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의 자산이 최근 5년 새 445조원 가량 증가한 158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5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47개 그룹의 자산은 367조원 늘어난 1121조원에 그쳐, 5대 그룹으로의 자산쏠림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 SK, 현대차가 자산 증가액 톱3 체제를 굳혔다. 반면, 교보생명보험, 부영, 두산 등 3곳은 자산이 축소됐다.
자산 외에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증가세도 5대 그룹이 47개 그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는 5년간 매출액이 100조원 이상 증가해 증가액 1위를 기록했고, 삼성과 SK도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태영·두산·DL·부영 등 6개 그룹은 지난해 매출액이 5년 전보다 줄어들며 역성장했다.
2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2019년과 2024년 결산 기준 자산총액 비교가 가능한 52곳을 대상으로 자산 규모와 실적 변화를 조사한 결과, 52개 그룹의 전체 자산규모는 2019년 1897조2869억원에서 2024년 2709조853억원으로 811조7984억원(42.8%) 증가했다.
이중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의 자산 규모는 2019년 1143조5705억원에서 지난해 1588조741억원으로 444조5036억원(38.9%) 증가해, 나머지 47개 그룹의 총 자산 증가액(367조2948억원)을 앞질렀다. 5대 그룹을 제외한 47개 그룹의 자산 규모는 같은 기간 753조7164억원에서 1121조112억원으로 367조2948억원(48.7%) 증가했지만, 절대 규모 면에서 5대 그룹과 큰 격차를 보였다.
기업별로는 재계 1~3위인 삼성, SK, 현대차가 자산 증가액 순위에서도 나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삼성그룹은 5년 새 자산규모가 164조원 늘어나 단일 그룹으로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삼성의 총자산은 2019년말 424조8480억원에서 지난해 말 589조1139억원으로 38.7% 증가했다.
SK그룹도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급상승하며 2022년 이후 재계 2위 자리를 유지했다. SK의 자산규모는 2019년 225조5260억원에서 2024년말 362조9619억원으로 5년 새 137조4359억원(60.9%) 늘었다.
현대차그룹 역시 글로벌 판매 호조와 배터리, 모빌리티 사업 확장에 힘입어 자산 규모를 2019년말 234조7058억원에서 2024년말 306조6173억원으로 71조9115억원(30.6%) 늘렸다.
이들 3대 그룹에 이어 자산 규모 증가액 상위 10개 그룹으로는 ▲한화(54조573억원↑·75.4%↑) ▲LG(49조979억원·35.8%↑) ▲HD현대(25조8573억원↑·41.1%↑) ▲한진(24조6226억원↑·73.4%↑) ▲롯데(21조7926억원↑·17.9%↑) ▲카카오(20조6046억원↑·144.7%↑) ▲신세계(19조7706억원↑·44.8%↑) 등이 있다.
또한 자산 증가율 기준으로는 중흥건설이 217.5%(18조3111억원)로 가장 높았다. 중흥건설은 2021년 대우건설 인수 효과가 본격 반영되며, 자산이 3년 새 3배 이상 급장했다. 이어 장금상선(205.1%↑·13조1025억원), 셀트리온(201.7%↑·17조8295억원) 등이 5년 전 대비 두 배 이상 자산을 불리며 약진했다.
반면, 조사 대상 52개 그룹 중 5년 전 대비 자산이 축소된 곳은 교보생명보험(2조4754억원↓), 부영(1조8313억원↓), 두산(1조1005억원↓) 등 3개 그룹이다.
교보생명보험의 자산 규모 축소는 금융감독원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로 보험계약부채가 증가(자본 감소)함에 따라 지난해 공정자산이 축소된 때문으로 보인다. 그 결과, 교보생명보험의 재계 순위는 2020년 25위에서 2025년 47위로 22계단이나 하락했다.
부영그룹의 자산 규모도 2019년 23조2838억원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21조4525억원으로 5년 새 1조8313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재계 순위도 지난 2020년 17위에서 2022년 19위로 하락한 이후, 2023년 22위, 2024년 26위, 올해에는 28위까지 추락했다.
두산도 2019년 대비 자산규모가 1조1005억원 감소해 재계 순위가 2020년 15위에서 2025년 18위로 3계단 하락했다. 다만, 2021년 26조3335억원까지 축소된 자산 규모를 지난해 28조1502억원으로 늘렸다.
또한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실적 지표에서도 상위 5대 그룹이 절대 우위를 보였다. 5대 그룹의 매출은 지난 2019년 848조6894억원에서 지난해 1106조2944억원으로 257조6050억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47개 그룹의 매출은 208조1270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5대 그룹이 5년간 31조3220억원 증가한데 반해, 나머지 47개 그룹의 영업이익 증가액은 15조7606억원에 그쳤다.
특히 조사대상 그룹 중 현대차그룹이 유일하게 5년 동안 매출액이 100조원 이상(106조8046억원) 증가했다. 2위는 85조1240억원 증가한 삼성이며, 3위 SK(44조5697억원↑), 4위 HD현대(28조9144억원↑), 5위 한화(22조5358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52개 그룹 가운데 6개 그룹은 매출액은 5년 전보다 감소했다. 특히, 태영·두산·DL·부영 등 4개 건설업체들이 업황악화로 역성장한 것으로 조사됐고,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아모레퍼시픽, 석유화학·섬유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태광 등 2개 그룹도 매출이 감소했다.
영업이익 부문에서는 SK그룹이 5년전 대비 17조2871억원(173.2%) 증가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현대자동차(11조2139억원, 153.2%), 삼성(7조6291억원, 39.3%) 등의 순이었다.
반면, LG는 5년 전 대비 영업이익이 2조8061억원 감소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의 주축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2조305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롯데그룹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조원 이상 줄었다. 이는 롯데케미칼(1조2379억원↓), 호텔롯데(2878억원↓), 롯데정밀화학(1396억원↓), 롯데건설(1296억원↓) 등 화학, 호텔, 건설 계열사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