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덴마크의 건축사무소 BIG(Bjarke Ingels Group)이 미국 남서부 사막에 조성될 4000억 달러 규모의 미래 도시 ‘텔로사(Telosa)’의 상세 렌더링을 공개했다. 이 도시는 억만장자 기업가 마크 로어(Marc Lore)가 구상한 야심찬 프로젝트로, 2050년까지 인구 500만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dezeen, Sayart, Telosa, spinachbranding, Bjarke Ingels Group: BIG의 공개된 자료와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렌더링은 텔로사 프로젝트의 핵심 건축적 특징과 도시 설계를 가장 포괄적으로 시각화한 것으로, 원형의 ‘모빌리티 허브’가 중심 무대를 차지한다. 이 거대한 야외 허브는 네 개의 평평한 나무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변을 크롬 재질의 교통 레일이 감싼 구조로 설계됐다.
허브는 지상에서 공중(G2A, Ground to Air)으로 변모하는 혁신적인 비행 차량을 수용하도록 고안돼, 이 차량들은 기차에서 헬리콥터로 전환하는 기능을 갖췄다. 실제 렌더링에서는 이 차량들이 허브 위를 부유하거나 건물 안에서 바퀴로 운행되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모빌리티 허브는 도시 내 친환경 무공해 교통 시스템의 중심으로서, 기존 화석연료 차량을 완전히 배제하며, 모든 차량은 자동화된 전기 포드로 지하에 보관된다. 텔로사는 ‘15분 도시’ 개념을 적용해 주민들이 일터, 학교, 상점 등 주요 공간까지 15분 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걷기, 자전거, 전기 스쿠터와 자율주행 전기차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는다.
중심지에는 ‘이퀴티즘 타워(Equitism Tower)’가 우뚝 서 있는데, BIG이 ‘도시의 등대’라 부르는 이 기하학적 목조 구조물은 격자 형태의 외관을 특징으로 한다. 타워 안에는 물 저장 시스템, 에어로포닉스 농장, 태양광 패널 지붕이 계획돼 도시의 자급자족과 지속가능성을 상징한다.
‘이퀴티즘’은 텔로사 도시 거버넌스 철학으로, 토지를 공동 소유해 도시가 발전할수록 주민과 시민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공동 토지 소유로 창출된 공공기금은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 재원으로 활용된다.
텔로사 커뮤니티 재단의 존 말론 CEO는 “현재 프로젝트는 순수한 기술 혁신보다 커뮤니티 참여에 더 무게를 둔다”며, “과거 다른 대규모 신도시 프로젝트들이 기술과 인프라에 치중했으나, 사람과 커뮤니티를 중심에 둔 설계가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폴코(Polco)와 ICMA 같은 데이터 분석 및 거버넌스 전문 기관과 협력해 추가 업데이트와 거버넌스 구체화가 있을 예정이다.
텔로사는 2030년까지 5만명의 초기 입주를 목표로 하며, 최종적으로 2050년에는 120 평방킬로미터 부지에 500만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이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와 유사한 면적에 약 6배의 인구가 밀집하는 규모다. 도시 부지는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등 미국 서부 사막 지역 내 저렴한 땅을 적극 물색 중이다.
총 사업비는 4000억 달러에 달하며, 투자자 자금, 연방 및 주정부 보조금, 경제 개발 인센티브 등이 조달원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는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과 완전한 투명성을 지향하는 ‘사람 중심’ 도시로, 미래 도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마크 로어는 “텔로사의 기본 원칙은 ‘이퀴티즘’이며, 도시는 사람들이 토지에 지분을 가지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라며,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최고의 목적(telos)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텔로사의 혁신적 교통 허브와 수직녹지, 재생 에너지 아키텍처 등은 글로벌 차원의 스마트시티, 친환경 도시 설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2021년 발표 후 4년간 구체적 위치 선정과 모빌리티 시스템 구현 등 현실화 과제가 남아있어, 향후 진척 상황에 대한 집중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는 BIG의 말레이시아 바이오디버시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같은 대규모 미래 도시 건설 계획과 함께 세계적인 고기술·친환경 도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도시설계 전문가는 "60억 달러 규모 암암(아콘) 시티 프로젝트 폐기 사례에서도 보듯, 기술 중심의 신도시 개발이 반드시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텔로사의 인본주의적 설계와 커뮤니티 중점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