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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공간사회학] 이포컨트리클럽 17번홀 '아이고야(啞耳苦惹)’…골프장 코스에 숨겨진 네이밍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잘 지은 이름 하나, 열 홍보 안 부럽다"

 

이름에는 특별한 힘이 담겨 있다. 무엇을 어떻게 이름 짓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기도 하고, 쉽게 흘려보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귀한 것일수록 이름 짓기에 공을 들인다. 골프장 이름은 어떨까? ‘이름’을 통해 골퍼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사례를 정리해 봤다.

 

◆ 이름이 브랜드를 만든다


네이밍은 단순한 이름 짓기가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략가잭 트라우트(Jack Trout)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 결정은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공적인 브랜드 네이밍은 경쟁사와 확고한 차별성을 갖게 한다. 브랜드 자체가 고유 이름이 되기도 한다. 반창고를 ‘대일밴드’, 진통제를 ‘타이레놀’이라고 부르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우리 일상에서 확고한 ‘이름’으로 존재한다.

 

네이밍의 숨은 법칙을 담은 책 『세상 모든 것들의 이름짓기』에서는 좋은 이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좋은 이름은 첫째 유니크해서 다른 것과 구별되어야 하며, 둘째 대상의 근본적인 의미와 가치를 담아야 한다. 좋은 이름은 무엇보다 ‘본질을 품은 유니크함’이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이름이 완성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몇 가지 추가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재미와 스토리텔링이다.”

 

책에서는 이름 짓기의 네 가지 키워드로 재미(Fun), 독특함(Unique), 이야기(Storytelling), 본질(Essence) 을 꼽는다. 재미있고, 독특하며, 이야기와 본질이 담겨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름을 짓기 전에는 먼저 해당 사물이나 개념의 본질적인 가치를 파악해야 하며, 여기서 새로움과 창의성을 뽑아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골프장이 코스, 홀 이름을 하나의 공식처럼 비슷하게 짓는다.

 

방위에 따라 동코스, 서코스, 남코스로 이름 붙이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진행 방향에 따라 인코스, 아웃코스로 나뉘기도 한다. 지형적 특징에 따라 호수나 물가가 있으면 레이크코스, 절벽이 많으면 밸리코스, 나무가 많고 산악형의 특징이 두드러지면 마운틴코스로 이름 짓기도 한다.

 

주요 수종에 따른 파인코스, 오크코스 등도 있다. 홀 이름 또한 1번홀, 2번홀과 같이 번호를 매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이름은 골퍼에게 친숙하고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름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와 세계관을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이름 짓기는 골퍼를 향한 관심과 정성

 

작명에 진심인 골프장도 물론 많다. 특히 많은 골프장이 지역의 역사와 상징을 코스와 홀 이름에 담는다.

 

천년고도 경주의 보문관광단지에 자리한 경주신라컨트리클럽은 코스 이름을 ‘천마’와 ‘화랑’으로 지었다.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소피아그린컨트리클럽도 배움과 나눔을 중시하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의 골프장답게 코스와 홀 이름에 귀한 메시지를 담았다. 코스는 세종코스, 여강코스, 황학코스로 나뉜다. 세종코스는 여주 영릉(英陵)에 잠든 세종대왕의 이름을, 여강은 인접한 남한강의 옛 이름을, 황학은 여주의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명소의 이름을 땄다.

 

홀 이름도 코스 이름과 호응을 이룬다. 세종코스는 한글 창제의 뜻을 기려 9개 홀을 누리, 다솜, 아람, 한울 등 순우리말로 이름 붙였다. 여강코스의 홀은 여주의 역사적인 명소에서, 황학코스의 홀은 옛 선인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코스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우리 문화와 지역의 역사를 익히는 셈이다.

 

‘신의 축복이 있는 신성한 장소’를 뜻하는 이름의 웰링턴(Wellington)컨트리클럽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웰링턴은 3개 코스 이름을 유럽 신화 속 불멸의 신수(神獸)에서 따왔다. 그리핀(Griffin)은 사자의 몸과 독수리의 머리를 가진 상상의 동물, 와이번(Wyvern)은 불을 내뿜는 수호자 공룡, 피닉스(Phoenix) 는 죽음에서 살아나 희망을 주는 영원불멸의 불새다. 이러한 골프장 이름에서 사람들은 코스의 특징과 골프장이 의도한 바를 유추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홀 이름에 정성을 다한 골프장이라면 이포컨트리클럽을 빼놓을 수 없다.

 

18홀 하나하나마다 홀의 개성에 따라 사자성어(四字成語) 이름이 붙었다. 청운입지(靑雲立志), 화조월석(花朝月夕), 외유내강(外柔內剛), 주마가편(走馬加鞭), 인자무적(仁者無敵), 열녀춘향(烈女春香), 다정다감(多情多感), 칠전팔기(七顚八起), 새옹지마(塞翁之馬), 권토중래(捲土重來), 설상가상(雪上加霜), 건곤일척(乾坤一擲), 좌고우면(左顧右眄), 양자택일(兩者擇一), 조강지처(槽糠之妻), 청산별곡(靑山別曲) 등이 그것이다.

 

가장 특별한 이름은 17번홀 에서 나온다. 명칭이 ‘아이고야!(啞耳苦惹!)’다. 그만큼 고난도라는 뜻이다. 마지막 산정무한(山情無限)까지 홀 이름마다 골퍼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와 위트가 함께 담겨 있다.


다시 말해 골프장 속 이름들은 골프장에 대한 임직원의 관심이자 골퍼에 대한 정성과 배려다. 작은 재미라도 더 주고 싶은 진심이다. 오래, 자주 이름 불리는 골프장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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