의지를 뜻한다. 강한 심지를 지닌 자는 스스로의 주체의식에 따라 행동하며 그 행동에 망설임이 없다. 코칭에서는 이를 Doing 이라 부르며, 고객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도록 독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B군이 만약에 心志-Doing을 키워왔다면 본인의 휴가에 대해 삼자통화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 心地(심지) 와 心志(심지)
심지는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다. 마음의 땅이 단단하게 자리잡고, 그 위로 자신의 생각과 의지가 나무처럼 곧게 자라난다. 뿌리가 견고하고 나무가 두터울수록 외부의 고난과 시련을 쉬이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뉴스들을 보면 필자는 요즘 대한민국이 상당히 거칠어졌다는 걸 느낀다. 아무 이유 없이 사고를 당하는 불행한 피해자들이 넘쳐나는가 하면, 그나마 멀쩡한 사람들 조차도 거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
정신건강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아동 청소년이 최근 4년 새 2배 넘게 증가했다는 기사는 이젠 놀랍지도 않다. 그렇기에 필자는 여러분이 원장님의 가르침을 꼭 기억하고 심지의 힘을 키우길 바래 본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